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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아니면 단 하루도 존재하지 못할

버스 현장의 문제

 

홍현진전북

 


필자는 버스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아니다. 다만, 현재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버스지부 상무집행위원회 성원으로 겸직하고 있고 버스 현장의 동지들과 짧지 않은 시간 함께 활동해왔기 때문에, 이 지면을 통해 버스현장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이후 함께 토론해 나가는 데 아주 부족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다음의 사례는 특정지역에만 한정하는 고유한 문제가 아닌 전국의 버스 현장이 동일하게 겪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복수노조법 시행 후 민주노조 차별과 탄압 날로 심해져

2010년 전북 전주의 버스노동자들이 민주노조로 결집된 건 어용노조의 통상임금 직권조인 때문이었다. 1,000만 원씩 받아야 할 통상임금을 조합원 몰래 100만 원에 퉁치려 했고, 이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폭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문제들이 지난 수십 년간 한두 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후 복수노조법이 생기면서 같은 사업장에 줄임말로 이른바 민노’, ‘한노두 개의 노조가 공존하고 있다. 복수노조 사업장 대개가 그렇듯이, 민주노조가 과반 이상인 사업장은 반드시 복수의 교섭노조가 존재하고, 민주노조가 과반을 못 넘긴 사업장은 반드시 단일한 교섭대표노조가 존재한다.

민주노조에 대한 현장탄압 역시 빠질 수 없다. 지부/지회 선거에서 대표 슬로건으로 부당징계 박살! 부당배차 박살!”이 단골처럼 등장한다. 여기서 부당배차란 애석하지만 조금 더 일할 권리를 말한다. , 하루 소정근로 17~18시간인 격일제 버스노동자들의 한 달 만근일수는 11일인데, 초과수당이 있어야만 기대임금의 최소한을 채울 수 있다. 민주노조 조합원은 한 달 11~12일로 근무일수가 고정적인데 말 잘 듣는 한국노총 조합원에겐 13~15일 일하게 해주니 월급 차이가 수십 만 원에 이른다. 부당징계 남발 역시 기본 옵션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주 시내버스 5개 회사 중 1개 회사는 민주노조 건설 이후 9년 동안 신규입사자 중 민주노조로 가입한 인원이 0명이다.

 

방만경영 책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버스 자본

전주시 5개 버스회사 중 1개 회사를 제외한 4개 회사가 오늘 당장 망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자본잠식 상황에 놓여 있다. 자본금 2억에 부채만 200억이 넘는 회사의 사장은 그와 비슷한 재정규모의 회사를 하나 더 갖고 있다. 대부분의 부채는 버스노동자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퇴직금이다. 버스자본은 자본잠식 상태를 핑계로 되려 버스노동자들을 협박하기 일쑤다. 2016회사 망한다는 협박으로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임금, 인당 300만 원씩을 포기하게 만들어 총 7억 원의 이윤을 챙겼고, 2018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통상임금 법정이자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노동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측의 협박에 손들 수밖에 없던 이유는, 수십 년에 걸쳐 일한 대가로 받아야 할 퇴직금마저 날아갈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었다. 사측은 퇴직금 적립은커녕, 퇴직자에게 제때 퇴직급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개별 소송으로 받아내는 퇴직자들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사측이 은밀히 제시하는 촉탁직과 맞바꾼다. , 일시금으로 지급되어야 할 퇴직금을 분할 지급하는 것에 동의하는 대신, 스스로가 비정규직으로 1, 혹은 2~3년 더 사용되는 것을 택하는 것이다. 이는 선배노동자들에 대한 인정적 측면이 아닌, 버스현장의 비정규직 확산문제이기에 반드시 막아내야 할 문제다. 그나마 전북지역 전주시의 경우 민주노조의 존재로 비정규직(촉탁직) 비율은 높지 않으나, 당장 옆 동네인 전남 광주의 경우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역임에도 비정규직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이렇듯 버스자본은 자신들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까지도 매우 비열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해왔다. 퇴직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한 채 빚만 200억이 넘는 전주의 버스 사업주가 타고 다니는 차는 수억을 호가한다는 벤츠-마이바흐. 그의 첫째, 둘째 아들이 각각 버스회사를 운영 중에 있다.

지난 1월 중순. MBC에서 연달아 현재 서울 시내버스 운영체계의 비효율성을 폭로하는 기사를 다뤘다. <14년간 ‘3퍼주고도 배차 조정한 마디 못해>, <‘버스왕’ 1년 연봉 8억 원> 등 제목에서부터 준공영제의 핵심 문제를 단도직입적으로 다뤘다. 버스업체로 투입되는 세금의 규모와 지자체의 권한, 투입된 세금을 온갖 경로를 통해 착복해 연봉 8억의 버스왕으로까지 만든 준공영제 운영체계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중소도시 역시 준공영제와 구조적으로 같은 문제를 갖는다.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 제외 국면인 2019년 지금, 또 다시 천문학적 추가보조금 투입을 통해 인원이 충원되어야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있다. 전국 3,000명의 민주노조 버스노동자들이 현장 탄압과 부조리를 넘어 완전공영제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이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대중도 우리의 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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