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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 언제 어떻게 돼도 이상하지 않은 내 목숨!

 

최명숙인천



* 과도한 업무, 장시간 노동, 심야 노동, 직장 내 괴롭힘 등에 이르기까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요소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나의 일터를 고발합니다> 코너에서는 노동자가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작업장 안에서 얼마나 하찮게 여겨지고 있는지 현장활동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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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2일 부산의 LCT 포스코건설 현장에서 작업하던 건설노동자들이 발판 추락으로 인해 5명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며칠 후 37일 인천 송도 포스코 현장에서 펌프카가 쓰러져 옆에서 타설하던 건설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엊그제인 319일에는 터널 작업을 하던 스물세 살 건설노동자가 천장에서 떨어진 구조물에 맞아 사망했다. 그 현장도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던 현장이었다.

이렇듯 건설노동자들은 언제 어떻게 돼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현장에서 목숨을 내놓다시피 위험천만하게 일하고 있다. 이건 어느 순간 발생하는 천재지변도 아니고, 지금의 건설현장 구조 속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사고다.

 

건설 현장의 최악 - 도급 구조

건설 현장은 시행사인 발주처, 시공사인 원청, 그리고 직접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하청으로 이뤄지는 다단계하청 구조 속에서 공사가 진행된다. 모든 공사가 이렇게까지만 진행되면, 그리고 하청인 협력업체가 직접 건설노동자를 고용해서 진행하기만 해도 큰 문제는 안 생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그 공사를 진행하는 하청업체는 전 공정을 도급을 준다. ‘시다오께’, ‘오야지라고 부르는 팀장에게 도급을 주고 자기들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도급을 받은 팀장은 공사가 시작하면서부터 시간이 곧 돈이 된다. 이때부터는 제대로가 아니라 대충대충’, ‘빨리빨리가 되어야 그나마 자기가 부리는 사람들 임금 주고 더 많은 돈을 자기가 챙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밑져서 공사를 하나 마나이니 그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제대로 안전시설을 갖추려면 그만한 시간과 돈이 들어가야 하지만, 도급을 받은 팀장 입장에서는 그것을 할 리 만무하다. “안전장치, 안전시설이 대관절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나는 그냥 시간 단축해서 빨리 끝내고 내 돈만 챙기면 되니 다른 것은 얘기하지 말라고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현장에서 내 목숨이 언제 어떻게 돼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

 

시공참여자 제도는 없어졌건만...

건설 현장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아주 옛적부터이긴 하지만 본격적인 시점은 지난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참사가 발생하면서부터였다. 이 참사를 겪을 당시 정부는 누가 이 다리를 공사했냐?”고 추궁했단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이 어이없게도 시공참여자 제도였다. 누가 지었는지 모든 현장과 구조물에 실명으로 이름을 기재해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제도가 건설현장에서는 도급을 합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07년 건설노조는 시공참여자 제도가 건설 현장을 갉아먹는 죄악이니 폐지하라고 투쟁했고 결국 2008년부터 폐지되었다.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도급구조는 불법이다.

그러나 건설현장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도급구조에서 안전장치, 시설은 모르쇠로 일관할 뿐더러 오로지 빨리빨리가 현장에 난무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모든 사고의 원인은 도급구조, 그 자체에 기인한다. 정부와 자본은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 건설노동자들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그 바람에 자기 잇속만 챙기면 그만인 건설 현장의 적폐는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힘들고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같은 도급구조 속에서 건설노동자들은 날마다 죽어가고 있다. 아무리 목이 터져라 외쳐대도 소용이 없을 지경이다. 최저가 낙찰만 고집하는 입찰제도, 시간이 돈이 되는 도급구조, 안전관리비가 로비 자금이 되는 현실, 이런 최악의 구조가 건설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범이다.

건설노조는 1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그 어느 현장에선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내 동료 살려내라고, 열심히 일한 내 임금 내놓으라고, 건설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최소한 법에 나와 있는 건 지키라고 외친다.

그 결과 예전에 비해 임금, 노동조건 등이 많이 나아졌다고 조합원들은 한목소리로 입 모은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생명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건설 현장, 그 건설 현장에 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우린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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