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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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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로인가, 돌파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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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대중화” 강연이 끝난 뒤, 강연에서 제시된 사회주의 대중화 방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 각 2명씩 총 4명의 지정토론자 발언이 이어졌다. 변혁당은 지난 5월부터 당내 토론을 진행하며 사회주의 대중화를 둘러싼 쟁점과 그에 따른 여러 의견을 확인한 바 있다. 지정토론자들은 이 상이한 의견들을 대변하며 쟁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 글에서는 지정토론자들의 발언 내용을 정리했다.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우회해선 안 된다

홍현진(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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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변혁당 활동 전에 다른 등록정당에서 페이퍼 당원으로 7~8년 정도 있었다. 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사회주의 대중화 방안에 관해 더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변혁당 핵심강령인 “민주적 계획경제”와 “노동자권력”, 이 두 가지에서 후퇴가 생길 것으로 본다.


그에 앞서, 우선 ‘한 기구에서 활동하는 당원’이라는 현재의 원칙을 보자. 지금도 한 기구에서 활동하지 않는 당원들이 있다. 그런데 등록정당으로 가려면 규모를 훨씬 더 확장하게 된다. 그렇게 모인 당원들을 한 기구에서 활동하는 당원으로 만들 수 있을까. 후퇴 없이 이 사업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발제문에서는 ‘정치적 긴장’을 통해 해결한다고 하는데, 그걸로 가능할까.


둘째, “민주적 계획경제”는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회주의 대중화와 맞물려 ‘어려운 말 쓰지 말고 대중적인 얘기로 우회하자’는 제기가 벌써 나온다. 이렇게 되면 명확한 사회주의 지향을 ‘대중적 언어’를 앞세워 바꾸게 된다. 나아가, 현재 강령은 “민주적 계획경제”라는 핵심 가치의 실현 경로로 “노동자권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대중적 언어’를 앞세워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를 우회하거나 바꾼다면, 나중에는 ‘노동자권력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의회를 통해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이 안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


변혁당 당원들은 여타 진보정당 당원보다 뛰어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거 민주노동당이 드러냈던 ‘등록정당 운동’이라는 실패 경로를 우리가 다시 밟는다면, 한국 사회주의 운동마저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정당 등록과 별개로 사회주의를 선전선동하는 사업 자체는 진행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전북도당 당원이 제안한 것인데, “사회주의자 선언”을 할 수도 있다. 우리 강령을 쭉 풀어놓고, ‘우리는 이런 세상을 원하기 때문에 사회주의자다, 변혁당 후원회원이 되어 달라’고 말하는 거다. 나중에 정세적으로 필요하다면, 그 후원당원들에게 ‘이번 국면에서는 등록정당 전술을 쓰고 싶다, 당원으로 들어와 달라’고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무조건 정당 등록’으로 가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현장 노동자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당으로

엄정흠(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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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그런데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한계와 부족함이 항상 존재했다. ‘왜 현장 밖으로 나가느냐, 왜 정치투쟁을 하느냐, 우리 내부에서 임금단체협상 잘하면 되지 않느냐’는 제기가 꾸준히 있었다. 제가 당원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받은 적도 있다.


처음에 사회주의당을 만든다고 해서 정치조직에 가입했을 때, 전국에서 투쟁에 헌신적인 활동가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변혁당까지 흘러온 지금, 규모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자계급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과거보다 현장 노동자 당원은 줄어든 것 같다.


우리 당이 투쟁을 제대로 못 해서가 아니다. 쌍용차, 유성기업, 갑을오토텍을 비롯해 많은 투쟁에 우리는 열심히 결합했고, 지금도 전국에서 우리 당은 투쟁하고 있다. 그런데 그 투쟁이 당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왜 우리의 활동이 당원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당은 현장 노동자들에겐 어려운 당이다. 내용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현장 노동자들에게 변혁당은 심리적 문턱이 높다. 사회주의 지향을 가진 노동자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당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노동 의제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의제에 대한 사회주의적 대안, 노동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하고 신선한 접근이 필요하다.


공공연한 사회주의 선전선동에 반대할 동지는 없을 거다. 우리 당이 좀 더 대중적으로 변하려면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발제문을 볼 때, 아직 완벽히 구체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무턱대고 한 번에 수천 명의 당원을 새로 조직해 곧바로 등록정당으로 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고 조직해서, 점차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발제문에서는 2022년 대선을 목표로 사회주의 후보를 내자고 했는데, 저는 등록정당과 선거대응에 일정하게 동의한다. 물론 많은 동지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저도 그런 우려를 갖고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우려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새로운 방식의 정치운동을 펼칠 시점이라고 본다. 여러 가지 제출된 우려는 토론을 통해 극복해나갔으면 한다.




사회주의 대중정당 추진, 올바른 정세판단인가?

김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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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대중화” 제안은 나름대로 구체적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당이 노동 현안 문제에 매몰된 것으로부터 탈피해 사회·정치적 영역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점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과정상에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사회주의 대중화” 제안의 핵심 취지는 ‘사회주의 대중정당을 건설해 대중적 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현 정세에서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이 올바른 과제인가? 2022년 대선까지 고려한 계획이 과연 현재 조건 상 현실적인 계획인가? 계급투쟁의 양상, 계급 간 힘 관계, 노동자민중의 사회주의에 대한 전망 등을 따져보자. 현재 이 조건들이 갑작스럽게 사회주의 진영에 유리하게 전환되길 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발제문이 제시한 “사회주의 대중화”는 정세 판단에 근거하기보다는 형식에 치우친 계획이라고 보인다. 근본적 측면에서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 보다 근본적이고 계급적인 관점에서 지금의 정세와 우리 당의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 여기에다 대중의 열망을 진단하고 우리의 기회 요소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길게는 남한 사회주의 운동, 80년대부터 시작한 이후 지난 30년간에 대한 평가도 필요할 것 같고, 짧게는 현 시기에 제시할 내용과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새로운 질의 운동은 주체의 결기와 의지,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객관적 조건의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현 시기는 20세기 초나 냉전 시기, 혹은 혁명의 시기가 아니다. 현 시기 대중의 요구는 혁명적 변화보다는 체제 내 개혁에 더 가깝다. 이런 상황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주의자라면, 추상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를 그저 되뇌기보다 구체적인 조건에 맞는 의제를 발굴해야 한다. 이런 투쟁에 개입하면서 당은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끌어낼 수 있고, 내용적-형식적 강화를 꾀할 수 있다. 비록 지난한 과정이고 당장 성과가 미미하더라도, 이것이 사회주의 대중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 정예’를 넘어서야 한다

정연용(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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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시절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해 정치조직 “노동자의 힘”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그 이후 수많은 ‘준비위원회’와 ‘준비모임’, ‘추진위원회’를 거쳐 결국 변혁당이라는 당을 만드는 데까지 함께해왔다. 당을 만들면 뭔가 새로운 활동으로 확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솔직하게 지난 시간들에 대해 평가를 해볼 필요가 있다. 당 건설 이후, 우리는 이전에 가진 기대와 목표를 제대로 달성했는가?


당에 문제와 한계가 있다면, 그걸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새롭게 제안하고 실천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만 해도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진행됐다. 자본주의 스스로 자신의 본질적 한계를 고백하고 드러냈는데도, 그 극복방식은 자본이 요구하는 대로 노동자민중에게 고통과 피해를 전가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당은, 사회주의자라고 스스로 부르는 사람들의 활동은 어떠해야 했는가?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도 유력한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떤 고민과 실천을 해야 할까? 더 이상 사회주의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수 정예’에 만족한다면, 우리가 염원하고 쟁취해야 할 사회주의는 이상이나 꿈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그간 당내에서 사회주의 대중화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면서 많은 동지들이 제기한 쟁점과 걱정, 우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사회주의 전면화와 대중화를 얘기하지 않고, 사회주의에 대해 다수 대중이 공감하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고민은 결국 우리만의 문제로 머무르게 된다.


저도 걱정과 우려가 있다. 그런데 걱정과 우려 때문에 사회주의 전면화와 대중화를 포기하거나 멈춰선 안 된다. 걱정과 우려, 쟁점은 토론해보자. 토론을 통해 결정하고, 그 결정과 함께 투쟁하고 실천했으면 한다. 내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사회주의, 사회주의 대중화로 여러분과 함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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