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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사회주의, 

미국과 유럽에서의 두 얼굴


정은희┃기관지위원회



이번 변혁당 정치캠프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사회주의” 테마 가운데 세계 사회주의 운동의 일환으로 동시대 미국과 유럽 좌파의 동향이 논의됐다. 미국과 유럽은 모두 10년 전 시작된 세계 공황을 직격탄으로 맞았지만, 그 정치적 결과는 판이했다. 미국에선 사회주의 세력이 부상한 반면, 유럽에선 극우가 부상하고 좌파가 위축됐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힙’해진 미국 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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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A의 약진과 한국 사회주의운동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강동진 변혁당 사회운동위원장은 미국 DSA(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미국 민주사회주의자)가 어떤 역사적 배경과 과정을 통해 부상했는지 발표했다.


현재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특히 밀레니얼 세대(대략 1980~2000년대 출생 세대)에게 ‘힙한’ 주제라고 한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소득은 감소하고 경제적 불평등은 증가하면서, 당시 오바마 정부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는 2011년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Occupy Wall Street’으로 터져 나왔고, 이후 새로운 대안에 대한 갈망은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에 대한 지지와 ‘사회주의’에 대한 요구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러한 버니 샌더스의 활약에는 DSA라는 조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사회주의 운동은 20세기 초 전성기를 맞았지만, 이후 줄곧 내림세를 걸었다. 그러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공세가 강화되는 시점에 현재의 DSA가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2008년 세계공황을 거치며 급부상하는데, 그 배경에는 DSA가 집중한 △선거 대응 △최저임금 15달러 쟁취와 생활임금운동 △교사 파업이 있었다. 선거에서 DSA는 ‘선거는 중요하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제3정당을 허용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적 민주당은 노동계급과 억압받는 이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요구와 실천을 원칙으로 삼았다. DSA는 특히 교육과 의료, 물류 및 운수 분야를 전략적 산업으로 삼아 ‘평조합원 운동rank and file’을 전개했다. 이 외에도 흑인차별 철폐운동Black lives matter과 폭력적인 이민단속국ICE 철폐운동, 미투운동을 비롯해 전 국민 의료보험-공립대학 무상교육-국가 고용보장-모두를 위한 주거권 확보 등 저소득층과 불안정 노동자, 학생 등의 이해를 요구로 내세우면서 대중적 지지를 확보했다고 한다.


발제자는 DSA가 한국 사회주의운동에 주는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사회주의운동을 ‘눈앞에 있는 사회를 변형시키는 과정’으로 사고 △다양한 주체들의 운동과 투쟁을 조건으로 성장 △선거 대응에서 ‘독자성’을 중심에 두면서도 유연한 접근과 선택 이행 △조직운영의 민주성과 상향식 운영원리 △‘회원’과 ‘지역’을 중심으로 한 ‘행동’ 위주의 활동방식.



유럽: 자본주의 위기를 파고든 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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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럽의 정세에 대해선 “극우가 부상한 EU, 좌파의 현재는”이라는 제목으로 필자가 발표했다. 유럽 통합은 전후 자본주의 질서 재건, 냉전과 체제 경쟁 속에서 시작됐고, 80년대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유럽연합EU을 창설하며 그 한계를 노정했다. 이 과정에서 EU는 유럽 중심국 집권 세력과 자본의 이해를 각국에 관철하는 기제가 됐다. 그리고 결국 2008년 이후 경제위기가 심화하면서 유럽 지배계급은 일련의 대응 조치를 통해 자본의 위기를 민중의 위기로 전가했다.


이 점에서 EU에 대한 입장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 됐다. 우선, 그간 유럽 정치 질서를 형성했던 기독교 자유주의 우파와 사민주의 좌파는 경제위기 이후 그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됐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독일, 프랑스, 그리스 등 각국 정치를 주도하던 사민주의 세력은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좌파 세력도 신자유주의 영국 노동당 우파에 맞선 제레미 코빈(현재 노동당 대표)을 제외하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대신 우파 포퓰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현대화된’ 극우가 부상했다.


유럽에서 좌파가 후퇴한 이유로는, △그리스 시리자 정부 등 좌파에 대한 EU의 탄압 △사민주의 세력과 구분될 수 있는 좌파의 EU에 대한 전략 부재 △노동자계급 운동의 약화 속에서 정치 전략의 한계 △테러/난민과 기후 변화 등 부상하는 쟁점에 대한 대안 담론의 부족 등을 지적할 수 있다. 반면, 극우세력은 △자본주의 변혁 없이 제한적인 분배 정책에 집중하다 사회적 소외와 불평등을 심화하는 데 일조했던 사민주의에 대한 불만을 활용하고 △경제위기 이후 팽배해진 EU에 대한 회의와 불신을 증폭시키면서, 배외주의에 기초해 사회적 불만을 결집하는 선거 전략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 맞선 저항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 기후위기에 맞선 학생들의 동맹휴업, 독일 부동산기업 몰수 운동과 반파시스트 시위, 낙태 처벌에 항의한 폴란드 검은 시위 등 대중투쟁은 위기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의 DSA와 유럽 사회주의 세력의 현재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사회적 불만은 다양하게 분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사회주의 정치 운동으로 조직하기 위한 전략이다. 사회주의운동과 대중의 결합, 그것에 의해 펼쳐지는 대중운동의 성장과 전개는 한국의 사회주의 세력에게도 마찬가지로 관건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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