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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의 온상 사립대학, 

이제 국공립화를 요구하자


김혜린┃학생위원회



이제 까마득한 이야기가 됐지만, 문재인 정부는 애초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로 ‘공영형 사립대’를 내건 바 있다. 사학 비리, 교육 공공성 훼손, 입시과열과 학벌주의 등 한국 교육시스템을 지배하는 사립대학 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공영형 사립대 약속은 예산 전액 삭감과 함께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정부는 사립대학 문제의 원인을 대학 사유화가 아니라 개별대학 구성원들의 일탈로 취급하고 있다.


교육부가 갑자기 사학 비리 근절을 외치기 시작한 것은 한유총을 위시한 사립유치원 사태에 이어, 올해 5월 사립대학의 굵직한 비리 문제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고려대의 경우, 감사 결과 교직원이 유흥주점 이용과 순금 기념품 구입에 교비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명지대학교는 재단법인 전 이사장의 횡령 문제에 얽혀 올해 파산 신청을 당해 폐교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사립대 비리 문제가 잇따르자, 지난 6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4차 반부패협의회를 주재했다. 곧이어 6월 24일, 교육부는 개교 이래 단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은 적이 없는 대형 사립대학 16곳에 대한 종합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사 헤드라인은 “칼 빼든 교육부”였지만... 

사립대학 문제는 그대로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사학비리 근절은 일부 사건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경기대학교의 경우를 보자. 1985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20여 년에 걸쳐 비리를 저지르다 구속되기까지 했던 전 총장을 법인 이사회가 다시 이사로 선임한다고 하는데도, 교육부는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 법적으로만 보면 이사 선임은 이사회의 권한이고, 파면․해임되더라도 5년이 지나면 결격사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비리의 핵심 인물을 다시 학교로 들이겠다는 대학 당국에 맞서, 경기대학교 구성원들은 8월 20일부터 이사장실 점거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예술대는 또 어떤가. 지난 2014년 시각디자인과 이의철 학과장이 지인 가족을 대상으로 학위 장사를 벌이자, 같은 과에 재직하던 한덕환 교수가 내부고발로 이를 폭로한 바 있다. 그러나 학과장과 대학 당국은 도리어 내부고발자인 한덕환 교수를 검찰 조사 등으로 압박해, 결국 교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내몰았다. 대구예술대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은 학위 장사 주범 이의철 교수 퇴출과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였지만, 대학 당국은 투쟁에 참가한 교수를 부당징계하고 해직하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징계와 고발을 남발했다.


대학 비리에 맞선 학내 주체들의 문제 제기가 이렇게까지 탄압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학 비리는 끊임없이 발생하는데, 정작 비리를 저지른 인물들은 어떻게 유유히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가? 그 원인은 ‘사립’대학의 존재 자체, 즉 교육기관을 사유화한 지금의 체제에 있다. 사립대는 ‘신성한 사유 재산’으로 보호받기에, 재단과 이사회는 구성원들의 요구를 마음껏 탄압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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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 유해무익하다


현재 사립대학 운영에 드는 비용 대부분(약 70%)은 등록금과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한다. 재단이 부담하는 비중은 4.3% 정도에 불과하다. 재단은 대학에 기여하는 것도 없으면서, 단지 설립했다는 이유만으로 독점적인 권한을 가진다. 사실상 공적 자원으로 운영하는 대학을 재단의 사유물처럼 지배할 수 있는 게 바로 사립대학의 실체다.


이렇게 막대한 공적 지원을 누리는 사립대학은, 정작 양질의 교육을 위한 책임은 한사코 회피하려 한다. 가령 지난 8월 1일 강사법이 시행되자 사립대학들은 일제히 거세게 반발했다. ‘대학 등록금을 10년째 동결해 재정이 부담된다’거나 ‘재정지원이 부족하다’며 강사들을 대량으로 해고했다. 그러나 대학 전체 구성원 임금 가운데 강사료는 약 5% 수준이며, 강사법을 제대로 적용한다고 해도 대학에서 추가로 지출해야 할 비용은 총 보수의 단 1% 정도에 불과하다. 1%의 추가 지출을 막기 위해서 강사의 노동권과 학생의 교육권을 박탈하는 것이 바로 사립대학의 본모습이다.



비리의 온상 사립대학, 이제 국공립화로!


이렇듯 사립대학 체제는 그 자체로 ‘비용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다. 교육에 드는 비용은 학생과 국가에 전가하고, 이익은 재단과 이사회가 전취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사학비리 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293개 대학(4년제 167개 대학, 전문대 126개 대학)에서 적발된 횡령과 회계부정 등 사학비리 건수는 1,367건이고, 비위 금액은 총 2,624억 원으로 집계됐다. 발각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한다면 그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사학비리는 교육부가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좋은 이사회’를 구성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학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지배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체제를 유지하는 한, 사립대학은 재단과 이사회의 입장에서 볼 때 사회와 학생을 대상으로 손쉽게 돈을 빼먹으면서 강사와 노동자들을 헐값에 부려 먹을 수 있는 이윤의 화수분과 같다. 그렇기에 진정 사학비리를 끊어내고 대학에서의 노동권과 교육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사립대학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국공립화가 필요하다.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는 오는 9월 19일 사학 비리에 맞서 국공립화를 요구하는 대학 주체들의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무능하고 부패한 사립재단에 반발하는 대학 구성원들의 투쟁이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지금, 우리는 더욱 과감하게 국공립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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