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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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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직선제,

대학다운 대학의 출발점이다

 

김상연학생위원회


 


지난 818, 총장직선제 수호를 외치며 투신한 부산대 고현철 교수 2주기 추모식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는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총장간선제를 유도해왔던 대학평가항목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국공립대에서의 총장직선제를 자율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국립 제주대에서 5년만의 총장직선제 실시를 결정하는 등,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총장직선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차원에서 총장직선제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청주대, 동국대, 서울대 등 총장과 이사회의 전횡을 둘러싼 논란에는 어떠한 개입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 한신대 총학생회,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 등 대학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온 학생들의 모임인 <대학 민주화를 위한 대학생 연석회의>는 모든 대학에서의 총장직선제 즉각 실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 청소노동자, 대학노조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등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자리였다.

 

총장직선제, 왜 필요한가?

그렇다면 이들은 왜 총장직선제를 대학사회의 당면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가? 문재인정부의 진보적 교육정책이라는 호조건도 물론 하나의 요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총장직선제가 지난 신자유주의 정권 동안 이어져온 대학민주주의 파괴라는 적폐를 끊는 중요한 매개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대학 구성원들의 투쟁이 대학의 민주적인 운영을 지켜내기 위한 방어적 투쟁이었다면, 오늘날 총장직선제를 보다 완전하게 되찾는 과정은 대안적인 대학 운영의 가능성을 여는 공세의 출발점이다. 총장직선제가 중요한 이유는 대학이 구성원의 손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사회의 책임 하에 공공적이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바로 세우는 큰 흐름 위에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총장직선제가 무엇을 달성할 수 있고, 달성해야 하는가? 먼저, 총장직선제는 사학재단의 이사회, 대학구조조정을 추동하는 정부 관료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대학을 다시 구성원의 통제가 운영원리로서 작동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대학의 친기업적 개편을 위해 정부와 사학재단들은 총장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총장을 이사회나 정부에서 꽂아 넣을 수 있도록 직선제를 폐지해왔다. 총장직선제를 되찾는 것은 이들이 대학에 이윤논리를 집어넣기 위해 활용해왔던 중요한 수단을 대학 민주주의로 대체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자본과 국가가 아니라 대학의 당사자들이 대학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건이다.

두 번째로, 대학 내에서 구성원들의 목소리와 권리들을 확대시킬 총장직선제는 대학 기업화를 저지하고 대학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교육 사회화 전선에서의 중요한 고지이다. 다른 공공부문과 마찬가지로 교육 또한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이 가장 중요한 운영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이후 대학에서는 교육을 상품화하여 판매하고, 자본의 또 다른 수익창출처로서 고등교육이 시장화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키고 무상교육과 교육 주체들에 의한 공공적 운영이 대안적 질서로 대학에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서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확립함으로써 돈을 쌓고 수익을 확대하는 현재의 대학 체제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나아가, 새로이 도입될 총장직선제는 과거처럼 정규 교원들만의 민주주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직원, 비정규직 강사-노동자 등 대학을 구성하는 모든 주체들의 동등한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은 비단 형식적 평등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학이 이윤논리에 따라 몸집을 확장하고 돈을 쌓는 데만 집중하면서 배제되고 소외되어온 주체들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며, 이들이 진정한 대학의 주체로서 인정받아야만 또 다시 구성원을 희생시키는 대학기업화 정책들이 강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동등한 참여를 요구하는 학생의결권 보장, 나아가 모든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하는 총장직선제의 제도적 도입은 대학의 거버넌스를 넘어 운영원리 자체를 뒤흔들 것이다.

 

대정부 투쟁을 중심으로 대학구성원 공동투쟁을 모아내야

<대학민주화를 위한 대학생 연석회의>는 하반기 대정부 법제도 개선 요구를 중심으로 개별 대학으로 흩어져 있는 대학민주화 투쟁들을 하나의 공동투쟁으로 모아낼 계획이다. 또한 학생을 넘어 정규직-비정규직 교수, 노동자 등 대학 민주주의 후퇴로 직접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했던 모든 주체들과의 연대를 건설할 계획이다. 총장직선제에 대해 우호적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문재인정부에게, 가장 고된 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대학민주화를 외쳐온 투쟁 주체들은 당당히 요구할 것이다. 모든 대학에서 지금 당장 총장 직선제를 실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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