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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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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 중독 직업병 발병은 빙산의 일각’,

노동자건강권 쟁취를 위해 함께 싸우자!

 

서성협부산

 


201712월 어느 날, 녹산공단 내 서부산 노동상담소에 한 노동자의 아내가 찾아왔다. 녹산공단의 주물공장에서 16년째 일하는 남편 정모 씨가 납 중독으로 판명이 났는데 회사의 미온적인 조치로 고통 받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문의해왔다(최근 이 회사는 밀양으로 이전했다).

알고 보니, 납 중독에 걸린 노동자는 이 회사에서 동, , 주석, 아연을 넣어 1,350로 녹여 합금 후 틀에다 붓는 용해 및 중자 작업을 계속 해왔다. 그런데, 3년 전부터 손톱에서 피가 나고, 발톱에 진물이 나면서 통증이 왔다고 한다. 게다가, 수면장애, 관절통, 어지러움, 구토 증세가 있는가 하면, 식욕이 없어지고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병 발병에서 은폐에 이르기까지

중금속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매년 특수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정 씨의 경우에는 2015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검진을 받았다고 한다. 201511월 대한산업안전보건협회에서 받은 특수건강검진표에 따르면, 그는 혈중 납 농도 60/를 초과해 심각한 납 중독 상태였고 이후에도 검진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회사는 납 중독 수치가 올라가면 특수건강검진표를 노동자에게 교부하지 않았고 검진 결과조차 숨겼다. 이듬해인 2016년 대한산업안전보건협회에서 2개월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납 수치 측정을 하러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 씨는 자신의 재해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20179월에는 직업병 소견(D1) 판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정 씨가 주물 전문가라는 이유로 그를 주물 공정에 다시 투입시켰다. 급기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담당 의사가 회사에 직접 항의전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직업병 유소견 판정을 내린 대한산업안전보건협회가 작업자 배치전환을 권고했음에도, 회사는 고작 일주일 동안만 정 씨에게 다른 작업을 시킨 뒤 또 다시 주물 공정으로 그를 복귀시킨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일단 한 번 납 중독에 의해 손상된 신경이나 신장 조직은 회복되지 않고 계속 악화된다. 심해지면 중추신경장애, 빈혈, 말초신경염, 신장장애 등 합병증으로 발전해 결국 사지마비, 실명, 정신장애, 기억력 손상 등 심각한 뇌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중금속이나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은 사업주의 각별한 안전보건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뻔뻔하게도 이 회사는 관계당국의 엉성한 관리감독체계를 악용해 산재은폐를 시도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수수방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녹산 노동자 희망찾기><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자건강권 대책위>20171227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사업주 처벌,타 주물사업장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촉구했다.

올 들어서는 112, 26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을 잇따라 항의방문해, 고용노동부의 부실한 사업장 정기감독 및 지지부진한 현장조사에 대해 항의하고 제대로 된 후속대책을 요구했다.

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이같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의 대응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안일하기만 했다. 이대로라면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란 난망해 보였다. 그에 따라, 관계당국의 무책임한 처사에 항의하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 릴레이 1인시위가 지난 219일부터 36일까지 진행되기도 했다. 이어 37일에는 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규탄 집회를 공동 개최해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주물작업장 실태와 관리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법위반 사항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 처벌하고, 노동자 추적조사 실시하라.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고 실행계획에 대해 밝혀라.

하지만,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명시하고 있는 정기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검진 시행조차 사업주의 각종 꼼수로 무력화되고 있는 현실을 본체만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중소영세사업장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산재은폐 행위를 계속 수수방관하다가는, 녹산공단 주물노동자 정 씨와 같은 재해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속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8년 민주노조 운동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지금 당장 전국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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