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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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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04.01 13:44

네모집날도래

 

물속에서 겨울을 난 벌레들을 보려고 개울로 갔다. 바닥을 훑어보니 모래 대신 시커먼 뻘만 건져졌다. 돌을 몇 개 뒤집어서 살펴보지만 살아있는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저만치 바위에 고인 물웅덩이 속 도룡뇽 알만이 이곳이 도룡뇽이 살 만큼 맑은 물이 흐르던 곳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아이들과 버들치, 다슬기 물속 벌레들을 잡곤 했다. 4월쯤이 물속 생물을 관찰하기 좋을 때다. 돌을 들추면 돌 밑에 붙어있는 하루살이 애벌레가 바글거린다. 이걸 손으로는 떼어낼 수 없다. 작은 붓으로 살살 떼어낸다. 뜰채로 물속 낙엽이나 모래를 그득 쓸어담아서 물밖에 가져다 놓고 조금씩 헤집으면서 보면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들이 있다. 하루살이 애벌레도 있고 각다귀 애벌레나 잠자리 애벌레도 보인다. 그냥 가만히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작은 돌멩이나 나뭇가지 같은 게 슬슬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바수염날도래와 네모집날도래 애벌레가 나뭇가지나 모래알갱이로 지은 집은 끌고 가는 것이다. 스티로폼 그릇에 옮겨 담은 물속 벌레들이 바글바글하다. 그 가운데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것은 집을 짓고 사는 날도래 애벌레들이다.

날도래는 애벌레, 번데기 시기에 물속에서 지내다 물 밖으로 나와 날개돋이를 하고 어른벌레가 된다. 흔히 날도래 애벌레는 깨끗한 물속에서 집을 짓고 산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날도래는 맑은 물에서만 살지 않는다. 계곡의 맑은 물에서 사는 종이 있고 개울, , 호수, 늪에서 사는 종이 있다. 일시적으로 생긴 물웅덩이에서도 날도래를 발견할 수 있고, 오염된 도시의 하천에서도 날도래를 찾아볼 수가 있다. 날도래 무리가 종이 많은 것은 이렇게 다양한 서식 환경에 잘 적응했기 때문이다. 종이 많고 사는 곳이 다양해서 어떤 날도래가 사는지를 알면 그 곳의 물 맑기를 가늠할 수 있다. 네모집날도래와 바수염날도래는 사는 범위가 넓지만 2급수 물 맑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개울 위로 올라가면 깨끗한 계곡물에서 사는 띠무늬우묵날도래를 볼 수 있고, 개울 아래로 내려가면 조금 오염된 곳에 사는 줄날도래를 볼 수 있다.

날도래가 다 집을 짓고 사는 것은 아니다. 집의 모양도 다 제각각이다. 바수염날도래나 네모집날도래는 대롱모양 집을 짓는다. 광택날도래는 거북등 같은 집을 짓고, 애날도래는 지갑모양의 집을 짓는다. 줄날도래처럼 집을 짓지 않고 그물을 치는 날도래도 있고, 물날도래처럼 집을 짓지 않고 자유생활을 하는 날도래도 있다.

날도래는 물속 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그물을 치고 그물로 걸러서 식물질이나 동물질 부스러기를 먹는다. 자라면서 먹이가 바뀌고 직접 사냥을 하는 종도 있지만 대개 물속 유기물을 먹어치워 물을 맑게 해준다. 또 날도래는 물고기의 좋은 먹이가 된다. 몇 해 전 날도래 애벌레로 낚시를 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낚시바늘을 매단 실을 나무막대기에 대충 묶고 날도래 애벌레 집에서 거침없이 애벌레를 꺼내 낚시바늘에 꿰어 물속에 던져놓고는 10초도 되지 않아 제법 큼직한 버들치를 낚아 올렸다. 순식간에 10여 마리의 버들치를 잡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모두 감탄해 했다.

네모집날도래는 처음에는 모래알갱이로 집을 짓다가 자라면서 그 이름처럼 차츰 낙엽으로 네모난 대롱모양의 집을 짓는다. 바수염날도래의 모래알갱이 집도 재미있지만, 네모집날도래의 네모난 집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아이들은 크기가 작아서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돋보기나 루페로 보여주면 모두 탄성을 지른다. 작은 벌레를 하찮게 여기던 생각이 바뀌었는지 벌레를 놓아주는 모습이 조심스럽다. 하찮고 쓸데없는 생명은 없다. 지금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그 나름대로 오랜 세월 자연에 적응해서 살아남은 종이다. 그래서 모든 생명은 동등하다.

하천 공사를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물은 다시 맑아질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절로 맑아지지는 않는다. 날도래 애벌레 같은 물속 벌레들이 물을 맑게 하는 것이다. 물속 벌레들이 살수 없다면 시간이 흘러도 물은 맑아지지 않고 썩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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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강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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