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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재난에도 재벌 곳간은 가득하다


배당, 보수, 부동산 투기까지…

재벌은 피 땀 눈물을 

알뜰히도 빼먹었다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957조 원, 비업무용 투자부동산 최대 622조 5천억 원


정책위원회



2020년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1천조 원에 육박하는 957조 원


변혁당이 2020년(2019년 12월 31일 기준) 국내 재벌 사내유보금을 추산한 결과, 상위 5대 재벌(삼성‧현대차‧SK‧LG‧롯데) 673조 원, 10대 재벌 822조 원, 30대 재벌은 957조 원을 쌓아둔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경기 침체로 기업 영업이익이 감소한 결과, 예년보다 사내유보금 증가율은 낮아졌다. 개별 그룹마다 유보금이 감소한 곳도 있고, 증가한 곳도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합산한 총량은 증가해, 5대‧10대‧30대 재벌 모두 사내유보금 총액이 늘었다.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총액은 변혁당이 통계치를 추산한 2016년(2015년 12월 31일 기준)부터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역시 작년 대비 7조 2천억 원 증가해 956조 8천억 원에 이르게 됐다. 재벌은 ‘글로벌 경기 침체’, ‘대내외 환경리스크’ 운운하면서도 1천조 원에 육박하는 사내유보금을 축적한 것이다.



투자부동산 소유로 부동산 투기까지 하는 재벌


재벌은 천문학적 사내유보금만 쌓아둔 게 아니다. 재벌은 부동산 투기의 주범이기도 하다. 변혁당은 올해 처음으로 재벌의 투자부동산 소유 현황을 집계해 분석했는데, 여기에서 ‘투자부동산’이란 기업이 ‘비()업무용’으로 소유하는 토지, 즉 생산과 관계없이 단기 매매나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소유하는 부동산을 말한다. 결국 부동산 투기에 쓰이는 부분이다. 현황을 보면, 5대 재벌 12조 4천억 원, 10대 재벌 20조 원, 30대 재벌은 28조 원이나 되는 투자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장부가’ 기준으로 집계한 금액이다. 부동산은 장부가와 공시지가, 그리고 시가가 큰 차이를 보인다. 시가 기준으로 보면 그 액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01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기업의 토지자산 장부가액은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공시지가의 1/9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 공시지가 역시 시가의 40~65% 수준에 불과하므로, 비업무용 투자부동산 시가총액은 더 늘어난다. 이 비율에 맞춰 환산하면 5대 재벌의 투자부동산 공시지가는 111조 원, 10대 재벌은 180조 원, 30대 재벌은 250조 원에 달한다. 이를 다시 시가로 환산하면 5대 재벌 투자부동산은 171조~277조 9천억 원, 10대 재벌 투자부동산은 275조~446조 6천억 원, 30대 재벌 투자부동산은 383조~622조 5천억 원에 달한다.


투자부동산을 넘어 재벌이 소유하고 있는 전체 부동산 규모는 훨씬 크다. 상위 100대 기업의 토지보유 면적은 2007년 4.1억 평에서 2017년 8.2억 평으로 늘었다. 경실련 발표를 보면 2018년 기준 상위 5대 재벌그룹 소유 토지자산만 해도 장부가액 기준 73조 2천억 원에 달한다. 이를 시가로 따져보면 최저 1,014조 원에서 최대 1,647조 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재벌은 부동산공화국을 만든 주범으로서 토지자산 증식과 부동산 개발‧임대 등으로 부동산값 폭등을 부추기며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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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이 줄어도 배당금은 챙긴다


작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주요 재벌기업 실적도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이들은 막대한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019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지만, 이른바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2018년과 같은 규모인 9조 6천억 원을 배당했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그 결과 삼성전자 회장 이건희는 전년과 같이 배당금 4,748억 원을 챙겨 11년 연속 배당금 1위에 올랐다. 삼성 총수일가 5명이 받은 배당금 총액은 7,503억 원이나 된다(재벌그룹 총수들의 배당금 내역에 관해서는 <변혁정치> 102호 기사 “누워서 오천억, 죄짓고 천오백억” 참조).


재벌대기업에서 배당금 늘리기는 총수일가의 부를 축적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경영세습의 수단이기도 하다. 주요 대기업이 ‘총수일가=대주주’인 구조이다 보니 막대한 배당금은 당연히 총수일가의 주머니로도 들어가게 되고, 이 자금은 경영승계 과정에서 ‘실탄’으로 사용된다.



회장 보수가 직원 평균의 무려 247배?!*


총수일가를 포함한 최고경영자의 보수도 높아지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지난 4월 14개 대기업집단 주요 상장사 70여 곳에 대해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과 직원 평균 보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그 격차가 엄청나다. 대한항공 247배, CJ대한통운 103배, 삼성전자‧LG‧CJ제일제당은 101배나 된다(대한항공의 직원 평균 보수는 7,700만 원이었지만, 최고액을 받았던 조양호 전 회장의 경우엔 190억 원이었다). 영업실적이 나빠져도 외려 기업주나 경영자가 챙기는 몫은 더 늘어난 기업도 많았다. 최고 보수자의 3년간 연평균 보수 증가율이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연평균 증가율보다 높은 기업은 한진칼‧대한항공‧이마트‧SK이노베이션‧LG화학 등인데,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영업이익이 49.3% 줄었는데도 최고임원의 보수액은 92% 늘어났다.


임원진의 높은 보수 역시 총수일가의 승계자금 용도로도 쓰인다. 대표적인 예가 경영승계를 진행 중인 한진그룹이다. 한진그룹 최고 보수자와 직원 평균 보수 사이의 격차는 대한항공 247배(1위), (주)한진 78.6배(7), 한진칼 48.4배(17위)나 된다. 재벌은 고액 보수로 재산 상속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액 배당‧보수는 해당 기업 노동자의 피땀으로 만든 부를 사적으로 취하는 ‘사익 편취’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민중의 피 땀 눈물**


재벌의 사내유보금, 부동산 투자자금, 막대한 배당과 보수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해당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궈낸 부의 결과물이다. 특히 재벌체제가 강화한 저임금-장시간-비정규 노동체제의 산물이다. 작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제” 현황에 근거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59개 대기업집단 소속 523개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84만 명(40.1%)이다. 2019년 비정규직 비율은 38.5%로 2018년 39.8%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10대 재벌그룹이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2018년 48만 명(37.2%)보다 오히려 4만 명 늘어난 52만 명(38%)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그룹 중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절반을 넘는 곳만 해도 GS(60.9%‧3만 1천 명), 롯데(55.9%‧7만 4천 명), 포스코(53.1%‧3만 4천 명), 현대중공업(51.4%‧3만 명) 등 네 군데나 된다. 1‧2위 재벌인 삼성과 현대차는 2019년 기준으로 각각 14만 7천 명, 8만 1천 명의 비정규직을 고용해 비정규직 규모에서도 1‧2위를 차지한다. 게다가 59개 대기업집단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중은 이들이 고용한 전체 노동자 가운데 29.9%(62만 5천 명)나 되고,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사내하청을 많이 사용해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있다. 재벌들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회피하면서도 값싸게 노동자들을 부려먹고 마음대로 해고하면서 막대한 사내유보금과 배당, 보수를 챙기고 있다.


이뿐인가. 재벌의 부는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국가의 지원과 특혜(산업전기료 특혜, R&D 지원, 법인세 인하 및 감면 등),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대표되는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수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재벌의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과 부동산 소유, 총수일가가 해마다 챙겨가는 천문학적 보수와 배당은 모두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전 국민에 대한 수탈로 만들어진 것이다.



가계 빚 1,600조 원 돌파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190% 육박


올 2월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4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최초로 1,600조 원을 넘어섰다. 집값 폭등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늘면서, 작년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600조 1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2배가 넘는다. 작년 GDP 증가율이 2% 턱걸이를 했지만, 가계부채 증가율은 4.1%다. 그 결과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6.6%나 되며(2019년 3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86.1%로(2019년 2분기) OECD 평균(130.6%)을 상회한다.


부동산값 폭등, 저임금 노동자 양산, 영세자영업자 파산 등으로 노동자민중의 삶이 날로 팍팍해지면서 가계 빚이 처분가능소득 대비 2배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30대 재벌은 1천조 원에 육박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있고, 5대 재벌은 최대 1,600조 원으로 추정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재벌일가는 가늠도 안 되는 천문학적 배당과 보수를 챙겨간다.


한국을 재벌공화국으로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벌체제를 청산하지 않으면 노동자민중의 삶은 결코 나아질 수 없다는 현실을 우리는 또다시 마주하고 있다.



* 이 문단의 내용은 <한겨레신문> 2020년 4월 9일 자 기사 “총수일가 높은 보수, 일한 대가 아닌 ‘승계자금’ 종잣돈” 참조.


** 재벌그룹 비정규직 규모에 관해서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슈페이퍼 2019-12호(2019년 7월 23일) “대기업 비정규직 규모: 고용형태 공시제 결과(2019년 3월 현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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