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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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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1.04 18:04

연재를 시작하며: 

21세기 레닌을 위하여!


김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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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동지들! 어제 동지들은 차르 군주제를 타도하면서 프롤레타리아의 영웅적인 기적을 보여주었다. 곧 다가올 가까운 미래(어쩌면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지금)에 동지들은 제국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주와 자본가들의 지배를 무너뜨리는 역시나 영웅적인 기적을 다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동지들이 프롤레타리아의 조직이라는 기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다음에 올 이 ‘진짜’ 혁명에서 확고한 승리를 쟁취할 수 없을 것이다!

조직이야말로 이 국면의 슬로건이다.”

- 「먼 곳에서 보낸 편지들」(『레닌 전집』 065)에서


윗글은 레닌이 러시아의 1917년 2월 혁명 직후 쓴 것인데, 당시 상황과 현재 우리가 처한 국면이 많이 닮아 있어 옮겨보았다. 또, 레닌에 관한 연재를 시작하는 마당에 그의 글로 문을 열고 싶기도 했다.


레닌은 1917년 2월 혁명의 성격을 부르주아 혁명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자본가계급이나 중간계급, 기존 국가기구(임시정부)에 의존한 입헌민주당(카데츠), 멘셰비키, 사회혁명당(나로드니키 경향)과는 달리, 노동자계급과 그들의 기구인 소비에트(평의회)가 그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입장은 당 건설 초기부터 일관된 것으로, 레닌은 이미 1902년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부터 정치투쟁에 기권하던 경제주의 경향을 비판하면서 민주적 과제와 정치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레닌은 그 자체로 혁명적 사회주의의 역사다. 그의 사상은 노동자 혁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객관적인 사실과 조건에 근거한 계급과 당의 목적의식적 행동을 추구했다.


그렇다면 레닌과 러시아 혁명이 오늘날에도 과연 의미가 있을까? 아무리 사회주의 혁명을 성사시켰고 최초의 노동자 국가를 건설했다곤 하지만, 이미 ‘과거의 영광’ 아닌가? 더구나 21세기 한국의 현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과거의 낡은 사상보다는 오늘날 벌어지는 문제에 주목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현재성’에 무게를 둔 이러한 문제 제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의 맑스와 레닌의 사상을 학습하고 연구하는 이유도 오늘을 살기 위해서다. 레닌에 대한 탐구는 필연적으로 지금의 사회주의 운동을 위해 ‘무엇을 할지’에 대한 물음과 연결돼야 하는 것이다.



레닌은 현재진행형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러시아 혁명과 레닌이 의미 있는 이유는, 21세기 혁명이 노동자 혁명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노동자 투쟁과 혁명의 역사에는 유사한 패턴과 연속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는 도덕적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억만장자 350여 명의 재산이 세계 인구 하위 50퍼센트의 재산과 맞먹고, 미국과 EU처럼 세계적인 부국에서도 끔찍한 빈곤과 불평등이 만연하다. 여기에 제국주의 전쟁, 붕괴 직전의 세계 경제, 전 지구적 기후 위기, 혐오 범죄 등이 더해져 피억압 계급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이러한 21세기 제국주의 체제에 맞서 세계적으로 좌파정치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와 오카시오-코르테스를 위시한 민주적 사회주의, 영국에서는 노동당 대표이자 급진 좌파 정치인 제러미 코빈이 제국주의 본진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운동을 추진 중이다. 그들의 주요 정책인 ‘그린뉴딜’이나 ‘민중을 위한 양적 완화’ 등은 이미 한국의 진보진영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 기획은 참신함에 비해 계급성과 현실 가능성이 부족해 보인다. 일례로 그리스 좌파정당 시리자의 몰락이나 군부 쿠데타에 의한 칠레 아옌데 정권의 붕괴를 보면, 체제 내 개혁적‧민주적 사회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알 수 있다. 사회주의 혁명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한계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사회주의 역사와 사상을 공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습하자! 조직하자! 상상하자!


몇 권의 레닌 저작을 읽거나 누군가의 레닌 해설서에 의존해서는 그의 사상과 이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레닌만큼 수많은 국면에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한 정치가나 혁명가는 찾기 어렵다. 따라서 전체 저술을 역사적 맥락에서 검토하고 이해하는 것이 레닌 연구의 전제 조건이고, 그의 전집을 읽는 이유다.


우리는 레닌의 저작을 읽으며 오늘을 생각한다. 레닌이라면 21세기 자본주의에서 무엇을 했을까? 통일운동, 재벌체제 청산, 사회개혁은 어떤 식으로 접근했을까?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볼셰비키의 전략은 어떤 의미와 교훈이 있을까? 이러한 물음과 상상 속에서 우리는 레닌과 조우하며, 그와 함께 혁명의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


매달 이 지면을 통해 우리 모임의 결과물을 독자들과 나누게 될 예정이다. 레닌의 글과 사상의 참뜻은 무엇인지, 21세기 레닌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2018년 2월에 시작한 “레닌 전집 읽기 모임”은 이름 그대로 『레닌 전집』을 읽고 토론하는 변혁당 학습 소모임이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당원들뿐 아니라 레닌에 관심 있는 비당원들도 함께하고 있다.


* 무엇을 할지 묻는다면 레닌┃레닌이 낡았다고 생각한다면, 레닌의 글과 시대를 직접 읽어보자. 레닌전집 읽기 모임을 바탕으로, 21세기 한국에서 레닌을 읽는 이유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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