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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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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위기와 삶의 위기,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김신우┃학생위원회



청년·학생운동의 위기


88만 원 세대, N포 세대 등 청년․학생의 위기를 드러내는 신조어가 등장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이제는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 필요도 없다. 청년의 삶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극심하게 드러나고 있는 지금, 청년이라고 다른 세상을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청년세대가 작금의 위기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흔히 청년·학생 집단은 가장 정치적으로 역동적일 것이라 여기지만, 무기력과 우경화 속에 청년·학생운동이 활력을 상실해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치적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대안과 경로를 모색해야 하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이번 정치캠프에서 진행된 두 세션 “불 꺼진 학생회, 다시 켜기”와 “주거권 운동, 어디까지 왔나”를 살펴봤다.



“불 꺼진 학생회, 다시 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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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션에서 발제자는 학생 대중운동의 복원을 위해 대중투쟁기구로서 학생회에 주목했다. 학생회는 투쟁을 통해 학생 대중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켜낼 때 그 존재 의미를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회가 대중투쟁기구라고 해서 대중운동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대중운동이 언제나 변혁적 운동과 조응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학생이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고, 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에서 급진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학생은 어떤 존재인가? 2010년대 학생운동을 살펴보자. 2010년대 대학생은 정치적으로 부당하다고 여기는 것에 적극 반응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도 사회경제적 부당함에 노출된 존재였다. 그렇기에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나 세월호 참사 등의 투쟁에 적극 나서면서도, 청년실업과 높은 주거비 등 자신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렇다면 2020년대는 어떨까? 저성장과 청년실업 문제는 여전하거나 심해지고 있다. 촛불항쟁 이후 들어선 자유주의 정부는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회 역시 학생 대중에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는 때때로 우경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소수자 혐오를 드러내고, 노동자 투쟁을 비난하는 모습 등은 그러한 맥락의 반영이다.


현실에 대한 학생 대중의 분노가 우경화로 귀결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이 불만을 품은 지점에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대중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발제자는 청년이 직면한 물질적 조건의 위기에 주목해 대학-주거-고용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자고 제안했다. 그 가운데서도 수많은 청년·학생의 삶을 질곡에 빠뜨리는 주거 문제를 대중운동의 중심으로 조망해보기로 했다.



“주거권 운동,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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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주거권 운동에는 어떤 쟁점과 과제가 있을까? 이 세션은 주거권 운동의 역사를 되짚는 것으로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차가인 동맹(세입자들의 동맹)’부터 1970~90년대 도시개발과 강제철거, 뉴타운 개발과 용산 참사,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거권 운동은 역사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형태의 주거권 운동과 쟁점을 살피며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결국 같다는 점이다. 적절한 비용과 환경의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지 못하는 현실은 어디에서 왔는가? 소수의 지대 자본이 대부분의 토지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택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되는 게 아니라 재테크와 돈벌이 수단, ‘투자’ 대상으로 간주된다. 도저히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없는 쪽방을 무수히 거느린 채 현금인출기처럼 사용하는 현실, 전체 주택의 40%를 상위 10%가 소유하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렇다면 우리의 요구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주거는 돈벌이 수단이 아니며, 사회 구성원 모두의 동등한 주거권을 주장해야 한다. 생활비의 5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청년 학생에게*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공적 통제와 공공주택 확대는 주거권을 향한 구체적인 요구가 될 수 있다.



청년·학생운동의 역동성을 복원해 나가자


정치캠프 두 세션을 거치며, 우리는 청년·학생 운동의 과제를 정리할 수 있었다. 운동은 대중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순에 대한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학생회 운동은 그 시작이며, 우리는 학생회를 통한 대중투쟁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는 청년·학생이 직면한 주요 문제인 주거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설득해나가야 한다. 주거는 돈벌이가 될 수 없음을 보이고, 공공주택 확대를 요구하며 주거의 사회화가 필요하고 가능함을 제시해야 한다.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는 10월 1일 주거의 날을 맞아 “자취생 총궐기”라는 청년․학생의 공동행동을 기획하고 있다. 주거권 쟁취를 위한 대중투쟁을 시작으로 청년․학생운동의 역동성을 복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가 발표한 <서울지역 대학 자취생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취생 월평균 주거비는 49.0만 원으로, 서울 대학 자취생 월평균 생활비를 93.2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자취생 생활비의 52.7%에 달한다. 이는 OECD 권고(주거비가 월 소득의 20%가 넘지 않을 것)를 훌쩍 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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