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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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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1.18 17:53

윤석열 검찰총장을 넘어설 수 없는 

문재인 대통령


김태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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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면전에서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을 강조했다. 어떤 언론은 검찰총장이 45도로 깍듯이 절하는 사진을 대서특필했고, 조중동 류의 언론은 ‘대통령 vs 검찰총장’의 구도를 부각하고자 했다. 그러나 필자의 시각으로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승리였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 이루었다고 판단한다”는 당일 대통령의 발언도 그렇고, 최소한 윤석열 치하의 검찰은 중립성에서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점을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더군다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 이틀 전인 11월 6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를 발표함으로써 서초동 촛불집회에 모였던 윤석열 비판자들(문재인 지지자들)을 무색케 만들어 놓고 있었다.



자본주의 권력기관의 윤석열 검사를 주목한 이유


필자가 자본주의 권력기관인 검찰의 특정 검사에 대해 주목하게 된 것은 재벌체제 청산 투쟁 때문이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회장실 벽을 망치로 부수고 비밀장부를 압수수색하는 적극적 수사가 인상적이었다. 사건을 덮으려는 검찰 수뇌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저항해 결국 정몽구 회장을 구속한 것은 권력과 재벌의 개로 통하는 검찰에 비추어 주목을 끌 만한 것이었다. 2012년에는 계열사 비자금을 횡령한 SK재벌 최태원 회장을 구속했다. 2016년 촛불항쟁이 터지고 필자가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재벌구속특위 위원장을 맡았을 때, 윤석열 검사가 특검에 합류하느냐도 내 관심사였다. 윤석열 검사는 삼성재벌 이재용과 롯데재벌 신동빈을 구속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나의 직업적 관심 때문에 윤석열 검사의 이력을 좀 더 찾아봤다. 2003년 노무현 정권 때에는 집권여당의 이상수 사무총장, 청와대 실세 안희정 등을 대선 불법자금 건으로 구속시켰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상왕’으로 불리던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을 구속시켰고, 국정원의 대선 댓글 조작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됐다. 이쯤 되면 정치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평가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이력 때문에 문재인 정권의 핵심 권력자인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적극적 수사를 공격하는 시도들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넘어설 수 없었다.



헛다리 짚은 검찰개혁과 권력분립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에게 못 박듯이 말했다는 ‘부패에 엄정히 대응하면서도 기소와 수사 과정에서 인권과 민주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반부패 시스템’으로 역전이 가능할까? 부패에 엄정히 대응한다는 것은 주로 현 체제의 지배세력인 재벌총수나 고위 공직자들에 관한 얘기다. 노동자민중이 당할 때는 별로 문제 되지 않았는데, 재벌총수들과 권력자들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고, 범죄혐의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압수수색이 벌어지니 ‘인권과 민주’를 말하고 있다.


노동자민중은 이른바 민주주의 삼권분립제도 하에서 삼권이 통째로 야합한 탄압을 지겹도록 겪었다. 일제 식민지 폭압기구의 잔재이기는 검찰이나 경찰이나 마찬가지고, 해방 이후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은 한통속이 되어 공안탄압을 해왔다. 그놈이 그놈인데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눠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 나왔으니 지금 정치권에서 떠들고 있는 권력분립의 연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로크나 몽테스키외 등 사상가들이 제기한 권력분립론은 전제 군주의 절대 권력을 귀족계급들이 나눠 갖는 데서 현실화했다. 시민혁명으로 군주제가 무너지고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성립하는 과정에서 권력분립제도는 급진적인 민중권력을 억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권력분립제도가 형식적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민중의 실질적 민주주의에는 별로 기여하는 바가 없었다.



노동자민중이 넘어서야 할 상대


“과거 우리나라의 법집행기관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두 축으로 하는 헌법체제의 수호를, 적대세력에 대한 방어라는 관점에서만 주로 보아왔습니다. 이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법집행 역량을 더 집중시켜야 합니다. 국민의 정치적 선택과 정치활동의 자유가 권력과 자본의 개입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풍요와 희망을 선사해야 할 시장기구가 경제적 강자의 농단에 의해 건강과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헌법체제의 본질입니다.”


이것은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사의 한 대목이다. 그의 검찰권력 행사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가 현대차 정몽구를 구속하고, 삼성재벌 이재용을 구속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반면 자본주의 시장질서조차 파괴하는 범죄재벌 총수들과 손잡는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 철폐를 염원하는 노동자민중이 넘어서야 할 최후의 상대는 아마도 윤석열 검찰총장 같은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민중은 시차를 두고 상대를 정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노동자민중이 폐지를 주장했던 대검 공안부는 공공수사부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공안사건의 90% 이상을 차지해 온 노동사건은 여전히 공공수사부 관할로 남아있다. 공안검찰 세력을 비롯한 검찰의 인적 청산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는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연행했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통령과 검찰총장의 대결에서 노동자민중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여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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