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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헬라, 자본의 최종 끝판왕

지옥Hell일터, 비정규직 100% 공장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만도는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만도헬라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근 몇 개월 사이, ‘만도헬라는 비정규직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알아야 할 단어가 되어버렸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인천대 송도캠퍼스 두 블록 옆에 위치한 만도헬라 공장에서는 올해 2월 노동조합이 생겼다. 생산직이 100% 비정규직인 정규직 제로 공장에서 조합원이 300명 가까이 되는, 조직률이 90% 가까이 되는 민주노조가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금속노조 인천지부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는 지난 530, 창립 3개월 만에 비장한 결의로 파업투쟁에 돌입했다.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는 민주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만도 자본의 탄압을 뚫고 노동조합을 성공적으로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100% 비정규직 공장에서도 민주노조 운동이 가능하다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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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나쁠 순 없었다. 그래서 노조 만든 것.

 

Q 노조할 권리는 촛불항쟁 이후 노동운동의 핵심 요구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는 이를 실현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가장 중요한 계기는 그동안 자행된 수없이 많은 회사의 부덕한 악행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악행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의 차별이라는 문제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정규직 노동자가 어떤 문제를 신고하면 이를 수용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신고하면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인간적 대우를 전혀 받지 못했어요. 기계처럼 일만 하기를 요구받았습니다.

이런 차별 외에도 주야 12시간 장시간 노동, 휴일근무, 365일 중 350일 넘게 출근해야 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어요. 회사의 잔업 특근 압박이 상당했습니다. 잔업 특근을 거부하면 다른 부서로 보내고 청소일을 시켰습니다. 알아서 떨어져 나가라는 거였죠. 이마저도 잘 버티면 청소일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게 했어요. 결국, 당사자는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이런 악행을 예시로 들자면 1,000개도 넘을 겁니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성추행도 있었고요. 이런 대접 받고 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의 부도덕한, 부당한 대우, 특히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때문에, 그리고 주말에는 쉬고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몇몇이 나서서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모였고. 결국에는 350명 중 300명 가까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노동조합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조차도 그랬거든요. 이게 해도 되는 건지, 맞는 건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바꾸고 싶었습니다. 저는 만도헬라가 자본의 최종 끝판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이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런 회사를 바꿀 수 있다면 우리나라 전반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Q 노동조합을 만들고 자본의 노조파괴, 노조무력화 시도가 다방면에 걸쳐서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2월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32일 날짜로 업체 폐업 통보가 나왔습니다. 13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하청업체 HRTC에서 폐업 통보, 실질적으로는 해고 통보를 한 것입니다. 정말로 사정이 생겨서 업체가 폐업을 해야 한다면 폐업 한 달 전에 통보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결국은 꼼수였던 것이죠. HRTC가 폐업되면서 새로 들어오게 된 베스템프라는 업체는 조합원들에게 말도 안 되는 동의서, 근로계약서, 실명 확인, 인적사항 등을 요구했어요. 아마 만도헬라가 시킨 거겠죠. 근로계약 체결에 필요 없는 내용까지 요구한 것이죠. 결국 이 과정 전체가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 판단해서 이를 집단적으로 거부했습니다. 심지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43일부터 농성하면서 싸웠습니다. 결국, 베스템프는 사업을 포기했고 46일 쉘코어라는 회사로 무리 없이 전원 고용승계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회사가 수를 던져본 것 같아요. 얘네들이 이런 걸 맞서 싸울 수 있는 조직력이 되나 안 되나. 역시나 업체가 폐업되고 나서 원청의 노조 탈퇴 압박과 회유가 들어오더라고요. 다행히 조합원들이 잘 버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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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노조무력화 시도 저지하는 것이 파업투쟁의 핵심목표

 

 

 

Q 530일부터 지회에서 파업투쟁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업투쟁의 핵심요구는 무엇인가요?

 

A 파업의 가장 핵심 요구는 강제적 교대조 개편 및 전환배치 저지입니다. 다른 요구들도 중요하지만 이 자체가 노조파괴 시도라는 점에서 가장 단호하게 맞서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로 탄압의 대상이 되는 곳이 강성이라고 얘기되고 있는, 노동조합 간부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부서 중심입니다. 명백히 노조무력화 시도인 것이죠. 회사는 계속해서 노동자들을 금전적으로 회유할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요? 자본, 돈이 있으면 뭔들 못하겠습니까? 노조무력화 시도를 저지한다는 것은 회사가 노동조합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합의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파업투쟁의 요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거 외에는 신생노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임금 및 단체협약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느 사업장이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임금, 상여금, 복지 부분에 조합원들이 거는 기대가 큽니다. 현재 시급이 7,260원입니다. 여기에 여성 조합원 같은 경우에는 시급이 7,020원입니다.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에 다른 수당을 시급으로 녹여낸 것입니다. (남녀 임금 격차를) 회사에서는 남녀 차별이라고 하지 않고 군필자 우대라고 합니다.

 

 

 

Q 파업 돌입 이후 만도헬라 자본의 대응은 어떠한가요?

 

A 대체인력을 주·야간 나눠서 대략 100명 정도 투입하고 있습니다. 만도헬라 정규직 노동자와 알바를 투입하고 있는 것이죠. 회사는 노동조합과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생각이 아니라 파업해라, 우리는 생산할게와 같은 식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대체인력 투입은 그 자체로 불법이지만 불량품이 생산된다는 점에서도 무척 위험합니다. 만도헬라 일이 엄청 전문적인 작업은 아니지만 저희는 교육도 체계적으로 받았고 수년간의 노하우를 가지고 애정을 가지고 생산합니다. 만도헬라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주로 ABS 브레이크 시스템,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자율주행시스템, 스마트 파킹에 활용되는 자동차 센서입니다. 브레이크와 센서는 결국 사람 목숨으로 직결되는 문제인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알바로 불법 대체생산을 한다는 것이 참 씁쓸합니다. 물량 같은 경우 만도헬라 중국공장과 인도공장이 있어서 그쪽으로 어느 정도 빼돌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거기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목표 생산량을 맞추려면 어떻게든 여기 인천공장을 돌려야 하는 것이죠. 목표 생산량을 맞추지 못하면 카스코, 현대모비스, 콘티넨탈 쪽에 수주를 뺏기게 되는 것이고, 이는 회사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생산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것인데, 회사는 기어코 우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조합원들의 연령대가 매우 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애 첫 파업을 대하는 조합원들의 반응, 결의, 고민 등이 궁금합니다.

 

A 조합원들은 다들 기대를 반, 걱정을 반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조합원들이 힘들어 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나이도 젊고, 다른 노동조합에 비해서 경험도 많지 않아서 이런 상황이 낯선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나이가 적은 조합원의 나이가 23살인데요. 그래도 조합원들은 이 악물고 싸우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악에 받쳐 있거든요. 회사에 워낙 당한 것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만도헬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불법파견 증거인멸 중

 

 

 

Q 불법파견에 맞선 투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A 지난 3월 만도헬라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모든 업무지시를 원청인 만도헬라가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회사가 증거인멸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원청은 정말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바꾸고 있습니다. 제가 쓰던 만도헬라 개인 이메일 계정도 노조를 만들고 나니깐 삭제가 되었습니다. 옷 여기저기에 있던 MH(만도헬라) 마크들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습니다.정규직이 입는 옷과 다른 옷을 비정규직에게 주기 시작하더라고요. 파견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고소고발을 했는데, 노동청에서는 나와서 하는 것도 없고 기간은 더 길어지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만도헬라는 증거를 인멸하고 있을 겁니다.

 

 

 

Q 하청업체 쉘코어 소속 조합원들도 쟁의권을 얻어서 더욱 확대된, 전면적인 파업 투쟁 국면으로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후 파업투쟁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지금까지는 쟁의권이 있는 서울커뮤니케이션(하청업체) 소속 조합원 중에서 전환배치, 32교대 전환 대상이었던 72명 중심으로 무기한 지명 파업을 해왔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공장 앞 농성장을 지키고 있고 연수구청, 인천시청, 청와대, 국회, 광화문, 한라그룹 본사가 있는 잠실 시그마타워 앞에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6/29)부터 쉘코어 소속 조합원들도 쟁의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파업 출정식을 시작으로 더욱 단일한 대오를 형성하여 파업투쟁을 벌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파업 투쟁을 하다 보면 물심양면으로 필요한 것이 많을 것입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가장 절실한 것이 의식주 중에서도 식()인 것 같습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투쟁인데 밥도 못 챙기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점심으로 밥버거 하나 먹으면서 농성장에서 5~6시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최대한 투쟁기금을 아끼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컵라면이라도 있으면 든든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목소리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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