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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전환’ 접근 없이

기후위기 해답은 없다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40도 넘는 최고기온 기록”

“여름 생소한 알래스카에 31도 폭염…주민들 공포에 떤다”

“그린란드 빙하가 사라진다”

“우주에서도 보이는 '아마존 산불' 연기…3주째 확산”

“아마존 산불이 문제라고?…아프리카는 더 불타고 있다”

“야생 동식물 멸종위기 커져…기후변화·열대우림 파괴 동시작용 탓”


이상은 올해 여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언론 기사들의 제목이다. 오늘날 금융-경제위기와 정치적 위기에 더해, 전 지구적인 기후-생태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온난화warming’가 아니라 ‘열화heating’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구는 ‘따뜻해지는’ 게 아니라 이미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비상사태’로 불리고 있으며, 다양한 생물의 멸종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2018년 특별보고서를 발간해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는 순 제로net-zero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온도 상승에 따른 폭염, 가뭄과 홍수, 해수면 상승, 생물종 감소와 멸종, 기반시설 파괴 등으로 전 지구적 재앙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미 1도 정도가 상승한 상태고, 남은 온도는 0.5도 정도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OECD 국가 중에서 네 번째로 많고, 증가율은 최고에 달해 ‘기후 악당 국가’로 불린다. 국가 주도의 무차별 난개발로 국토 환경은 파괴됐고, ‘탈핵·탈석탄’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석탄발전과 핵발전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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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인간과 지구를 절멸시키는 길


생태위기는 일반적으로 ‘인류활동’ 때문이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가 불러온 결과다.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15~17세기 자본주의적 농업혁명을 거쳐, 18~19세기에 시작된 자본주의 산업혁명은 도시로의 인구집중과 더불어 무한이윤을 위한 무한경쟁과 과잉생산을 낳았다. 이 과정은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늘리면서 자연에 대한 약탈과 추출을 기반으로 했다. 빙하기와 간빙기 1만 년 동안 지구 평균 온도는 4도 상승했는데,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100년 만에 지구 온도는 1도 상승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40년에는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 비상사태로 인한 생물종 감소와 대멸종까지 예견됨에 따라, 산업혁명 이후 지금 시기를 ‘인류세Anthropocene’라 칭하기도 한다.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가 더 정확하다는 주장도 있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위기의 핵심 원인이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70%)은 에너지 부문이며, 에너지원 가운데 석유와 석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80%에 이른다. 끊임없는 이윤 추구와 자본주의적 성장은 석유와 석탄을 계속 추출하고, 숲을 파괴하고, 대기를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를 덥혔다.


자본주의적 농업의 발전은 농업생산성과 인구 증가를 촉진했다. 그러나 농업 기업의 이익은 늘어난 반면 농민의 소득은 감소하고, 숲의 파괴와 대량생산의 결과 생태계 순환의 불균형을 초래했으며, 생물 다양성은 훼손됐다. 양서류의 40% 이상, 산호초의 1/3, 모든 해양 포유류 종의 1/3, 곤충 종의 10%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자본주의적 발전이 세계적으로 불균등하게 이뤄졌듯이, 생태계 파괴를 야기하는 국가와 계층,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가와 계층도 동등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생태위기에 책임이 큰 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자본주의를 가장 먼저 발전시킨 제국주의 국가들이다. 그리고 석유, 자동차, 발전 부문 등의 독점대자본 역시 위기의 주범이다.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 배출량이 전체의 70%를 차지하며, 배출량의 70%는 100여 개 기업에서 나온다. 반면 생태적 위기의 결과는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책임이 낮은 국가와 소외 지역, 그리고 대다수 노동자 등 취약 계층에게 가장 가혹하게 나타난다. 지구적 생태계 위기는 전 세계적인 사회 불평등과 삶의 위기를 동반한다.



기후위기의 ‘해법’과 한계


이처럼 기후위기는 어느 한 나라 차원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성격을 띤다. 따라서 위기 극복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래야만 가능하다. 생태-기후위기에 대응해 지금까지 여러 해법이 제기된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은 ‘기술 개발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기술주의적 방법이다. 이러한 기술 개발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도 이어진다. 이른바 ‘녹색성장’이란 개념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태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해법은 위기의 원인이 화석연료 사용에 기반한 경제 시스템에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다. 또한, 위기에 책임을 져야 할 자본이 오히려 위기의 ‘해결사’를 자임한다. 그 결과는 독일 폴크스바겐의 ‘클린 디젤’ 사기극으로 폭로된 바 있으며, 한국의 ‘녹색성장’은 전 국토를 파헤치는 ‘4대강 사업’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은 1997년 기후위기에 대한 전 세계적 대응의 계기를 마련했던 교토의정서 합의 후 부상한 ‘탄소거래시장’이다. 직접적인 온실가스 감축보다는, ‘탄소배출권’이라는 이름으로 국제 거래를 통해 이를 유도한다는 방안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세금(‘탄소세’)을 매기는 방안도 제시된다.


그러나 이처럼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방법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불명확하고, 선진국에서는 구조적인 전환을 어렵게 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생태적인 발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오히려 착취와 파괴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낳을 뿐이며, 그 비용부담을 온실가스 배출의 원인제공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이와는 다르게 ‘자본주의적 성장이 기후변화와 핵발전의 위험을 낳았다’고 지적하면서 ‘탈성장이 해법’이란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성장 중독 vs 탈성장’이라는 구도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바라본 결과다. ‘이윤추구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실천적으로는 ‘자발적 가난’이라든지 개인의 ‘윤리적 소비’에 머무는 효과를 낳게 된다.



기후 변화를 체제 변화로


생태-기후위기는 기술주의나 시장주의로는 극복할 수 없다. ‘탈성장주의’를 통한 실천도 그 한계가 명확하다. 생태-기후위기의 대안은 바로 그 위기의 원인인 자본주의 생산체제를 다른 체제로 전환하는 가운데 모색해야 한다.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노동, 더 많은 소비’라는 자본주의의 환경 파괴적 생산시스템과 생활양식을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회, 생태적 생산-생활양식이 자리 잡는 사회로 전면 재편해 나가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전환의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본주의 체제는 이윤을 위해 더 많은 생산을 추구한다. 둘째, 이윤을 낳을 수만 있다면 자본주의는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지 못한다. 셋째, 자본주의적 생산은 환경의 보전과 삶의 향상이 목적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 자연을 약탈하고 인류의 삶과 생활을 희생시킨다. 넷째, 자본주의 하에서 생산의 감소와 에너지 전환은 수많은 일자리를 감소시키며, 이는 환경보전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수많은 사람의 생활을 어렵게 한다.


미래세대뿐만 아니라 지금의 세대도 신선한 공기, 깨끗한 물, 안정적인 기후와 다양한 생물종의 공존 속에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은 △경제의 탈탄소화decarbonization △서비스와 에너지의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 △에너지 시스템과 자원의 사회화-민주화democratization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그 전환과정에서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 소수자가 희생되지 않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전환이어야 한다.


이 과정은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 석유·석탄 중심 에너지 체제에서 이윤을 얻는 자본 스스로 나설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기후위기에 비상한 대응을 요구하는 노동자민중의 직접적인 행동과 실천만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기후정상회담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기후파업climate strike’이라고 불리는 비상행동이 펼쳐진다. 한국에서도 100여 개 단체가 참여해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성,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에 대한 비상대응을 요구하는 실천을 전개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파업’을 벌이는 계기를 제공한 스웨덴의 16세 학생 그레타 툰베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분이 아니면, 누가 나설 수 있을까요?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행동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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