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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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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두 가지 기부운동


김태연┃대표



탐욕과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기부는 타인과 사회를 향한 선의를 담고 있다. 사회적 제도와 정치가 부재할 때, 생명조차 위태로운 긴급한 재난에 맞닥뜨린 사람들에게는 기부가 절실한 구난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래로부터의 기부문화가 사회적으로 제도화되면 사회주의의 원리인 협동원리와 접목될 수도 있다. 반면에 상당히 많은 경우 기부는 국가 차원의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대책 마련을 지연 또는 방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가진 자들이 시혜를 베풀면서 불평등 구조를 온존시키고 그 위에 군림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국가의 기부운동


지금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다시 국가에 기부하자는 운동이 위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을 며칠 앞둔 5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의 ‘자발적 기부’를 제기했고, 5월 7일에는 대통령의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뒤를 이어 5월 11일 민주당 지도부, 5월 12일 5대 재벌 임원들이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를 발표했다. 대통령을 필두로 한 위로부터의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운동이 ‘100만 공무원 기부운동’, ‘착한 기부운동’ 등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5월 11일부터 시작된 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은 아예 기부 신청을 병행토록 함으로써 실수로 기부를 해버리는 해프닝이 속출하기에 이르렀다.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운동을 선도하고 있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기부금을 고용보험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전국민에게 지급함으로써 보편적 복지원리를 지키고, 자발적 기부를 통해 국가재정부담을 줄이면서 확보한 재원을 고용을 위해 사용한다는 상당히 그럴듯한 논리구조를 갖췄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떤가?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논의하면서 180만 특수고용 노동자는 제외시켰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요구가 거세지자 정치권이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공언한 지는 이미 오래다.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재난지원금 기부운동 벌이자’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주장을 무색케 하는 현실이다. 13조 원의 긴급재난기금 중 일부를 기부케 해서 국가재정부담을 줄이고 고용안정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의 실효성이 매우 미미하다는 사실을 그들이 모를 리 없다.


한편 정부는 긴급재난기금의 20배에 달하는 245조 원을 기업구제기금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 대부분은 결국 국민의 세금부담인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것이다. 노동자민중에게 지급하는 13조 원의 긴급재난기금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나서서 기부운동을 선동하고 있지만, 245조 원에 달하는 기업구제기금에 대해서는 고용안정이나 국가재정부담완화를 위해 기부운동 같은 것을 벌인다는 얘기가 없다. 아마도 5대 재벌 임원들이 선언한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로 땡 치려는 듯싶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기에서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957조 원에는 손끝 하나도 안대면서 245조 원의 기업구제기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노동자민중에게 지원되는 13조 원의 긴급재난기금에 대한 기부운동이 아니라,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957조 원에 대한 기부운동을 벌여야 한다. 다만 30대 재벌이 기부에 응할 리 없기 때문에 기부운동 말고 환수운동을 벌이자는 것이다.



변혁당의 기부운동


5월 5일 어린이날에 우리집 전체 가구원 3명이 모여 모처럼 가족회의를 했다. 안건은 ‘대통령이 제안한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에 관한 건’이었다. 다만 기부대상과 목적은 대통령의 제안과 달랐다. ‘사회주의 대중화를 위해 사회변혁노동자당에 기부하자’는 안으로 수정해 제출됐다. 의결권 있는 3명의 가구원 중 비당원인 1명의 입장에서는 다소 편파적인 회의구조가 될 수도 있었지만, 회의는 최대한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본다. 비당원인 가구원이 ‘변혁당의 재원은 주로 어디에 사용되는가’라고 질의했고, 성실하고 솔직한 답변을 들은 후 흔쾌히 동의해 만장일치로 긴급재난지원금 전액을 변혁당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변혁당의 재정상태는 항상 재난상태이며, 금년부터 사회주의 대중화 사업을 위해서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 4월 변혁당 전국위원회에는 ‘재정 확보를 위한 변혁당 후원의 밤’ 사업 안건이 제출된 바도 있다. 다만 ‘약 2년 전에 후원의 밤 행사를 했으니, 다른 방법이 없을지 좀 더 고민하자’는 다수 전국위원의 신중론이 제기돼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집 가족회의가 있은 지 며칠 후 일단의 당원 동지들로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을 사회주의 대중화 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변혁당에 기부하자’는 제안이 당원 소통방에 올라왔다. 고백컨대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다. 변혁당 당원들은 각자의 경제상황으로 볼 때 대부분이 상시적‧구조적 재난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당원 동지들의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기부운동은 그 결과가 어떻든 소중한 운동이다. 이런 사람들의 기부운동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기부운동과는 달리 재벌의 이윤을 사회화하고, 나아가 노동자민중이 평등하고 주인으로 사는 세상을 쟁취하는 주춧돌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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