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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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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12.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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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후의 

미국과 세계


미국 대선이 끝난 지금, 바이든에게서 문재인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둘 다 보수우익 전임자의 행태와 그에 분노한 대중시위의 여파 덕분에 당선됐고, 바이든이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이었다면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이자 비서실장 출신으로, 신자유주의 정권의 책임자 역할도 양자 공히 수행했다.


무엇보다, 바이든의 정권 인수위원회에 미국의 노동조합총연맹 격인 AFL-CIO 인사들이 참가하고, 문재인 정부에는 한때 자신이 전투파였다고 자랑하는 자를 비롯해 몇몇 노동운동 출신자들이 가담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바이든은 노조 가입을 독려하겠다는 공약을 냈고, 문재인의 모토 중 하나는 아예 ‘노동 존중’이었다. 이런 빛깔 좋은 제스처와 함께, 문재인은 당선 이후 재벌 총수들과 환담을 나눴고, 바이든은 IT 자본의 대변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는 점도 겹쳐 보인다. 갈수록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는 요구에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든 사용자 책임을 조금이라도 면해줄 꼼수를 찾고 있다면, 바이든 인수위에는 이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함으로써 ‘신산업’ 자본가들을 법적 공방에서 도와준 인물이 참여하고 있다(부통령 당선자 해리스가 이런 실리콘밸리 자본가들의 지지를 받는 인사라는 점도 추가할 수 있겠다).


어쩌면, 흔치 않게 한국이 미국의 미래를 앞서 보여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파업파괴를 합법화하고 산별노조를 무력화하는 역대급 노동개악을 국회에 올려 밀어붙일 참이다. 어처구니없게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라는 정반대 근거를 갖다 붙여서. 한편으로는, 미국의 어제가 우리의 내일을 경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유주의 정권의 공격 앞에 격렬히 맞서 싸우며 대안세력으로 서지 못하면, 대중의 시선은 다시 우익에게 향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당면한 우리의 싸움이 너무도 중차대하고 중요한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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