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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재앙을 부추겼다!

 

정연용인천


  48-포커스_KT인터넷기사의 비극적 죽음.jpg


지난해 12월 전국이 박근혜탄핵 촛불로 세상을 밝히고 있던 시기, 경북 경산의 한 CU편의점에서 일하던 알바노동자가 편의점을 방문한 취객에 의해 살인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6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난 616일 충북 충주에서는 KTs(KT의 인터넷 개통 및 AS 자회사)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평소 인터넷 서비스에 불만이 있던 고객 집에 방문하여 AS 작업 및 응대 중 고객이 휘두른 칼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근래 들어 묻지마식 살인이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KTs 노동자 살인 사건 내면에는 잔혹한 KT민영화와 구조조정의 역사가 숨겨져 있음을 알아야한다.

 

강제적 퇴출프로그램 시행으로 노동인권 말살

KT는 기존 한국통신이라는 공기업에서 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정책 하에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노동자들에게 불행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자본에 있어서는 민영화 모범사례로 일컬어지는 한국통신 민영화는, 노동자들의 완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2002년 완전 민영화가 마무리되고 인원감축, 복지축소, 외주화 등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현장은 초토화되었고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해야 될 노동조합은 민영화와 함께 어용노조의 길을 걷게 된다. 지금까지도 어용노조는 노사합의의 이름으로 자본의 요구를 합법화시켜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기간 KT 구조조정 속에 명예퇴직이라는 미명 하에 진행된 강제적 인원퇴출 프로그램은 그 규모에 있어서도 새로운 기록을 거듭 갱신했다. 이번 충주 인터넷 설치수리 기사 살인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 역시 2014년 기만적인 4.8 노사합의로 한꺼번에 8,304명의 직원이 KT를 떠날 때 명예퇴직을 하고 KTs라는 자회사에 재취업을 한 경우였다.

2014년 당시 이명박정권의 낙하산으로 내려왔던 이석채 회장은 정권이 바뀐 뒤에도 버티다 주주총회의 연임 결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속되었다. 뒤이어 박근혜정권의 낙하산으로 삼성전자 출신 현 황창규 회장이 새롭게 선임된다(KT는 민영화된 기업이기는 하지만, 항상 정권교체에 따른 논공행상의 대상이 되어 회장이 교체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곧바로 황창규 회장은 어용노조와의 기만적 4.8 노사합의(관련한 노사합의 무효 및 손배소송에서 법원이 조합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를 통해 현장 노동자 다수가 맡아왔던 현장 영업(살해된 노동자가 퇴직 바로 전 맡고 있었던 업무)의 폐지, 개통 및 A/S 업무 폐지, 대학생 학자금 지원을 비롯한 복지 제도 폐지, 명예퇴직 제도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이 담긴 합의서를 조합원들에게 내밀며 퇴직을 강요하였다. 최근 피살된 노동자를 포함해 8,304명의 직원들이 KT를 떠난 것이다. 사측이 4.8 합의 후 관리자를 통한 퇴직 강요 면담을 진행하면서 제일 먼저 전화국 건물 옥상문을 폐쇄했다는 사실은 당시 직원들이 처해있던 암울하고 절박한 상황을 회사 스스로도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피살된 노동자 역시, 자신이 이제껏 해오던 업무가 없어지고 명예퇴직을 거부할 경우 타 지방으로 발령을 내겠다는 회사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명예퇴직 신청서에 도장을 찍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계속 일하며 돈을 벌어야 했기에, 자회사로 재취업하는 선택 이외에 그에게 다른 길은 없었다. 기존 임금의 1/2 수준과 3년 고용보장이라는 형편없는 조건이었지만, 업무에 대한 경험이 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인터넷 개통, A/S 업무를 하는 KTs라는 자회사는 어쩌면 필연일 수밖에 없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더구나 KTs의 노동조건은 해당 업무가 KT 구조조정으로 본체에서 외주화되면서 만들어진 자회사였으므로 KT본체와 자회사의 이중적인 실적 압박에 시달려야 했고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고달팠을 것이다. KT의 악명 높은 노무관리가 적용된 KTs의 작업환경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되는 위험에도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기에, 그의 죽음은 결국 예견된 비극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옛 동료의 죽음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한 현장 조합원들은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자신들도 유사한 경험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현실에 크게 자괴하고 있다. 이제라도 KT 노동자들은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 민주노조가 무너지며 노동자의 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안으로는 민주노조 재건과 밖으로는 노동자의 권리 확장을 위한 정치적 행동으로 힘을 모아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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