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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처럼 생각하고, 

레닌처럼 실천하기


레닌전집 읽기 모임



이 땅은 우리의 것이라는 생각,

더 많이 가진 자들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요

[여기서 일하는] 우리의 손이

우리의 것이라면

저들이 우리에게 나눠주는 것도

[애초부터] 우리의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요


- 빅토르 하라 작사/작곡, “A desalambrar(철망을 뜯어내기 위하여)” 중



현재진행형

: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총체적으로 유효하다


30년 만에 가장 대규모였던 칠레의 작년 반자본 시위에서 수십만 명이 함께 부른 노래들을 만든 민중음악가 빅토르 하라는 1973년 9월 12일 피노체트 군부 정권의 군인들에게 끌려가 한 경기장에 감금되었다. 거기서 군인들은 “이제 그 끔찍한 사회주의 노래들 그만 좀 불러라”라며 하라의 손가락을 차례로 하나씩 으깨어 부수고, 그의 망가진 손을 가리키며 “이제 기타를 쳐보시지”라고 조롱했다. 하라는 고문관의 눈을 들여다보며 “Venceremos(승리하리라)”를 불렀고, 그 자리에서 44발의 총탄에 맞아 죽었다.


작년, “억눌린 임금 노예로 살아남느니 / 해방 속에서 죽음을 택하리라”, “나의 이 노래가 누군가의 심경을 긁는다면 / 그는 필경 착취자이고 자본가일 것”, “해방과 사회주의 위해 / 우리 계속 노래하리라”라는 그의 가사는 한 세대가 지난 칠레 도심의 시위대를 여전히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억눌린 임금 노예, 자본가, 그리고 사회주의와 해방. 결코 머나먼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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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이 정리한 마르크스의 유물사관과 경제학설


“‘레닌’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나요?”라고 질문했다가 “전체주의”, “령도자” 류의 답변을 듣고 당황한 기억이 있다. 후대의 이상한 각색과 달리, 레닌은 늘 직업란에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이라고 적곤 했다. 이런 레닌에게 마르크스의 이론을 학습하고 스스로의 사유를 통해 그 사상을 창조적으로 접목하며 계승하는 일은 투쟁의 전제이자 전술의 근간이었다. 1920년 3차 전러시아 소비에트 대회에서도 레닌은 “인류 지식의 총체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 방식은…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직접 사유하고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1915년, 러시아에서 인기가 많던 <그라나트 백과사전>에 “마르크스주의 문헌 해제”라는 부록이 실렸다. 저자는 필명 ‘V. Ilyin’, 즉 레닌이었다. ‘마르크스’라는 단어조차 금지어였던 1894년 당시에도 <인민의 벗은 누구인가?>를 불법 출판하며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인 <공산당 선언>, <정치경제학 비판>, <철학의 빈곤>, <독일 이데올로기> 등을 인용하던 레닌이었기에, 삼엄한 검열 속에서도 꾸준히 마르크스 사상을 학습하며 학설을 체계화할 수 있었던 셈이다.


첫째로, 레닌은 마르크스의 유물론, 변증법, 그리고 계급투쟁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갈무리했다. 마르크스는 헤겔 변증법의 혁명적 측면을 채택해 변증법을 “세계와 인간 사유의 일반 법칙에 관한 과학”으로 정식화했고, 유물론의 근본원리를 현실의 인간 사회에 적용하면서 ‘의식이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조건 짓는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러한 유물론의 근본원리를 인간 역사로 확장하면서 유물론적 역사관을 정식화했고, 인간 활동의 총체에서 그 토대를 구성하는 물질생활의 생산조건을 살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생산양식은 사회, 정치, 정신적 생활 과정 일반을 규정”하기에(<정치경제학 비판> 서문), 사회적 생산력과 현존하는 낡은 생산관계 사이의 모순은 계급투쟁을 내부에서부터 추동한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공산당 선언>)”라는 구절에서 드러나듯, 마르크스(그리고 레닌)는 역사 발전 원동력으로서 계급투쟁을 지목한다.


둘째로, 레닌은 마르크스의 경제학설, 특히 가치와 잉여가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마르크스 경제학설의 핵심 요소인 ‘자본’은 자본주의 체제의 경제적 운동법칙을 드러낸다. 노동생산물로서의 ‘상품’과 그 생산물의 교환과정은 곧 사회관계의 총체다.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치)’라는 두 가지 속성을 지닌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응결된 노동시간의 일정량”이다(<정치경제학 비판>). 화폐를 전제로 하는 상품 교환 과정을 살펴보자. ‘화폐’는 노동의 사회적 성격과 시장에 의해 결합한 개별 생산자 간의 사회적 관계를 은폐한다. 상품 생산 과정에서 ‘잉여가치’ 증가는 화폐를 ‘자본’으로 전화시킨다.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자본가가 잉여가치 생산을 위해 소비하는 과정이 곧 가치창조의 과정이 된다.


마르크스는 자본가가 노동력 구매를 위해 지출하는 ‘가변자본(쉽게 말해 임금 비용)’과 생산의 결과 창출된 잉여가치를 비교하면서 노동 착취를 개념화했다. 나아가 자본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이윤(잉여가치)을 뽑아내며 몸집을 불리는 과정을 설명했다. 자본가들은 한편으로는 절대적인 노동시간 자체를 늘리고(절대적 잉여가치 증가), 다른 한편으로는 기계 도입이나 기술 발전을 통해 생산에 드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같은 시간 일을 시켜도 이전보다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한다(상대적 잉여가치 증가).


이렇게 자본주의의 내재적 법칙에 따라 자본은 끊임없이 더 거대한 이윤을 생산하기 위해 경쟁하고, 이 과정에서 점점 거대해지는 자본은 생산수단을 집중시키는 한편 자신의 필요를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을 훈련하고 조직하게 된다. 자본주의의 생산 과정 자체가 어떻게 계급 대립과 투쟁의 맹아를 발생시키는지를 유기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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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arxists Internet Archive]



레닌이 계승한 마르크스의 핵심, 계급투쟁 전술과 사회주의


레닌이 자신의 글 <마르크스>에서 핵심으로 다룬 ‘사회주의’와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의 전술’에 관한 대목은 당대에는 검열로 삭제되었지만, 후대에 복원했다. 레닌은 사회주의와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 전술에 대한 마르크스의 관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의 경제적 운동법칙으로부터 사회주의 사회로의 전화라는 불가피성을 도출했다. 사회주의의 물질적 기초는 노동의 사회화다. 그 집행자는 자본주의에 의해 훈련된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다. 이들의 정치투쟁은 생산의 사회화, 곧 ‘수탈자에 대한 수탈’로 이행한다. 집단적 노동의 의식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기초를 형성하며, 계급투쟁은 인간 발전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이는 민족과 국가 문제에도 적용된다. 자본주의 발전은 장벽을 허문다. 민족 적대를 계급 적대로 대체한다. 계급투쟁은 프롤레타리아 계급 해방을 위한 우선 조건이며, 계급 지배 도구인 국가는 경제적 지배계급의 국가다. 부르주아 ‘민주공화국’은 자본주의의 최선의 외피로 기능하며, 사회주의는 계급과 국가의 폐절을 지향한다.


레닌은 마르크스가 언급한 실천적 혁명 활동의 조건과 중요성 즉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 전술을 강조했다. 마르크스는 계급 관계의 총체를 사회 발전단계에 따라 파악해야 한다고 보았고, 공통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계급적 단결, “다가오는 전투”를 예비하는 정치 운동의 강령과 전술을 고찰했다. 레닌은 이를 창조적으로 계승하며 실천으로 옮겼고, 경제적 사회구성체에 관한 마르크스의 학설을 구체화하고 발전시켰다.



자본주의 체제하 인간소외의 최전방,

침묵의 내전 중인 2020년 한국


몇 년에 한 번씩, ‘전쟁 사망자와 맞먹는 헬조선 자살자’라는 검색어가 뜬다. 이라크 전쟁도, 시리아 내전도 그랬다. 시리아 내전에서 7개월간 사망한 민간인 수(8,681명)보다 같은 시기 남한에서 자살한 사망자 수(10,354명)가 더 많다고 한다.* 이것은 ‘개인 질환’이나 ‘정서불안’의 문제를 넘어선 규모다.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주위를 둘러보자. 말 그대로 전쟁터다. 무엇의, 무엇에 의한 전쟁인가? 이 전쟁터는 사람 관계를 상품 관계로 대체하며 물신화를 낳는다. 필연적으로 인간소외의 참상을 야기하는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체제다. 현존 질서에 대한 저항을 ‘공산주의’ 운동이라 할 때, 마르크스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사회적 노동과 사적 소유, 사회적 생산력과 낡은 생산관계가 만들어내는 계급투쟁으로, 자본주의 체제는 내부에서부터 노동자계급을 -우리를- 훈련시키고 있다.



[함께 읽을 레닌의 글]

<마르크스(1914)>, 레닌전집 58권(“마르크스”), 양효식 역, 아고라, 2017



* “헬조선 자살자, 시리아 내전 사망자와 맞먹는다”, 오마이뉴스 2015년 9월 5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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