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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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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2.02 20:08

라떼는 말이야


<입만 열면 청년> 기획팀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기성세대가 “나 때는 말이야~”로 젊은 세대에게 소위 꼰대질하는 모습을 풍자한 표현이다. 세대 간 소통이 활발해야 건강한 조직문화가 정착되는 것 아닐까. <변혁정치>가 시민사회, 노동조합, 정당에서 상근하는 30대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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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 먼저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나위: 저는 최근 민주노총 조직실로 옮겼고요, 변혁당에서도 활동하는 나위라고 합니다.


조은: 저는 참여연대에서 일하고요.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로 일하는 이조은이라고 합니다. 참여연대 노동조합이 있는데, 일꾼을 마치고 평조합원이 되었습니다.


은권: 사회변혁노동자당 경기도당 집행위원장 황은권입니다.



준호: 다들 일하시는 곳 세대가 어떻게 나뉘는지요?


조은: 저희는 상근자만 보면 57명이에요. 상근자 나이대는 2~30대가 1/3 정도. 20대는 두세 분 정도고요. 1/3이 30대, 2/3가 40대 이상. 50대도 별로 없고요. 평균 40대 초중반 정도인 것 같아요.


은권: 저희 상근자는 두 명밖에 없어서…. (웃음)


준호: 경기도당 대표님이 50대 되셨나요?


은권: 그 정도죠. 50대 초중반이시고. 경기도당 자체는 나이대가 높은 편인데 그래도 학생들과 젊은 활동가도 들어오긴 해요.


준호: 민주노총은요?


나위: 최근에 젊어진 건 확실해요. 4년 전에 제 바로 위가 6~7살 위였는데, 지금은 5살 안팎인 분이 6~7분 정도 계시고, 젊은 상근직도 많이 오셨어요. 가맹 조직에서도 신규로 뽑는 사무처는 거의 30대고, 20대 초반도 있어서 ‘젊은 분이 많이 늘었구나’ 싶어요.



준호: 지금 계신 조직 안에서 소통할 때 세대 간 사고방식이나 공감대의 차이를 느낀 경험이 있으실까요.


은권: 저희가 약간 낀 세대 같아요. 지금 학생활동 하는 동지들과 얘기해보면 막히는 부분이 꽤 많더라고요. 제가 약간 꼰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선배 입장에서 이렇게 해보자고 제안하는 것 자체가, 가르치려고 드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세대 담론이라는 게 계급적인 요소를 가리는 측면이 있다고 봐요. 다른 문화,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는 당연한 것 같아요. 그걸 가지고 꼰대질을 하는 게 문제인 거죠.


나위: 저도 지금 스무 살인 분이랑 이야기하라고 하면 잘 못 할 것 같아요.


조은: 예전에 운동하셨던 분들은 인권 감수성, 젠더, 퀴어 그런 부분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언어가 입에 밴 경우가 많죠. 사회적으로 계속 지적을 하고 조직 내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니까 눈치를 보게 되고, 혐오 발언이 줄면서 조직문화도 바뀌는 것 같아요. 고연차 간사가 저연차 간사한테 함부로 말 놓는 비율도 줄었어요. 조직문화가 그런 식으로 시나브로 바뀌고 있죠.


은권: 경기지역 젊은 활동가들끼리 모여서 ‘평등한 지역운동 만들기 네트워크’라는 걸 만들었어요.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서 월급도 많지 않은 곳에서 활동하는데, 그 안에서 위계적이면 버티기 힘든 거죠. 그래서 저희가 모여 약속문을 만들어서 지역사회에 던져보자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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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 아까 학생들 대할 때 어렵다고 하셨는데, 내가 상사나 선배의 위치에 갔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셨는지.


은권: 젊은 세대는 맥락보다는 단편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고요. 나이 드신 분들은 문자 세대고, 지금 세대는 동영상 세대다 보니 맥락보다는 단편적인 사안들만 보고 오해가 생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고, 그러려면 젊은 활동가들과 기존 활동가들이 대화하고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은: 중요한 건 성찰 능력. 그리고 지적을 받았을 때 고민하는 것. 좋아하는 인권활동가 선배가 있는데, 예전에 퀴어 운동이 전무했던 순간에 본인도 모르게 퀴어 혐오적 발언을 했던 걸 나중에 깨달으신 거예요. 그걸 반성하시는 거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본인이 잘못했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렵잖아요.


나위: 청년 조합원들이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술 좀 그만 먹어라’ 하는 거예요. 근데 중요한 건 ‘누구랑 어떤 얘기를 하면서 마시냐’죠. 내 얘기에 공감해주는 사람과 술 먹는 거랑 일방적인 청자가 되는 자리는 다르거든요. 저도 어른들과 술 마시면 30분 만에 지루해져요. 어른들 특징은 자기 얘기만 한다는 거. 민주노총 들어온 지 4년인데 ‘제일 힘든 건 뭐냐’ 이런 질문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근데 자기 얘기는 정말 잘해요. “나는 이런 게 힘들다”부터 해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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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 그래도 일반 기업들보단 나을 것 같은데, 문제 제기하면 받아들여지는 것도 있고. ‘이렇게 하면 더 잘 될 것 같다’ 싶은 게 있을까요.


조은: 노조를 통해 저연차 간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식일 수 있고. 눈치를 보도록 세게 얘기하는 방식도 있고. 어떨 땐 크게 문제 제기 할 때도 있다고 보고, 한편으로는 같은 목적을 가진 활동가이니 문화를 맞춰갈 필요도 있고. 노조를 통해서, 약속문을 통해서 조직문화, 지속가능한 활동문화를 바꿔 가는 중인데, 고민이에요.


나위: 청년이든 여성이든 자리 말고 권한을 줘라.


일동: 맞아 맞아.


나위: 권한 있는 자리에 젊은 사람들과 여성들이 가면 많은 게 바뀌어요. 저는 요즘 소수자 TO에 회의감을 느껴요. 조직의 주요 자리에 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리스크를 감수하고 권한을 많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역으로 생각하면 하던 사람이 하던 방식대로 하는 것도 리스크가 크거든요. 조직이 정체되는 거니까. 그런 면에서 나도 좀 더 나대야겠다고 생각하고요. (웃음) 조직도 노력이 필요하죠. 민주노총 부위원장 3명이 30대가 된다든지. 변혁당도 대표가 30대가 된다든지. 30대가 조직을 이끌려면 여러 조건이 바뀌어야 하잖아요.


조은: 맞아요.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건데. 참여연대 처음 만들 때 주축이 30대였잖아요. 그 자리에 있으니까 훈련이 되어서 되는 거고. 그게 고착화하다 보니까 기회가 그들에게만 돌아가고. 순환이 안 되면 조직이 노쇠화한다고 생각해요.


나위: 소수자 위원회를 꾸린다는 것 자체가 골간 조직에서 분리되는 게 있거든요. 그 사업은 거기서만 하게 되고, 그런 고민이 많이 들어요. 여성이나 청년 문제는 주류 자리에 여성이나 청년 보내는 게 답입니다.


은권: 저희도 발랄해지려는 노력,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그게 난망하네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요. 이런 약속문 우리 스스로 한 번 만들어보고. 세대갈등으로 비치기보단 같이 어우러져서 토론하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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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 이제 마무리, 오늘 대화 나눠보니 어떠신지.


조은: ‘어디든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 (웃음) 문제의식은 많이 올라와 있고 실제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사회는 세대교체가 꽤 되고 있죠. 주류 문화가 바뀌는 과도기인 것 같고요. 노동, 시민사회에서 청년들이 좀 더 많이 교류하고 이렇게 자리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위: 요즘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사는 30대 네트워킹이에요. 서로 잘 모르고 살잖아요. 민주노총 안에서도 교류 잘 없고 시민사회단체랑은 더 없거든요. 그런데 관계망이라는 건 힘이에요.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것 자체가 활동의 힘이고 상상력과 자극이 생기는데. 그래서 젊은 활동가 네트워킹을 하고 싶어요. 어떤 조직에서든 젊은 사람이 대세가 되고 있고, 불만만 늘어놓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어요. 이제 젊은 활동가들이 권한을 자기가 쟁취하든, 뭔가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은권: 젊은 활동가들이 지역에 많이 생기는데, 고립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서울 참여연대는 워라밸*이 있는데, 지역은 야근에 치여 살고 조직문화도 권위적이고요. 젊은 활동가들이 모이니까 상황을 알게 되고, 같이 공감하고서 이런 약속문까지 만들게 됐죠. 그런 활동이 서울, 수도권 네트워킹이 되면 우리가 느끼고 있는 변화에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느 단체에서나 입만 열면 청년을 말하는 시대. 하지만 청년들은 아직 권한 없이 들러리로 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제 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청년을 조직의 중심으로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보다 평등하고 젊은 조직문화를 기대해본다.



*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의 준말.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한다.



* 입만 열면 청년 ┃ 정치인이든 언론이든 ‘청년’에 대한 얘기를 쏟아내는 세상이다. 호명된 객체가 아닌, 발화의 주체로서 청년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그들의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이 사회를 바라보는 청년의 시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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