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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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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소유구조의 문제,

넘어설 것인가 주춤할 것인가

 

고근형학생위원회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전국대학구조조정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등교육의 공공적 개혁을 위한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 
그러나 교육주체의 목소리가 약해지는 사이 
문재인표 고등교육 공공성은 
점차 후퇴해 용두사미가 되는 중이다. 
[사진 : 전국대학노동조합]  


지난 32, 국회에서 공영형 사립대학의 의의와 효과 그리고 운영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주최 단위는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민주당 국회의원 3명인데, 여기서 보여지듯 현재 민주당 내에는 공영형 사립대 추진 입장이 존재한다. 공영형 사립대는 국가가 대학 운영비의 50%를 지원하는 대신, 이사회의 절반을 공익이사로 채워 대학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을 말한다. 이는 문재인이 2012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부책임형 사립대라는 이름으로 약속했던 정책이기도 하거니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로도 공영형 사립대 도입이 선정되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개혁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고등교육 주체들의 활동이 없다면 대학현장의 모습은 문재인 이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을 공산이 더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반쪽짜리대학개혁

문재인이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주장한다니, 고개를 갸웃거릴 독자들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문재인은 과거부터 수차례 고등교육 개편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왔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은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구축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왜곡된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 고등교육 개혁의 출발점은 대학서열체제 타파였고, 그를 위해 국가가 대학을 평준화하겠다는 속내였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은 80% 이상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는 사립대학이다. 따라서 국공립대는 물론 사립대학까지 포함하는 대학망을 구축하는 것이 대학서열타파의 관건이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정부책임형 사립대’, 즉 공영형 사립대다. 문재인은 대학서열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가 불가피함을 알고 있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고등교육 재정 확충과 공공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지난 1월에 발표된 교육부 ‘2018년 업무계획에는 공영형 사립대 관련 계획이 아예 누락되어 있다. 여기엔 사립대 문제에 대한 문재인의 딜레마가 있다. 공영형 사립대는 결국 재단이 독점하고 있던 사학의 운영권을 정부가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재정적으로 건실한 사학의 경우 굳이 재단이 공영형 사립대 사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부실대학의 경우, 국가가 책임지고 대학의 운영구조를 민주화하고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 경우 부실사학에 돈 대주기라는 국민적 반감을 자극할 수 있고, 선거를 앞둔 민주당에는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부실사학의 소유권을 국가가 몰수한다면 차라리 깔끔한 일이다. 하지만 사학의 소유권을 몰수하는 선례를 현 정부가 남길 여지는 거의 없다. 결국 부실사학은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문재인 버전인 대학역량진단평가를 통해 폐교하거나 고강도 구조조정을 받게 될 것이다. 정부가 사학의 소유권 문제를 정면 돌파하지 않는 이상, 공영형 사립대 육성 계획의 축소 내지 유실은 사실상 불가피해 보인다. 이것이 문재인표 고등교육 개혁이 반쪽자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학 현장의 불만을 정치적 요구로 모아내야

이로 인해 교육공공성과 관련한 공약들마저 후퇴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 배경에는 사립대 소유권 말고도 한 가지 이유가 또 있다. 바로 고등교육 주체들의 목소리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운동 진영만 보더라도 문재인 취임 이후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는 세력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고등교육 주체들의 압박이 없는 한,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더 후퇴할 것이다. 사회적 요구가 없는데 정부 스스로 사학자본의 반발을 무릅쓸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등교육 정책 후퇴가 정부와 민주당의 위기로 작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압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대학 현장의 불만을 정치적 요구로 모아내야 할 때다. 사실, 대학민주주의 후퇴, 학생의결권 상실, 대학 내 노동 문제 등은 모두 대학공공성의 문제로 귀결되므로, 교육공공성 강화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투쟁의 발전이 자동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열거한 각각의 투쟁을 진전시키면서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우리의 요구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사립대의 경우, 평의원회 권한 강화나 이사회 개혁은 물론 사립대 국공유화 요구를 제시해야 한다. 한편, 국립대 법인화 문제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대학법인의 경우 해당 대학이 2개에 불과하므로, 당사자들의 요구투쟁에 의해 사회 여론화의 가능성이 판가름 날 수 있다. 서울대와 인천대 구성원들이 현장의 문제를 집약하는 요구로 법인화 폐지-국립대 전환이라는 요구에 합의를 모아내야 한다. 사립대 국공유화나 법인화 폐지-국립대 전환에 대한 총학생회 등 기층조직의 합의를 이끌어내진 못하더라도 그런 요구를 내거는 세력의 등장만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미 이명박-박근혜 시기부터 쌓여온 대학적폐에 대한 교육주체와 대중의 분노는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가 대학 공공성 강화를 두고 좌고우면하는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우리의 요구를 전면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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