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탈핵원년?
무너진 기대?
재출발 필요한 탈핵운동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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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는 대통령 후보시절 건설 중인 신고리 4호기, 신울진 1,2호기에 대한 공사 중단과 재검토,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 월성 1호기 수명연장허가 무효소송 항소 취하 및 폐쇄, 영덕과 삼척 등 계획 중인 핵발전소 백지화와 전력개발사업 실시계획 해제, 고준위방폐물 관리계획 전면 재수립 및 재공론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와 제2원자력연구원 건설 계획 재검토, 핵발전소 인근 피해지역주민 대책 마련, 탈핵로드맵 작성 등을 통해 핵발전 위주의 전력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탈핵공동행동)’을 비롯한 탈핵운동진영은 이 공약들이 실현된다면 “2017년은 핵발전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탈핵원년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그리고 6월 19일 국내 최초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 가동중지’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원자력발전소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하고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고 강조하였다. ‘고리 1호기 가동중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대형 핵사고, 한반도 지진 위험, 핵산업계의 각종 비리사건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 증설 계획을 계속 추진하면서, 핵폐기물 관리와 사용후핵연료 연구 등에 있어서도 지역주민들의 우려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계획 추진을 일삼아왔던 정부정책의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여겨졌다.
‘중립’ 탈 쓴 공론화위원회의 근원적 문제
그러나 이날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원전 설계 수명 연장 금지’를 천명하면서도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탈핵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해 ’원전제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표명과는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해서는 시민배심원단에 의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해 책임을 떠넘겨 버렸다. 7월 24일부터 10월 20일까지 약 3개월간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는 471명의 시민참여단으로 구성되어 최종적으로는 건설재개 59.5%, 건설중단 40.5%라는 결론을 도출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이런 결정에 대해 문재인정부는 “촛불민주주의에 이어 또 하나의 민주주의를 보여줬다”고 자평했으나,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되는 지역주민의 참여 과정에서 나타난 불공정성 논란, 보수언론과 한국수력원자력․원자력연구원 등 정부출연기관 등의 건설재개 활동이 지속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게임’으로 비판받았다. 그리고 11월 20일 포항 지진이 발생하였는데, 그 이후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증가함으로써 정부정책의 결정을 공론화 방식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의문과 문제제기가 확산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를 선언했고, 현 정부에서 모두 4기의 핵발전소가 새롭게 가동됨에 따라 핵발전소의 개수가 실제로 줄어드는 것은 다음 정부부터라는 점을 밝힘으로써 애초 약속했던 ‘탈핵’정책을 포기했음을 천명하였다. 문재인정부 출범 5개월만의 일이다.
재출발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놓인 탈핵운동
탈핵운동진영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라는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더군다나 결과적으로는 정부의 공약파기를 위한 책임회피 과정에 참여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탈핵운동의 필요성과 탈핵의 쟁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론화위원회에서도 “원전을 축소하자는 비율이 53.2%로 높았고, 확대는 9.7%로 낮게 나왔다”며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신고리 공론화 기간 동안 묻혀 넘어가 버린 영광 한빛 4호기 안전성 문제, 핵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강화 문제, 고준위핵폐기물 문제 등 현안이 존재한다. 그리고 ‘탈핵’은 핵발전소를 줄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등으로의 에너지전환, 에너지 수요관리, 에너지 공급구조의 개혁 등 전반적인 에너지정책과 연관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핵발전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의 ‘탈핵’에서 보다 더 확장하여, 핵발전소나 핵무기, 핵폐기장, 핵재처리 등 모든 핵에너지의 사용에 반대하는 의미로서의 ‘반핵’으로까지 나아가야 하는 과제가 탈핵운동 앞에 놓여있기도 하다.
한편, 지난 12월 5일 한수원노조를 비롯한 5개 원자력산업노조 등이 ‘원자력 정책연대’를 창립하여 핵발전 축소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에 나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탈핵운동은 그동안 핵발전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단체’ 중심에서 노동자를 비롯한 대중운동, 더 나아가서는 일상적으로 시민의 참여를 통한 대중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도 부여받고 있다.
어쩌면 2017년은 ‘탈핵 원년’으로서보다 탈핵운동의 재출발과 도약을 위한 모색의 해로 자리매김되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