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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하철노조 파업,

사회공공성 쟁취 투쟁의 길을 묻다


남영란┃부산



파업에 대한 다른 시선


부산지하철노조가 파업을 예고했을 때부터, 청년 취업사이트에는 파업 소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부산지하철노조의 주요 요구 중 하나가 신규채용이었기 때문이다. ‘청년 일자리’ 상당수가 저임금‧불안정‧비정규직 일자리인 현실, 특히나 부산 지역에 이렇다 할 청년 일자리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이번 파업은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때문에 노동자 스스로는 물론이고 시민의 안전도 지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른 부산지하철노조 조합원들,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청년과 구직자들, 그리고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가 있는 시민들 모두의 관심사였다. 2003년부터 부산지하철노조 파업의 핵심 의제는 ‘안전인력 확충’이었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는 늘 적자 타령만 하면서 파업 흠집 내기로 일관했고, 이번에도 변함은 없었다. 파업 돌입 소식이 ‘재난문자’로 부산시민들에게 전달됐다. 부산교통공사 이종국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파업을 ‘적폐’로 몰면서 ‘노조가 부산시민을 상대로 전쟁을 하자는 것’이라고 지껄이는가 하면, 오거돈 부산시장은 ‘부산교통공사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부산지하철노조의 파업을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냐’며 파업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부산시와 교통공사는 ‘파업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퍼뜨려 파업을 무력화하려 했지만, 청년들과 시민들의 관심은 파업 그 자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파업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안전인력 확충, 그리고 ‘비정규직과 함께하는 투쟁’이라는 데 더 관심을 뒀다.



파업의 결과: 인력충원, 그러나 탄력근로제


부산교통공사 적자의 3/4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무임승차를 제공하는 비용과 환승할인으로 인한 손실분이다. 공공기관이라면 이런 적자는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까지 부산교통공사는 ‘적자 때문에 인력감축과 아웃소싱을 통한 비정규직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부산교통공사는 2017년 신규 노선(다대선) 개통 시에도 인력충원 없이 기존 노동자들을 전환배치하고, 부족인력은 비정규직으로 충원하겠다고 밝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구간을 연장하거나 새로 개통할 때마다 부산교통공사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2017년 이른바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아웃소싱과 민간위탁, 1인 승무제와 1인 근무제를 도입해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그리고 이 “재창조 프로젝트”는 여전히 폐기되지 않고 경영진의 신념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이것은 재앙적 재창조다. 부산지하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시민의 안전은 그저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번 파업에서 노조가 애초 요구했던 1,270명 충원은 그저 협상용 숫자가 아니었다. 교통공사를 민간기업처럼 만들어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서 발생한 문제를 바로잡고,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인력 규모였다. 결국 노사가 최종적으로 540명 충원에 합의했지만, 이는 공사가 양보한 게 아니라 노동조합이 양보한 것이다. 통상임금 상승분과 2020년부터 적용될 공휴일 확대로 인한 수당을 인력확충에 쓰자고 내놓은 것도 노동조합이다.


문제는 이번 합의에서 노조가 탄력근로제 도입까지 허용했다는 점이다. 탄력근로제 도입은 궤도 사업장 가운데 그동안 부산지하철노조가 유일하게 유지해온 하루 8시간 노동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탄력근로제가 장래에 미칠 악영향도 문제지만, 앞으로 노동조합이 개악 합의에 무덤덤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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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첫 파업에 나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이번 부산지하철노조 파업에서 안전인력 확충과 함께 또 다른 한 축을 이룬 것이 바로 청소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였다. 청소노동자들의 조직인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는 ‘자회사 반대, 직접고용 쟁취’ 요구를 명확히 하고 170일 넘도록 부산시청 앞 선전전을 전개하고 있다.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 이후 최초로 파업을 선언하고 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파업에 나선 1차적 이유는 식비 1천 원을 1만 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조차 수용하지 않은 용역업체들 때문이었지만, 근본적으로 이 문제의 책임이 실질적 사용자인 부산교통공사에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마음으로 첫 파업에 나섰다. 부산지하철 청소 업무를 맡는 9개 업체 가운데 5개 업체에서는 이미 노사 합의를 마무리한 상태였지만, 타결되지 않은 나머지 4개 업체 소속 조합원들만이 아니라 타 업체 소속 조합원들도 근무를 마치면 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정규직 노조가 잠정합의를 맺은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용역의 다른 이름, 자회사를 거부한다”는 피켓을 들고 부산시청 앞에 섰다.


부산지하철노조 투쟁의 전반부가 끝났다. 이제 후반부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아직도 자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절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조직하자. 나아가 공공성을 되찾고 확대하기 위한 투쟁의 2라운드를, 청소노동자들의 ‘자회사 거부! 직접고용!’ 투쟁 승리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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