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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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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 말고

단결투쟁이 우리의 살 길입니다

분열과 갈등 부추기는 회사에 더 이상 농락 당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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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모진 탄압을 견뎌내며 어렵사리 노조를 만들었지만, 뜻하지 않은 데서 길이 막혔다. 벌써 2년 넘게 현대기아차 등 대리점 판매노동자들은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이들의 집단가입을 온 몸을 던져 막고자 하는 민주노조내부의 움직임이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지난한 싸움의 결말은 단순히 금속노조 위원장의 전결에 좌우될 수 있는 단계를 이미 경과했는지도 모른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계급적 단결과 연대성에 기초한 민주노조운동 정신을 긍정하는 사람들 모두의 과제로 인식해야 할 때가 아닐까?

 

Q 먼저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릴께요. 아울러, 노조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A 반갑습니다. 저는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 노동조합(이하 판매연대’) 위원장 김선영이라고 합니다. 판매연대는 국내 완성차 5개 제조사인 현대, 기아,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자동차를 판매하는 대리점 노동자들의 전국적 연대체입니다. 제가 처음 노조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이었어요. 대리점 소장의 인격 유린 행위들이 그동안 수도 없이 자행되었고,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대리점 판매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열악한 처우를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부당한 차별을 없애려면 노조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갈수록 명확해지던 상황이었어요. 수소문 끝에 결국 금속노조 경기지부 지역지회에서 상담을 진행했는데 판매노동자는 특수고용직이라서 노조 결성이 쉽지 않겠다는 회의적인 답변을 들어야만 했죠. 한동안 자포자기 상태로 지내던 중 1년쯤 지났을까요? 우연찮게 기아차지부 판매지회 소속 정규직 활동가의 제안으로 비밀리에 노조 결성을 추진하는 준비모임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어요. 이 준비모임 과정을 거쳐서 20155월에 재차 금속노조를 찾아갔고, 그때부터 노조 출범 준비가 본격화된 겁니다. 아무튼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설레임 반 초조함 반으로 2015822일에 50여 명 규모로 창립총회까지 치러냈죠.

  


진짜 사장현대차가 노동탄압인권유린 배후 지시


Q 판매연대가 출범하자마자 조합원들이 있는 대리점들이 발칵 뒤집혔다고 들었어요.

A 전국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조합원 50여 명이 당시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에 모여서 총회를 진행했거든요. 그 때가 토요일이었는데, 월요일에 출근했더니 핵심 간부들이 소속된 대리점들이 모조리 벌집 쑤셔놓은 듯 난리가 난 거예요. 창립총회한 지 불과 며칠 새 해당 대리점 소장들이 판매연대 임원 10명 신원을 이미 파악해서 사퇴 안 하면 해고하겠다며 대놓고 으름장을 놓은 거죠. 그래서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을 제외한 임원들이 줄지어 사퇴할 수밖에 없었는데, 직을 유지하고 있던 사무처장은 단 이틀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어요. 저 역시 총회 이후 바로 해고 통보를 받았고요. 본사에서 임원 명단을 입수해 각 대리점 소장들에게 해고를 지시한 것이죠. 부당한 해고 통보에 순순히 응할 수 없어서, 저는 매일 출근투쟁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일주일여 지났을까, 그때부터 제가 근무하던 대리점 소장은 도저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폭언들을 막무가내로 퍼부어댔죠. 나중에는 계약서를 강제로 회수해서 판매영업을 못하게 막고, 심지어 제 눈을 찌르고 발로 걷어차고 팔을 꺾는 등 거리낌 없이 폭행을 저지르는 일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조회시간마다 이런 끔찍한 광경을 지켜보는 동료들의 심정은 오죽했겠어요. 소장의 가혹행위가 너무 극심해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를 직접 찾아가 하소연하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대리점 소장은 국회나 가서 떠들어라며 비아냥대면서 폭행을 멈추지 않았어요. 견디다 못한 저는 언론사에 이 문제를 제보하게 됐고, 20151019, 21, 22일 사흘 동안 한국방송(KBS)에서 특종보도 되면서 그제서야 대리점 소장의 폭언폭행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Q 현대차와 대리점주의 탄압은 그것으로 일단락이 된 건가요?

A 그 정도로 끝낼 위인들이 아니죠. 현대차 본사는 곧이어 제가 근무하던 안산중앙대리점에 대한 표적감사를 실시했어요. 당시 대리점 영업사원 전체를 대상으로 감사했는데, 제 통장에서 위반사항이 나오질 않자 현대차는 대리점에 3주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어요. 이윽고 영업을 재개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영업폐쇄조치를 단행했습니다. 현대차는 위원장인 저 뿐만 아니라 판매연대 전 조합원을 블랙리스트에 올려서, 결국 고용승계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까지 했고요.

 


민주노조운동의 현 주소 보는 듯해 참담했다


Q 지난 226일 열린 금속노조 123차 중앙위원회에 이어 31245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도 자동차판매연대노조 가입 승인 건을 다뤘지만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기아차지부 판매지회 등 정규직 조합원들의 극렬한 반발 속에 결국 성원 부족으로 유회됐습니다.

A 일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은 중앙위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었어요. 그런데 작년 2119차 중앙위에서 100여 명의 현대차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의 집단 반발로 판매연대 가입승인 건이 무산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비정규직 사업장 노조들이 주축이 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작년 3월 대의원대회에서 판매연대 가입승인 건을 현장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300명의 현대기아차 정규직 판매노동자들이 단상 점거와 피켓팅 등의 방법으로 정상적인 의사진행을 방해한 끝에, 결국 안건 처리가 재차 무산된 경험이 있었죠.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나 금속노조 10기 지도부로 김호규 신임 위원장이 당선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중앙위나 대의원대회 같은 의결기구에서 판매연대 가입 승인 건이 다뤄질 때마다 정규직 판매노동자들의 집단 물리력 행사는 극에 달하고 있으니까요. 가장 참담함을 느끼는 대목은 저희가 2년이 다 지나도록 금속노조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사실보다, 17만 조직을 대표하는 중앙위, 대의원대회가 끊임없이 폭언과 폭행 시비로 점철되고 있다는 겁니다.

 

Q 일각에서는 대리점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판매연대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직영점에서 일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생존권이 파괴된다고 주장하고 있던데요.

A 일단 정규직 판매노동자들이 주장하는 것이 비정규직들이 과다D.C.(할인)을 하기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는다는 겁니다. 자신들의 생존권이 이렇게 위협받고 있는데 대리점 판매노동자를 같은 금속노조 조합원으로 어떻게 용인할 수 있느냐고 해요. 그러면 왜 자동차 판매 시장구조가 과다출혈경쟁으로 치닫고 있느냐,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대리점 판매노동자들은 기본급, 4대 보험, 십수 년을 근무해도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해요. 게다가 한 달에 차량 3대를 못 팔면 부진자 교육을 받아야 하고, 실적이 저조하면 해고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조회시간마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일은 다반사고, 한 대도 못 팔면 급여가 ‘0이기 때문에 직영(정규직)보다 출혈해서 판매할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예요.

결국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대리점 판매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통해 현행 변동급 체계를 고정급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출혈경쟁하는 이 구도를 벗어날 수 있다고 보거든요. 현대차 자본 입장에서는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그 누구든 간에 차만 많이 팔면 그만이잖아요. 결국 출혈경쟁으로 힘겨운 건 판매노동자들 뿐이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경쟁이 과열될수록, 노동자들끼리 단결의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고객유치 활동은 활발해지니 회사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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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비정규직의 강고한 단결이 우리의 무기


Q 최근 한국지엠에서는 군산공장 폐쇄를 비롯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강행되고 있습니다. 같은 자동차산업 노동자로서 한국지엠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실 듯해요.

A 제가 짧은 노조 활동 3년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는데요. 자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열 보 앞을 내다보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지엠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해고되었을 때 대다수 정규직들은 침묵했었죠. 그런데, 비정규직 우선해고가 지금 정규직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의 선제적 조치였다는 점이 새삼 확인되고 있지 않습니까? 앞서 창원 공장에서 비정규직 공정에 대한 인소싱을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합의했을 때, 자본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구조조정 강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품게 되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단결해서 싸워야만 자본의 탄압을 멎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변혁정치> 독자들과 전국의 동지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 드릴께요.

A 대리점 판매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찾기 위한 여정이 이렇게 험난할 줄은 처음엔 몰랐어요. 판매연대의 호소에 제대로 귀 기울이는 단체나 노조를 만나기 어려웠던 시절에, ‘투쟁사업장공동투쟁위원회동지들이 먼저 내민 연대의 손길이 무척이나 고맙고 소중했습니다. 이런 동지들이 저는 민주노조 정신을 지키는 길을 걷고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지금 금속노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비민주적 행태들에 대해 더 많은 동지들이 줄기차게 문제제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판매연대의 투쟁에 끝까지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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