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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2주기


바뀌지 않았으면 

바꿔야 한다


권미정┃김용균재단 사무처장



노동자들의 죽음을 다루는 언론 보도가 부쩍 늘었다. 2018년 12월 10일 밤, 김용균의 죽음으로 ‘위험의 외주화 금지’는 우리 모두의 요구가 됐다. “내가 김용균이다”는 함께 싸운 이들의 마음이었고, 모든 노동자들의 상황이 다르지 않기에 외칠 수 있는 구호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김용균이 일했던 회사, 태안화력발전소를 개선하기 위해서만 싸운 건 아니었다. 김용균으로 대표된 비정규직의 권리를 위해 싸웠고, 태안화력발전소가 상징한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기 위해 투쟁했다.


그 이후 2년이 다 되어간다.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이 많다. 여전히 투쟁 중인 노동자들이 그 답이다.



‘김용균 사망 이후 1년’이라고 했던

그때와 지금


작년에 1주기 추모위원회를 구성하고 추모주간을 진행한 것처럼, 올해도 11월 21일 현재 89개 단체가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2주기 추모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작년에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과 추모분향소가 설치되고 추모주간을 시작하며 ‘일하다 죽지 않게! 다치지 않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정부‧여당은 김용균 1주기를 맞아 12월 12일에 ‘발전산업 안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포함한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뒤였다. 당시 발표한 방안은 △운전 분야를 다시 공공기관화 △적정노무비 지급 △2인 1조 시행을 위한 인력충원 △대체 근무제도 개선 △특수마스크 지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으로 원청 책임 강화 △장시간 노동 개선 등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훨씬 더 컸다. 이 대책은 일단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내놓은 것이었으며,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인 개정 산안법은 대안이 될 수 없는 데다가(정작 김용균의 동료인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개정된 법의 적용도 받지 못하기 때문), 하청‧외주화로 점철된 고용구조의 전면적 변화도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초 특조위가 제출했던 22개 권고안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조항별 취사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였다.


그 후 1년이 또 지났다. 지금은 어떠냐고?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다루는 공판이 이제 시작되어 10월 22일 첫 공판 준비기일을 갖고 12월 3일 2번째 공판 준비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한국전력의 발전 부문 자회사 중 하나)이 약속했던 고 김용균 추모조형물 건립도 2년 만에 추진되고 있다.


그 외에 달라진 게 있나 생각해 보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들만 떠오른다. 특조위 권고안에 대한 이행 점검을 제대로 하기 위해 특조위원과 현장 노동자 등이 참여하는 점검단 구성이 제안됐으나,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분기마다 이행점검회의를 하고 있었다는데 그 과정에 특조위원과 노동자들은 배제되고 있었다. 정부는 ‘대부분의 과제가 완료되거나 정상 추진되고 있다’고 했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확인한 바로는 그 반대였다. 지난 9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화물노동자 사망사고에서도 337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바뀌지 않았다면 

바꿔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특조위 권고안 중 ‘유해화학물질 관리방안 개선’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사 공동으로 측정하고 평가서도 개정했다고 했지만, 정작 현장 노동자들은 작업환경 측정 결과를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이게 현실이다. 2인 1조 현실화를 위해 인원을 충원했다지만, 3개월~1년짜리 프로젝트 계약직이다. 적정노무비를 지급한다고 했지만, 발전소 비정규직들의 임금은 변화가 없다. 장시간 근무를 하지 않게 한다고 했지만, 대체 근무자를 구하지 못한다. 방호울(사고 방지 시설물)을 설치하고 삽질을 대체할 기계를 설치했다지만, 일부 라인에만 해당하거나 기계사용이 부적합해서 세워둔 상태다. 무엇보다 전국의 발전소에서 일하는 김용균의 동료 노동자들은 여.전.히. 여러 하청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원치 않는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수많은 노동자가 해고되거나 임금이 삭감되고, 고용 유지를 위해 안전과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채 생활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택배 물류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조선소 물량팀장이 목숨을 끊고, 살기 위한 노동자들의 요구와 목소리가 국회 앞을 채우고 있다. 노동자‧시민 10만 명의 참여로 만들어낸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근로기준법 전면적용‧노조법 개정안도 국회 안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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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용균 2주기 추모위원회는 1주기와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맞춰 똑같은 슬로건을 내걸기로 했다.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그리고 오는 12월 6일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2일 “모두의 행동”까지 추모주간 일정을 잡았다. “꽃이지네 눈물같이” 전시도 마련되고 있고, 12월 2일까지 추모위원 모집도 계속된다. 추모주간에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화예술노동자들의 산재 실태 △발전소 이행점검방안과 요구 △에너지 전환과 노동자 고용 문제 등을 주제로 토론회와 워크샵이 열린다. 종단들의 합동 기도회도 준비되고 있다. 지역별로도 추모주간 투쟁이 준비되는 만큼, 전국적으로 같이 외치며 싸워보자.


일하다 죽지 않게!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라

진짜 책임자가 처벌받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특조위 권고안, 정부 후속대책! 약속을 이행하라

비정규직 이제 그만! 해고와 위험 중단하라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안전할 권리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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