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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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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01.17 09:53

당원 동지들께 띄웁니다

 

박정상경기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칼바람에 온몸이 움츠러들게 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라 그런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드네요. 세연 동지가 <변혁정치>에 게재한다고 간략하게나마 소식을 전해달라 하더군요.

무슨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살짝 고민했습니다. 사실 이곳에 들어온 뒤로 담장 밖 세상과 거의 연락을 않고 지냈습니다. 동지들이 자주 접견을 오기에 얼굴을 접할 수 있기도 했고, 그보다는 무언가를 글로 남긴다는 게 점점 자신이 없고 두려워졌다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여태껏 살아오면서 이래저래 썼던 글이나 뱉은 말에 대해서 얼마나 실천을 하고 살았는지, 그리고 약속들을 제대로 지켰는지 돌아보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세상살이가 참 만만찮은 것 같습니다. 따뜻해야 할 연말연시에 온통 우울한 소식들만 들려오니 마음이 편치가 않네요. 그래도 우리는 온전히 세상을 살아야 하고 또 해야 할 일들이 있겠죠.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는 오늘은 제가 몸 담았던 사무연대노조의 양갑세 열사가 사측의 노조탄압에 맞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입니다. 인상이 참 선하고 마음이 따뜻한 동지였는데.

지금껏 운동을 하면서 9명의 동지들을 떠나보냈습니다. 선배도 있었고 제가 교육하고 조직했던 사람도 있었고 아끼던 후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슴 아프게 떠나보내면서 스스로 했던 다짐과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돌아보게 되더군요.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던 밤, 차디차게 식은 동지를 모시고 오며 이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기 전에는 동지의 얼굴을 보지 않겠다는 다짐, 그래서 빈소에서조차 차마 영정 사진을 마주하지 못하고 절조차 올리지 못했던 그때가 문득 떠오릅니다.

더구나, 저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낸 배재형 동지와 하이디스 동지들에 대한 죄책감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자에게는 그만큼의 이유와 산 자로서의 몫이 있겠죠. 스스로를 돌아보며 제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무게와 책임감에 대해, 그리고 약속과 다짐을 생각하게 됩니다.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시구 詩句 를 되뇌어봅니다. 가슴이 따뜻한 이들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며 연대의 손길을 바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많은 것을 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 손을 잡고 곁을 함께 지켜주는 것만도 중요한 일이겠죠.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보니 감상적이 된 것 같네요. 올 한 해도 각자의 삶의 공간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동지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없이 사는 이들에게는 건강이 소중한 재산입니다. 내년에도 다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181229

박정상

 

* 박정상 동지는 쌍용차, 하이디스 투쟁과 관련해 재판부로부터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현재 의정부교도소에서 옥고를 치르고 있습니다(수번 568). 노동해방 참세상을 위해 앞장서 싸웠던 동지에게 따뜻한 연대의 손편지를 보내주세요! 참고로 박정상 동지의 출소 예정일은 2019724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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