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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서산 만들기,

노동자시민이 나섰다

 

이백윤(환경파괴시설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서산시민사회연대 집행위원장)충남

  


충남 서북부의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서산시에 일종의 랜드마크 격인 옥녀봉, 그곳에 낙엽이 썩지 않은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대기 중 화학물질과 산성비 때문에 미생물이 죽어버려 부식이 안 되는 것이라고 한다.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기업이 5개나 위치해있는 서산시 대산읍의 학교에서는 여름에 학생들이 창문을 열지 못한다고 한다. 오래 열어두면 목이 칼칼하고 속이 메스꺼워져 다시 닫게 된다는데,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만은 아닌 듯 하지만 아직 그 근원은 알지 못한다.

주관적인 신체 반응이나 소문에 비해 객관적인 수치도 있다. 불과 몇 년 새 암 발병률이 전국 평균 3배가 되었고, 인구 천 명당 심근경색 환자비율 전국 1, 응급헬기 출동비율도 서산태안지역이 전국 1위를 차지한다. 100세 이상 장수비율이 항상 전국 23위를 차지했는데 이 추세라면 조만간 평균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벤젠과 부타디엔, 이산화황 등 대기 중에 퍼져있는 소위 유독성 발암물질이 수도권의 230배에 달한다.

이유가 뭘까? 충남 서부권에는 대기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뿜어내는 시설이 해안가를 중심으로 퍼져있기 때문이다. 당진, 태안, 보령, 서천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있고, 당진에 국내 철강생산 2위 기업인 현대제철, 서산에 여수 다음으로 규모가 큰 화학단지가 있다. 대기 중 오염물질과 발암물질로 인한 신체증상은 2530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는데, 이제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으로 나타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기업과 건설사 이윤 위해 시민 안전은 나 몰라라

이런 동네에 환경유해시설이 또 유치된다.

현대오일뱅크가 코크스보일러를 추가로 지으려 한다. 이미 그 유해성이 입증되어 세계적으로도 기피하는 추세에 있는 코크스 연료로 보일러를 가동해서 주변 기업에 공급하면 연 수백억의 초과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반대로 잠정 보류상태에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다.

서산 산업단지의 산업폐기물매립장. 시행사는 영업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는 법적 맹점을 이용해서 전국의 유독성 폐기물을 들여오려 하고 있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보다 30배 크게 매립장을 짓고 일반 폐기물에 비해 유독성 폐기물의 비율을 높게 신고해놓으면, 남는 것은 폐기물 장사꾼의 이윤놀음과 인근 주민들의 한숨뿐이다. 실제 폐기물 매립업은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고 각종 대기업들이 소액의 출자금으로 유령회사를 차려놓아 영업권을 따고 있는 실정이다.

700억의 건설비용, 이자와 처리비용으로 운영사에 주는 돈만 연간 100억이 들어가는 생활쓰레기소각장. 최종 처리하기 전에 쓰레기봉투를 파쇄하고 분류하면 처리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설이 있는데도 지자체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외지의 생활폐기물까지 들여와서 태우겠다고 하니 다이옥신과 같은 1급 발암물질 배출에 대한 주민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건설사의 이윤을 위해 지역 시민들은 환경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현실에 분노한 시민들이 모였다. 여기저기서 주민대책위가 구성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백지화연대를 출범시켰다. ‘Save서산이라는 모토 아래 작년 여름에 출발한 투쟁은 겨울을 지나 해가 바뀌도록 지속되고 있다. 서산시민총궐기대회, 주민대책위원장의 단식, 시청 도청 앞 선전전과 집회, 120일째가 넘어가는 천막농성, 그리고 4월 초부터는 서산에서 세종시 환경부까지 걸어가는 환경살리기 대장정이 예정되어 있다.

 

유치되는 시설을 막는 것보다 중요한 것

저항하고 싸워야만 기존에 했던 방식, 편한 방식, 돈이 적게 드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도 있을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의 공적 역할을 사기업에 맡겨서 처리하고, 영업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용량을 과다산정하거나 업체의 편법을 묵인하고, 시민들의 알 권리와 반대할 권리는 형식적으로 보장하거나 묵살하고, 주민의견수렴절차는 사실상 통과의례로 여기거나 때론 조작되기도 하는 현실의 극복이 필요하다.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선 지역의 환경 현실에 대한 대응이 절실하다. 개별 시설과 기업은 환경유해물질 배출기준에 부합할 수 있지만 전체 총량은 자연의 자정능력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따라서, 과부하 된 환경 현실에 추가되는 환경유해시설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시민의 환경결정권과 통제력의 대폭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첫 시작으로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를 통과시켰고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역에서 취급되고 처리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시민들의 구체적인 알 권리 보장, 화학물질안전관리위원회를 통한 제반 결정, 주민감시단에게 일상적 감시권을 부여하기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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