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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노조의 2019년을 준비하며

 

신정욱(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지부 사무국장)서울



2018년 5월 1일, 노동절집회에 참가한 대학원생노조 조합원들.



사람들에게 대학원생노조를 소개하다보면, “학생이 무슨 노동자냐는 질문, “교수 갑질이 오죽했으면 학생들이 노조까지 만들었을까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물론 모든 대학원생들이 다 노동자인 것은 아니다. 어떠한 노동활동 없이 수업만 듣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 대학원생들은 학업과는 별개로 조교’, ‘연구원’, ‘학회 간사’, ‘시간 강사의 역할을 병행하며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한다. 곧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노동현실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 마땅히 노동이어야 할 것들이, 지금까지는 단지 학생이라는 이유로 마치 배움의 연장인 양 둔갑되어왔고, 여기에서 발생한 잉여가치들은 고스란히 대학의 재정을 늘리거나 교수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어 왔다.

 

대학원생도 노동자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원생노조는 학생노동자를 엄격히 구분하려는 사고방식에 반대한다. 학생은 언제든지 노동할 수 있고, 노동자 역시 언제든 학습할 수 있다. 우리는 갇혀있는 존재가 아니며, 대학원생들은 학업과 노동을 병행하는 순간, ‘학습노동자혹은 연구노동자인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대학원생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정치계와 정부의 관점들이 조금은 달라진 듯하다. 국회에는 학생 조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법안(2018), 국가연구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대학원생, 학부생들에게 근로계약서 작성 및 4대보험을 적용하는 법안(2018)이 발의되어 있다. 교육부는 학생 조교 채용 시 표준업무협약서를 쓰도록 하는 지침을 각 대학에 하달하기도 했다(2018). 각종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지켜보아야할 일이지만, 확실히 제도권의 인식이 이전보다는 진일보했다는 생각은 든다. 그 과정에는 대학원생 조교들에게 퇴직금 등의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했던 노동부의 결정(2017, 동국대)도 있었고, 대학원생 노조의 결성(2017)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변화가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정치권에 많은 걸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정세의 변화를 잘 활용하려면 노조가 확실히 많은 부분들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화의 기회일 수도 있지만, 법적 노동자성이 확보되는 순간부터 어쩌면 전쟁을 치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복수노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심지어 대학이 학생노동자들을 대거 해고해버릴 수도 있다. 최근 강사법 통과 이후 각 대학들이 자행하는 강사 구조조정이나 청소노동자들을 고립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더 독하고 세밀하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열심히 비조합원들을 조직해야 하는 과제, 조합원들에게 노조의 투쟁방식을 교육하는 과제 등이 당장 우리 코앞에 닥친 문제이다. 대학 강사 및 청소노동자 구조조정 시도 등에 맞서 대학의 다양한 조직들과 연대 틀을 공고히 하고, 대학 자본에 공동으로 싸워나가는 기풍을 만들어갈 필요도 있다.

 

학습권과 노동권이 모두 존중받는 대학을 만들 것

대학원생노조가 출범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출범할 때만 해도 전반적으로 미숙했고 특히 노조 운영과 민주노조의 이념과 기풍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우여곡절 속에 어느덧 조합원이 약 200명 정도로 늘었고, 2개의 대학 단위 분회도 만들어졌다. 노조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다들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렇게 1년 동안 조금씩 성장해왔지만,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조금 더 힘차게 2019년의 걸음을 내딛어 보려한다.

그리고 2019년 첫 사업으로, <직장갑질119>와 함께 대학원생119”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교수나 대학들의 갑질, 연구비 착복, 노동착취, 성폭력 사례제보를 상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인 문제제기로 나아가기 위한 공간이다. 출범한 지 10일이 지났는데 벌써 150여 명이 가입해있고, 저마다 응어리진 피해사례들을 쏟아내고 있다. 개별적인 구제와 더불어 향후 이들 피해사례 유형을 분석해보고, 유형별로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려 한다. 2018년을 뜨겁게 달궜던 미투운동, 특히 지금까지 축적되었던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유형화도 시도해볼 계획이다.

지면의 한계 상 대학원생노조의 고민과 계획들을 모두 말할 수 없어 아쉽다. 계기가 된다면 언제든 동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지금은 춥지만 다가올 봄은 노동자들에게, 우리 동지들에게 유독 따뜻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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