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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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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7.14 18:20


87년 체제와 주택금융화 (3)

 

송명관참세상연구소()




 

부채-자산 경제에 의존한 사회변화와 생존전략이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오진 않았다. 한국도 미국처럼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빚테크의 환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우스푸어가 바로 이것을 지적하는 말이다. 그리고 하우스푸어문제는 역전세’, ‘깡통주택’, ‘깡통전세라는 말을 만들어냈고, 이후 각종 푸어족을 만들어내는 시발점이 되었다.

 

2008~2017, 부채위기와 주택금융화의 성장

한편 이런 가운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봉합되면서 금융선진화 전략을 통한 주택금융화는 위기 이전보다 성장하게 된다. 이미 노무현정부에서 제정되었던 자본시장통합법2009년부터 시행되었고, 금융기관의 대형화, 겸업화, 금융혁신, 금융투자의 유입이 가속화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갖추게 되었던 것이다. 다만 당시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거시건전성 강화가 중요한 금융정책의 의제였는데, 금융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금융 산업을 선진화시키려는 기존의 전략이 결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금융선진화 전략 속에서 주택금융화가 중요한 한축을 이루게 된 것이다.

주택금융화의 핵심적인 내용은 부실화된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고, 주택투자를 중심으로 주택거래를 활성화하여 모기지증권MBS 발행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비투기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시키고, MBS 발행 확대를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장기화, 고정금리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역할을 강화시켰다. 이후 주택담보대출은 다시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리하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07년 말 약 287.7조원에서 5년 뒤인 2012년 말 약 431.8조로 1.5배 증가했다. 급기야 2015년엔 90년 이후 가장 많은 주택분양 물량(70만호)이 쏟아졌다. 결국 다시 한 번 가계가 내수부양의 버팀목으로 동원된 것이다.

이렇게 한국사회에서 가계는 한편에선 재생산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주택금융화의 주체로 동원되는 양극화된 상황에 놓여 있다. 이것은 87년 이래로 이어져 내려온 중산층 육성전략, 자산기반 복지체계의 편향, 금융화에 기댄 빚 권하는 사회”, 내수부양의 지지대로 기능하는 가계부채 등이 얽혀서 만들어낸 기괴한 현실이다. ‘금융화에 동원된 대중들은 실패했지만 금융화는 계속 대중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성공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대중들이 다른 선택지를 찾지 못 한 채, 과거의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지배계급의 중산층 육성전략에 포섭되고, 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분출한 사회개혁의 열망이 세련된 신자유주의 금융화 전략에 융해되어버린 경험을 반복하는 듯 보인다.

 

금융화의 양극화된 결과와 사회재생산 위기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은, 과거의 두 전략의 경우 그 실행을 담보할 경제적 여건과 토대가 장기간 지속되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금의 지배계급의 대응전략은 과거를 답습하거나 오히려 사회재생산의 토대를 붕괴시켜 대중의 삶을 해체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커다란 위기를 겪었던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 저성장체제의 고착화, 소득불평등 심화, 세대 간 연대의식의 파괴, 연금과 조세를 둘러싼 계층 간 갈등 등은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겪고 있는 문제이다. 위기 당시 국가적 수준의 위기대응책을 펼쳐 혼란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복구했으나 그 대응책으로 수혜를 입은 계층은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계층에 편향됐다. 불안정 노동계층은 더욱 확대되었고, 청년층의 실업률은 늘어났다.

한국사회에서 금융화에 기댄 구래의 자산기반 복지체계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 새로운 사회재생산 전략을 짜야할 시점에 우린 놓여 있다. 이 위기를 올바로 인식하고 새로운 대응전략을 짤 때, 자산기반 복지체계의 역기능과 딜레마에 빠진 대중들은 자신의 삶을 개척할 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계급대중정치의 치열한 갈등이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조세, 연금, 부채, 재정 등이 갈등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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