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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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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란’으로 귀결되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


김태연┃대표



1년 만에 상전벽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 이루었다고 판단한다.” 이것은 2019년 11월 8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사에게 검찰총장 임명장을 주면서 한 말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로 바뀌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직무정지 조치를 했다.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고, 집권세력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수사권 분리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개혁에 대놓고 반기를 들지 못하던 검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들고 일어나 ‘검란’을 일으켰다. 법원은 검찰총장 직무정지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불과 1년 만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과거에 ‘추미애법’(복수노조 교섭창구를 강제적으로 단일화한 악법)을 밀어붙였던 법무부 장관의 독단과 아집이 현 상황 전개에 한몫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뿐일까?



검찰의 중립성이 

깨졌는가?


1년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상당히 이루어졌다고 했다. 그랬던 문재인 정권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치려는 것은 검찰의 중립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정부여당은 검찰의 중립성이 깨졌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명해 왔다. 조국 장관 일가의 비리 사건, 울산시장 선거에 대한 청와대 개입 사건, 최근의 원전 경제성 평가 관련 청와대 개입 사건 등 정부여당에 대해서는 탄압하면서도, 나경원 일가 비리 사건, 야당의 국회 폭력점거 사건 등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라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이런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 이것은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라’의 다른 표현이다. 그동안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빌붙어 권력을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집권세력의 범죄행위를 적극 수사한다고 하여 검찰의 중립성이 깨졌다고 할 수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노동자민중권력인 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권력조차도 아래로부터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검찰이 비록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통제와는 거리가 먼 권력기관이지만, 살아있는 권력의 범죄행위를 적극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따라서 1년 전에 비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깨졌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검찰개혁을 위한 

인적 청산인가?


정부여당과 지지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공격을 ‘반()개혁 세력에 대한 인적 청산’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조국 장관 사태가 터졌을 때 서초동 촛불집회의 주장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대부분의 검사가 공수처 설치로 자신들의 기소독점권을 약화시키는 데 반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1996년에 참여연대가 공수처 설치를 주장한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에서 추진하고자 했으나, 검찰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촛불항쟁이라는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에 힘입어 이만큼이라도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추미애 장관이 검찰총장 해임을 밀어붙이고 있는 현 사태를 ‘검찰개혁을 위한 것’으로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 핵심인 공수처법이 이미 통과됐다. 지금 공수처를 구성하고 있지 못한 것은 검찰의 반대와 관계없는 여야 정당 간의 문제다.


검찰총장 해임을 검찰개혁의 하나인 인적 청산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진짜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구체제의 권력기관을 고쳐 쓸 수 없고, 인적 청산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만큼 권력기관의 개혁에서 인적 청산은 중요하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그의 인사권 행사를 비민주적인 검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으로 의미부여한 바 없다. 그저 윤석열 지지자들을 추미애 지지자들로 교체하는 것에 불과했다. 결국 추미애 장관에 의한 윤석열 총장 해임 강행 사태는 검찰개혁과 별로 관련이 없다. 명분도 없고, 절차적 정당성도 없어서 역공을 받고 수세에 몰린 것이다.



‘검란’을 ‘민란’으로


이런 상황을 간파한 검사들이 검찰기구를 지키기 위한 ‘검란’에 동참하고 있다. 불과 1년 전에 대통령이 강조한 ‘검찰 중립성’을 문재인 정권 스스로가 훼손하는 조짐을 보이자 이때다 하고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검사들에게 권력이란 시험으로 딴 그들의 권력일 뿐, 민중의 권력이라는 개념은 없다. 그 권력기구의 최고 수장에 대한 공격에 맞서 ‘검란’을 일으키고 있다. 조국에 이어 추미애, 문제 많은 두 법무부 장관이 안겨준 명분 덕분에 기득권 사수를 위한 검란이 승기를 잡아 나가는 형국이다.


문제는 우리들 노동자민중에게 이 사태가 강 건너 불구경도 아니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다. 승리한 검란의 칼끝은 결국 노동자민중을 향하게 될 것이다. 애초에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은 기대할 것이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검찰 중립성이란 기득권 정치세력인 여당(더불어민주당)과 야당(국민의힘) 사이의 균형에 불과할 뿐, 노동자민중은 안중에도 없었다. 결국 노동자민중 스스로가 철저한 인적 청산을 중심으로 한 검찰권력의 진정한 개혁을 요구하고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식 검찰개혁도 아니고, 검사들의 ‘검란’도 아닌 노동자민중의 ‘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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