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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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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은 준비돼 있다,

작은 것부터 

현장에서 다시 시작하자


“GM이 강한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못 싸운 거다”



# 종합 완성차회사인 한국지엠이 해체되고 있다. GM은 한국지엠에서 연구개발 부문을 떼어내 신설법인으로 만들고 취업규칙․단체협약 개악을 벌이는 한편, 근래에는 인천 소재 부품물류센터를 통폐합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작년 구조조정 이후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구조조정이 일상이 된 한국지엠에서 우리는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4월 8일, 인천 만석동 한국지엠 물류센터에서 <변혁정치>가 한국지엠 사무지회 정재헌 대의원을 만났다.



Q 먼저 본인이 일하고 있는 곳이자 지금 당장 구조조정에 직면한 이곳 인천 부품물류센터에 관해 소개 부탁드린다.


A 간단히 말씀드리면, 자동차 A/S 부품을 협력업체에 발주하고 그 물량을 여기 물류창고에 입고하는 역할이다. 정비센터나 대리점에서 부품 주문이 들어오면 납품하게 된다. 한국지엠 물류센터는 인천, 세종, 창원, 제주 이렇게 4곳이다.



문재인 정부 노동개악, 선도적인 도발


Q 지난해 한국지엠은 기어이 연구개발 부문을 떼어내 법인을 분리시켰다. 그 신설법인 취업규칙에서 사측이 무더기 개악안을 쏟아내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에 나서고 있는데.


A 처음에는 신설법인이 신규 채용하는 100명 정도 인원에 대한 취업규칙 개악이었지만, 회사는 곧 기존 직원까지 포함하는 단체협약 개악안을 들고나왔다.


경영과 관련한 부분을 보면, 기존 단협에서 ‘회사 양도․이전 시 90일 전에 노조에 통보하고 협의한다’고 돼 있는데, 이걸 회사가 그냥 일방 통보로 끝내도록 고쳐놨더라. 기존에는 사업을 양도․매각하더라도 노동조건, 노조, 단협, 고용승계까지 다 규정했는데, 이것도 아예 삭제해버렸다.


해고의 경우, 지난 2014년까지 사무직군에서는 ‘베리어블 페이’라는 게 있었다. 쉽게 말해 성과연봉제다. 과거에 투쟁으로 없앴던 건데, 그걸 지금 부활시키겠다고 한다. 인사 고과를 1년 1회 이상으로 규정해서 사측이 언제든 노동자들에게 평가점수를 매기고, 당연히 그에 따라 퇴출도 가능해진다.


게다가 징계도 남발하려 한다. 이제 ‘명령불이행, 해태, 지시거부’ 이런 것도 징계대상이 된다는 거다. 기존에는 징계 시 노조에서 2명 이상이 인사위원회에 들어가는데, 이제는 아예 노조 참여를 배제하겠단다. 게다가 원래 단협에서는 노동위원회에서 1차 구제가 되면 복귀할 수 있었는데, 이것도 막아놨다.


종합하면, 성과연봉제로 언제든 고과 매겨 그에 따라 퇴출시킬 수 있고, 사측 마음대로 징계할 수 있고, 해고됐을 때 구제신청도 못 하게 만들어놓은 거다. 박근혜가 밀어붙였던 성과연봉제, 쉬운 해고 개악과 똑같다.



Q 신설법인의 취업규칙, 단체협약은 기존 한국지엠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텐데.


A 앞서 말했듯 회사는 신입사원 취업규칙 개악을 그대로 단체협약 개악안에 집어넣었다. 문제는 앞으로 ILO 협약을 핑계로 한 노동개악이 줄지어 있다는 거다. 그 개악들이 진화된 게 이렇게 나타나는 것 아닌가 싶다. 자본이 갈 길을 닦아놓는 차원이라는 거다. 말하자면 정부의 노동개악을 선도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여기서 밀려버리면, 한국지엠 기존 법인까지 밀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



연간 매출 6천억 원인데, ‘39억 원 아끼려고 통폐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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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부품물류센터 통폐합은 어느 정도까지 진척됐나? 사측은 정비사업소 외주화까지 추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A 정비의 경우, 작년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 갑자기 외주화하겠다고 통보했다. 그 직후 정비 쪽에서 200명 정도가 희망퇴직으로 쭉 나갔다.


이후 작년 12월에 노무 담당 부사장과 정비지회 간 합의를 거의 도출했다. 희망퇴직으로 인원이 빠지고 비용이 줄어드니까, 정비사업소를 유지하겠다고 한 거다. 문제는 카젬 사장이 이걸 홀딩시키고 합의서에 사인을 안 했다.


그러다 1월 29일에 부품물류센터 통폐합 논의를 던지는 공문이 왔다. 그런데 사측은 이미 통폐합을 다 결정해 놓은 상태였다. 여기 인천물류센터 부지가 임대계약인데, 회사는 계약 해지 공문까지 다 보내놓고 노조에 ‘협의’하자고 한 것이다.


그 와중에 희망퇴직 시도까지 있었다. 인천물류센터만 콕 집어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다. 따져 물으니, 사측은 ‘인천물류센터만이 아니라 회사 전체적으로 받은 것’이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거짓이라는 게 드러났다. 회사는 이런 방식으로 우리를 흔들려 한 것이다.



Q 물류센터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어떤 투쟁을 준비하고 있나?


A 이곳 인천물류센터에는 정규직, 비정규직, 사무직까지 123명의 노동자가 있다. 우리는 모두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싸우려 한다. 공장 안에서 성명서 돌리고, 매일 20명 정도씩 나와 선전전을 진행한다. 조합원 공청회도 계속 하면서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려 한다.


이곳만의 투쟁으로 갇히지 않기 위해, 4월 19일 정도에 총력투쟁 결의대회 진행하면서 지역의 동지들도 모은다. 앞으로는 조합원들 10명씩 조를 짜서 투쟁방안을 논의하는 잡담회도 열고자 한다.


사측은 물류센터 통폐합으로 39억 원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여기 임대료가 24억 원 정도다. 거기다가 ‘용역 비용’, 즉 비정규직 고용하는 부분이 더해지는 거다. 결국 ‘비용절감’은 비정규직 해고다.

한국지엠 물류센터 4곳을 합해 연간 매출이 6천억 원 수준이다. 수익성도 상당히 높아 순이익이 많이 남는다. 그런데 ‘39억 원 아끼려 통폐합한다’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인천과 통폐합하겠다는 세종 센터의 경우, 비정규직이 70%다. 결국 이건 비정규직 정리해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여기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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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승리, 현장을 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Q 지난해 구조조정에서 결국 최종적으로 GM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 현장 활동가로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을 텐데. GM이 지속해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지금, 어떤 평가와 과제를 내시겠나?


A 대기업노조가 과거 87년 노동자 대투쟁에서 현장을 바탕으로 힘을 만들었다면, 그 이후로는 계속 역사의 변곡점에서 개악에 합의하는 오류를 범했다. 노사정위처럼 말이다. 이제는 그런 게 너무 만연하다. 대부분 투쟁이 아니라 노사 협의에 기댄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들도 구조조정이 터졌을 때 무력감이 상당했다.


한편, 활동가들은 노조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꿔내야 하는데, 그걸 강제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에 매몰되는 관료주의도 팽배하다. 심지어 채용 비리처럼 사적 이익 추구까지 벌어지고. 이러다 보니 구조조정이 들어올 때 파업 한 번 못해보고 공장 하나가 날아갔다.


지엠이 강한 게 아니다. 현대나 르노나, 지엠보다 악랄하지 않은 게 아니다. 지엠이 강한 게 아니라, 우리가 못 싸운 거다. 현장의 기운을 한 번 좀 끌어 올릴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단 한 번의 승리’라고 표현하는데.


구조조정이 계속 내 목을 노리고 들어오면, 한 번은 폭발하지 않겠나. 그걸 준비하기 위한 활동가들이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토론도 하고. 부서 내에서도 부당한 지시나 부당 행위에 대해 작더라도 나서서 싸우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대자보 운동을 포함해, 작더라도 계속 운동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활동가들이 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과 현장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비정규직과 뭉치지 않으면 정규직도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지엠이 딱 그 사례다. 비정규직 내쫓는 합의를 해왔지만, 정규직까지 공장폐쇄로 쫓겨난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구조조정 싸움에서 비정규직과 함께 싸우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이번 신설법인 단협 개악 저지 투쟁 일환으로 얼마 전 중식집회를 열었는데, 6~700명가량이 모였다. 우리 스스로도 놀랐다. 조합원들이 그만큼 싸움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항상 준비돼있다. 문제는 이걸 투쟁으로 얼마만큼 담아내느냐다.


나는 투쟁방식이 오히려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예전에는 무슨 일이 터지면 조합원들 다 불러서 의견 묻고, 분임토론 하고, 투쟁방향 모아냈다고 하는데. 집행부가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까지. 그런 민주적인 분위기와 투쟁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은 그렇게 모아내는 과정 자체를 해보지도 않은 상태다. 역동적으로 조합원들이 움직이려면 그런 경험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요즘 시대에 맞게 방법들이야 맞출 수 있겠지만 말이다.



■ 인터뷰 = 이주용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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