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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투쟁 시즌2를 시작합니다

정규직화 쟁취하여 현장복귀한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 

지난 1115, 금속노조 인천지부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이하 만도헬라지회)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쟁취하여 170일 동안의 투쟁을 끝내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만도헬라지회는 이번 투쟁을 통해 생산직 전원 비정규직 공장에서의 노동조합 건설과 정규직화 쟁취가 실현 가능함을 증명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어용과 금속 둘로 갈라져 어용이 다수 노조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투쟁은 절반의 승리이기도 하다. 만도헬라 자본의 노조파괴에 맞선 만도헬라지회의 투쟁은 현장 안에서도 계속될 예정이다. 만도헬라지회는 117일 사측과 고용의무 이행관련 합의서를 작성했고, 119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합의서를 승인했다. 119일 공장 앞 마지막 투쟁문화제, 1113일 연대의 밤을 끝으로 현장 밖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일터로 돌아갔다.지난 1124, 복직 이후 5일째 현장 업무를 시작한 만도헬라지회 부지회장 한샘 동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정규직으로 현장복귀했다고 들었습니다. 일을 다시 하게 되니까 느낌이 어떠신가요?

A 문서상으로는 1115일 전원 현장복귀라고 했는데, 저는 실질적으로 지난 금요일(1117)부터 야간 근무로 현장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라인으로 들어가서 일을 다시 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어제 퇴근하고 오늘 다시 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현장 나가기 전 그대로였습니다. 작동 안 되던 설비는 여전히 작동이 안 되고 있었습니다. 일이 힘들다는 느낌도 거의 없었습니다.

현장의 작업 분위기 자체는 바깥의 우려와 달리 차분합니다. 부서와 팀 내에 금속, 어용,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비조합원들이 섞여 있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팀에서는 각각의 비율이 거의 비슷합니다. 팀원끼리는 사이좋게 지내는 분위기입니다. 예전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예상했던 갈등은 없습니다. 물밑 작업 같은 것이 있을 수는 있겠는데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금속, 어용, 비조합원의 삼각구도가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합의안 아쉽지만 민주노조 지켜낸 것은 소중한 성과

 

Q 모든 투쟁의 마무리는 다소 갑작스러운 것 같습니다. 사측과의 합의 과정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합의안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A 타결 과정은 만도헬라지회 임원간부도, 조합원들도 갑작스러웠습니다. 현장복귀의 가능성이 하청업체와 교섭하던 7월에도 있었기 때문에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법파견 판정에 따른 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이 합의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시정명령 이행 기한이 117일이었기 때문에 사측에서는 어떠한 조치라도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용 쪽이 먼저 사측과 1113일부로 정규직 현장복귀를 합의합니다. 지회도 타결 가능성을 확인하고 마찬가지로 1113일 정규직 현장복귀라는 목표를 세우고 교섭 및 투쟁을 진행합니다. 그 결과 지회 역시 1115일부로 정규직 현장복귀에 합의하게 됐습니다.

합의안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만도헬라지회 조합원들을 정규직 기능직군으로 신규채용한다. 둘째, 불법파견 관련 내용을 포함하여 민형사상 고소고발 및 징계를 모두 취하하고 앞으로도 제기하지 않는다. 셋째, 임금 수준은 이전 하청업체에서 받던 수준에서 저하하지 않고, 위로금으로 200만 원을 지급한다.

합의안 내용에 대해서는 지회 내에서도 문제제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두 번째 부분,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부제소합의)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았습니다. 부제소합의를 하게 되면 이후 현장에서 투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우려였습니다. 또한 합의안 내용이 실질적으로 어용 측의 합의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점도 조합원들의 큰 문제의식이었습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금속이 어용과 다르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성과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식만큼이나 시정명령 기한인 117일이라는 기회를 놓쳤을 때 이후 투쟁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얼마나 더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과 우려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조합원들은 아쉬움을 안고 합의안에 찬성하고, 현장복귀 및 현장 안에서의 투쟁을 결의하게 됐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만도헬라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맞서 민주노조를 지켜내고 현장으로 돌아갔다는 점이 투쟁의 가장 소중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합의안의 금속노조 위원장 직인이 그러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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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바꾸는 주체로 금속노조 각인해낼 것

 

Q 교섭권을 어용 측이 가져갈 예정이라 앞으로의 현장 활동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후 현장 활동에 대한 만도헬라지회의 결의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A 현장복귀에 합의할 때 만도헬라지회 조합원은 92명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2명이 근로계약을 포기하여 현재 현장복귀한 조합원은 90명입니다. 지회의 합의안을 가지고 사측은 이렇게 비아냥거립니다. “그런 합의안 가지고 현장에서 우리랑 일할 수 있겠어?” 또한 현재는 어용의 대표인 전 지회장 배태민은 자기가 내년에 시급을 5천 원 올릴 거라고 소문을 퍼뜨리며 조합원들을 은근히 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을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유성기업이나 다른 노조파괴 사업장의 사례처럼 영상, 사진 촬영으로 괴롭히는 일, 풀 뽑고 청소시키는 일 등도 예상했습니다. 팀원 중 혼자만 금속 조합원인 팀도 있어서 왕따 같은 것도 예상했습니다. 조합원들과 이런 탄압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민주노조를 지켜내자고 결의했습니다. 다행히 아직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측도 어용을 조직하여 노조를 분열시키고 교섭권을 뺏는 1차 시나리오에 성공했기 때문에 분명히 2차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방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용 측으로 넘어가고 아직 비조합원으로 남아있는 노동자들을 금속으로 조직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금속이 실제로 현장을 바꿔 가는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는 것입니다. 진짜 사소한 일이라도 현장과 일터를 제대로 바꿔 가는 금속의 모습을 보여줄 때 조직화 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노동조합 건설부터 지금의 정규직 현장복귀까지 대략 9개월이 걸렸네요. 투쟁과정에서 한샘 동지 또는 만도헬라지회 조합원들이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요?

A 개인적으로 노동조합에서의 교육과 소통의 중요성을 정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노동조합이 분열되기 전까지인 시즌1에서는 만도헬라지회 내에서 교육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조합원 간의 토론도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가 노동조합의 분열을 초래했다고 생각합니다. 연대의 필요성과 중요함 역시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교육, 소통, 토론, 연대와 같은 노동조합 활동의 중요한 부분들을 놓쳐버렸고, 이 문제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많은 조합원들을 잃은 뒤였습니다.

이번 투쟁을 평가하라고 한다면 저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입니다. 저 스스로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너무 많습니다. 문제의식이 있었지만 이를 올바르게 제기하고 관철하기보다는 싸움을 걸듯이 얘기하고, 쉽게 포기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대외 활동에서 경험한 좋은 것들을 지회 내부에 환류시키고자 했으나 의지가 부족했습니다.

조합원들도 역시 아쉬움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어용과 금속으로 갈라지고 나서야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다시 금속으로 뭉치는 과정에서 이전까지의 투쟁과 활동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옳은 방식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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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만도헬라 사측과 금속노조가 맺은 고용의무 이행관련 합의서

 

 

 

 

일터로 연대의식 확산하기 위해 최선 다할 터

 

Q 투쟁이 마무리되면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이 있나요?

A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전에는 제가 정말 잔업·특근 안 빠지고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회사, 회식, 집만을 반복해서 다녔습니다. 돈 하나만 바라보고 회사 일에 충성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투쟁을 시작하면서 현장복귀 이후에는 잔업·특근을 모두 날려버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살까 보냐.’ 벌써 당당하게 잔업 하루 뺐습니다. 사측은 아무 말 없이 수용하더라고요. 예전하고는 다른 현장의 모습입니다.

 

Q 마지막으로 <변혁정치> 독자들과 지금까지 만도헬라 투쟁에 연대한 동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투쟁 과정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만도헬라 투쟁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동지들의 실천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현장복귀하면 집회나 연대는 끝이라고 생각하는 조합원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저는 변혁당을 비롯한 여러 단체 활동가들에게 배웠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 몸담고 있어도 어떤 사회문제를 비슷하게 인식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그런 연대의식을 만도헬라지회에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목소리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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