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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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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룡포가 된 인민복

인민은 이미 없었다

 

룡징서울

 

원고를 청탁하고자 각기 미국과 캐나다에 유학 중인 중국공산당원들과 여차저차 연락했다. 돌아온 거절 답변들은, “시진핑? 그 멍청이에 대해 내가 할 말은 없다라는 냉소적 짜증과, “미국에 살던 러시아인도 푸틴 욕했다고 암살 당했는데, 내가 그 주제로 해줄 말은 없다라는 신중한 설명이었다. 익명 기고를 아무리 약속해도 한결같이 돌아오던 말들에서 감지한 공통된 감정은 공포였다.

 

중국공산당의 지도 이념 된 시진핑 사상

201839, 일명 시진핑 사상을 지도사상으로 추가한 전국정협 규약 개정안이 중국 최고의 국정자문기구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어 311,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수정안 형식의 헌법도 통과되었다.

전국인대와 전국정협은 중국의 양회로서, 사실상 중국의 국가최고결정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서 국가 주석직의 3연임 제한 조항을 폐기하고, 당과 정부의 감찰기능을 통합한 국가감찰위원회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헌법 수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었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 중국공산당 공식 지도사상으로 헌법에 담겼다.

이제껏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의 이름을 달았던 내용은 이론체계로만 거론되었는데, ‘사상으로서 개인의 이름을 달고 헌법에 명기되기는 시 주석이 마오쩌둥 이후로는 처음이다. , ‘시진핑 사상의 위상도 마르크스-레닌의 사상과 마오의 사상의 뒤를 이어 중국의 통치사상으로 승격된 것이다.

이에, 그간 시진핑이 부패척결의 미명하에 진행했던, 장쩌민 등 상하이방을 상대로 한 숙청이나, 시진핑의 최측근인 왕치산 등 친위 파벌(일명 습가군, 習家軍)에 대한 절대적 비호라든가, -국가의 언론 통제를 통해 착실히 쌓아 온 시진핑 우상화 과정의 정점에서, 이번 헌법수정안의 통과와 정협에 대한 시진핑의 장악은, 이미 착실히 준비되어 온 시진핑 개인의 절대 권력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조의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이는 일견 사실일지라도, “사회주의는 역시나 독재정권을 낳는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중국공산당이 제아무리 억지 논리를 펼쳐도, 중국은 이미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종신 집권과 시진핑 사상의 헌법 포함이 의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번 헌법 개정이 이렇다 할 만한 변화를 불러오진 않을 것이다. 이미 시진핑은 국가보다 이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중국의 일당체제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직과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겸임하며 실질 권력을 장악한 상태인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직 연임제한이 풀렸다고 크게 달라지는 바는 없다. ‘78의 관습상, 68세에 은퇴한다는 비공식적 나이제한이야 존재하지만, 이는 성문화된 것도 아닐뿐더러, 2022년 차기 당 대회가 열리는 해 시진핑이 69세가 되니 그때 가 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진짜 문제는,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오쩌둥-덩샤오핑-시진핑이라는 신생 중화트로이카의 사상적 세습 속, 모순적 정당화의 논리를 뜯어보고,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빛 좋은 개살구를 조금만 뒤집어 보면, 금세 허상이 드러난다. 이번에 14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통과된 시진핑의 소위 신사상에서는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세 개의 사회주의적 핵심가치를 실천한다라는 내용이 부각된다. 이 맥락은 19291934년에 진행되었던 중국 사회 성질 논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공산당은 당시의 중국이 자본주의의 전단계적 반봉건사회라고 보고 있었고, 이는 리다자오의 나로드니키적 관점을 이어간 마오쩌둥의 실천론에도 반영되었다. 마오쩌둥은 생산 관계 재편으로 생산력의 한계를 앞지를 것을, 낮은 단계의 사유제에서 높은 단계의 공유제로 옮겨갈 것을 종용하며 역사적 단계의 뜀뛰기를 무모하게 밀어붙였다. 덩샤오핑은 1978년에도 이 논리를 이어가며, 경제개혁을 위한 개발을 담당할 - 사실상 자본계급의 역할을 대행하다시피 할 국무원을 앞세우며,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1992년 장쩌민은 시장이 자원배분의 역할을 하게끔 돕는 것이 공산국가의 역할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과도기적 공산주의라는 가면을 씌운 신자유주의의 연장선상에서, 시진핑의 중국은 여전히 공산국가를 자임한다. 이 뜬구름 속에서, 정작 중국 인민은 숨조차 쉴 수가 없다.

 

노동자 인민을 소모품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중화인민공화국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공영매체들은 한동안 시다다大大(‘시진핑 아저씨’)라는 애칭을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영수領袖라는 극존칭까지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기 속아 넘어가는 중국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항간에서는 중국이 꼭 북조선 같아지고 있다며, 서조선西朝鮮으로 국호를 바꾸자는 우스갯소리도 퍼지고 있다. 장시성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형상물을 시 주석의 초상화로 대체하면 생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마저 실시 중이다.

중국공회는 중국에서 법적으로 허용된 유일한 노동조합이고 가입률이 전체 중국 노동자의 70%에 이르지만, 노동자를 전혀 대변하지 못하고, 오히려 노동계급의 저항권을 묵살하는 데에만 활용되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는 하루 평균 최소 열두 건의 파업이 진행된다. 이 중, 독립노조의 결성이나 결사의 자유 따위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공회가 주도하거나 승인하는 파업은 당연히 없다. 중국 노동시장 자체의 고질적 기형구조를 감히 건드리는 일은 군대를 동원한 탄압을 불러올 뿐이기 때문이다. 참다못해 최후의 수단으로서 파업을 택하는 중국 노동자들은 도로를 막거나 감독관을 직접 협박하거나 군경과 대치하는 등, 목숨을 불사한 투쟁을 마다 않는다. ‘탄 지칭이라는 가명으로만 알려져 있는 한 공장노동자가 2010517일 촉발시킨 난하이 혼다자동차 공장 파업도 결국에는 7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이례적 집단 파업으로 번지는 불씨가 되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탄 지칭 개인이 더는 못 견디겠다며 생산라인의 긴급중지버튼을 누른 데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공영기업인 체하며 중국 당국과 결탁해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배가시킨다. 여기에 중국공회라는 관제노조까지 합세하여 노동조합인 체하는 정치자본의 초국적 셈법 속, 노동자들은 공장 문을 걸어 잠그고 저항하다 끝끝내 끌려가 교섭 아닌 교섭을 강요당한다.

중국 당국은 인민을 두려워하고 있다. 즉 중국공산당은 존재의 이유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의 중국을 보며, 우리 스스로도 진단하고 넘어서야 하는 문제들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세상이 도래하길 바라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함과 동시에, 어떤 실수들만큼은 절대 반복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만 한다.

 

* 전국정협全國政協 - 인민단체, 소수민족, 홍콩 마카오 교포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문기관

** 전국인대全國人代 - 공산당 산하. 주요 국정을 심의하고 법률을 의결하는, 국회격의 최고권력기관

*** 2018년 신설 예정인 국가감찰위원회는 기존의 반부패 기구였던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보다 확장적이며, 전국의 판사, 검사, 의사, 교원, 국영기업 간부를 감독, 심문, 구금, 재산 몰수할 수 있는 기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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