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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과 특혜로 얼룩진 제주 영리병원 허가

즉각 철회해야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2018125일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에서 설립허가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12월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 전용병원으로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된 지 16년만이다.

20132월 중국의 텐진화업그룹이 제주도에 국내영리병원 1호인 산얼병원설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영리병원 설립 움직임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그해 8월 이에 대한 승인을 무기한 보류하기도 했으나, 다시 20154월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설립계획서가 제출되자 12월에 결국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이를 뚜렷하게 반대했다. 작년 10녹지국제병원 공론화를 위한 도민참여형 조사 숙의토론회에서 참여 배심원단 200명 중 180명이 참석한 가운데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참석자 58.9%(106)가 영리병원 불허를 선택했다. 찬성의견은 38.9%(70)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종 허가권자인 제주도지사가 도민의견과는 정반대로 허가를 결정했다.

 

제주 영리병원 허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특혜

제주도의 설립 허가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제주도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묵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내국인 진료금지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아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주기도 했다. 제주도특별법에는 내국인 진료금지규정이 없어 의료법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의료법은 진료거부를 금지한다. 그래서 제주도가 복지부의 자의적인 유권해석을 근거로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한 것은 상위법인 의료법에 저촉된다.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주체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제주도지사가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발표한 이후 곧바로 내국인 진료금지 조건에 항의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내용은 이후에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측의 병원을 인수해 달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뿐만 아니라 비영리법인으로의 전환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제주도민들의 요구도 무시하고, 무리하게 영리병원 허가를 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공론조사에서 제주도민들은 녹지국제병원은 영리병원이 아니라 비영리병원이나 공공병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의 부동산개발회사인 녹지그룹이 100%투자한 사업체로, 녹지그룹은 병원·의료관련 사업을 한 경험이 없다. 제주도 보건의료조례에는 사업시행자가 유사사업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사업계획서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제주도 조례에는 한국인 및 한국법인이 우회투자 등을 통해 영리병원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녹지국제병원에는 내국인 및 국내법인이 밀접하게 연관되었다는 의혹도 제기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녹지국제병원 측은 이 같은 조례위반사항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인 사업계획서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고, 제주도도 대외비로 제주도의회에만 제출하였다.

영리병원에 대한 특혜도 상당한 수준이다. 녹지국제병원의 경우 외국인 투자기업과 같은 세제 혜택을 받는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3년간 전액 감면받고 그 후 2년간은 반액을 감면받는다. 지방세 역시 취득세는 전면 면제되고, 재산세도 10년간 면제, 3년간 수입자본재에 대한 관세도 물지 않는다. 공유수면 사용료 등 각종 부담금은 50%, 개발부담금은 전부 면제된다. 일반 의료법인의 경우 22%를 적용받는 법인세액 중 사실상 면세 범위가 최대 50%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특혜를 누리는 셈이다.

한편 녹지국제병원은 현재 공사업체인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에 공사대금 1,200여억 원을 지불하지 않아 201710월부터 가압류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국제병원은 의료법상 개설 허가 3개월 후인 34일에는 진료를 개시해야 한다. 하지만 가압류상태라서 진료를 개시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진료를 개시하지 못하면 허가취소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영리병원 허가, 의료공공성 붕괴 신호탄

영리병원 허가의료민영화를 완성하는 퍼즐 중 가장 핵심적인 조각을 이어붙인 것이다. 한국사회 보건의료시스템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인 건강보험제도와 의료기관의 비영리성이라는 댐이 무너지는 균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뿐 아니라 현재 영리병원개설이 허용되어 있는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의료산업육성과 일자리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영리병원 설립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당진·아산·평택),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동해안(강릉·동해), 충북(청원·충주) 등 전국에 8개 권역 경제자유구역이 존재한다.

영리병원 허용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예외 기관이 생기고, 이 병원에서 어떤 진료나 치료를 하는지 정부가 알기도 어렵게 된다. 당연히 진료비가 올라갈 것이다. 영리병원이 만들어지면 주변 병원들도 영리를 추구하게 되고, 결국 의료비가 상승하게 된다. 주변 병원들도 영리병원으로의 전환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이는 혁신성장이란 명분으로 의료·의약품·의료기기 분야에서 안전과 건강을 위한 규제와 조항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과 맞물려 증폭될 수 있어서, 영리병원 철회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저지하는 주요한 고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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