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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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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06.04 01:53

폐와 세계와의 보편적 연관

 

박석준한의사(흙살림동일한의원장, 동의과학연구소장)

 


폐는 계절로 보면 가을에 해당하는 장기다. 이는 오행으로 설명한 것인데, 폐는 오행의 금에 속하여 같은 금에 속하는 가을과 그 기가 같다. 그래서 폐에 병이 들게 되면 경락에서는 오행에 속하는 수태음 폐경과 그 표리를 이루는 수양명 대장경을 치료해야 한다. 날짜로 보면 경일庚日과 신일辛日이다. 이 날은 역시 금에 속하여 금의 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다.

방위로 보면 서쪽에 해당하는데, 서쪽의 기운은 건조한 기운을 낳는다. 고대의 동아시아에서 서쪽은 서장西藏과 같은 사막지대를 가리킨다. 이런 건조한 기운은 쇠붙이의 기운을 살려주고 쇠붙이의 기운은 매운 맛을 살려주며 매운 맛은 폐의 기를 살려준다.

폐의 기는 하늘, 곧 기후로 보자면 건조한 기후에 해당하며 땅에서는 쇠붙이의 성질과 같다. 몸에서는 피부와 터럭, 냄새는 비린 냄새, 색에서는 흰색, 음악소리에서는 상에 해당하는 소리이며 목소리에서는 곡하는 소리에 해당한다. 폐에 병이 생기면 기침을 하게 되는데 폐의 기가 드나드는 곳은 코이며 맛에서는 매운맛에 해당하고 감정에서는 슬픈 감정에 해당한다. 숫자로 보면 9인데, 곡식에서는 찧은 흰쌀, 가축에서는 닭(말이라고 한 곳도 있다), 과실은 복숭아, 채소에서는 파의 기와 같다.

 

폐의 차이

오장 육부에서 폐는 덮개처럼 몸 안의 오장육부를 덮고 있다. 몸 안에 있는 폐가 큰지 작은지, 위로 치켜져 올라가 있는지 내려가 있는지 등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피부와 터럭을 살펴야 한다. 이는 폐가 피부와 터럭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는 얼굴빛이 희고 살결이 부드러운 사람은 폐가 작고, 살결이 거친 사람은 폐가 크다고 한다.

또한 폐가 위치하고 있는 것은 가슴과 어깨, , 겨드랑이 등을 살피면 알 수 있다. 어깨가 크고 가슴이 나오고 목젖이 들어간 사람은 폐가 높이 위치하며, 겨드랑이가 좁고 갈비뼈가 벌어진 사람은 폐가 아래에 위치한다. 어깨와 등이 두텁게 균형 잡힌 사람은 폐가 견고하고, 어깨와 등이 얇은 사람은 폐가 약하다. 등과 가슴이 두터운 사람은 폐가 단정하고, 한쪽 옆구리가 치우쳐 올라간 사람은 폐도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폐 역시 큰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흔히 폐활량이 커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폐 자체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폐가 크면 오히려 병이 생기기 쉽다. 왜 그러한가. 폐는 기를 들이마시고 내보내는 일을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바로 몸 안의 물길을 조절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물길이란 오줌처럼 물로 되어 있는 것이 몸 밖으로 나가는 길인데, 이를 수도水道라고 부른다. 이 물길을 폐가 조절하는 것이다. 그런데 폐가 물길을 조절하기도 하지만 그 자신도 건조해지는 것을 싫어하여 늘 촉촉한 상태로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폐가 크면 큰 만큼 자신에게 많은 물을 대줘야 하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셔야 하고 자신이 본래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에 폐가 작으면 물을 적게 마시기 때문에 목안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나면서 숨이 찬 병[천갈喘喝]에 걸리지 않는다.

한편 폐가 높이 위치하면 기가 치밀어 올라 어깨를 들썩이면서 숨을 쉬고 기침을 한다. 반대로 폐가 아래로 처져 있으면 기가 크게 폐를 누르므로 옆구리 아래가 자주 아프다.

폐가 견고하면 기침이나 기운이 위로 치미는 병이 생기지 않고, 폐가 연약하면 소갈消渴로 고생하고 쉽게 나쁜 기운에 상한다. 폐가 단정하면 폐의 기가 조화되어 편안해서 잘 병들지 않는다. 폐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한쪽 가슴이 아프다.

 

폐가 상하게 되는 근거

폐는 오행에서 금에 해당하며 계절로는 가을에 해당한다고 했다. 가을은 아직 양기가 남아 있지만 음기가 생기는 때이다. 한의학, 특히 <내경>의 전통에서는 양기를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행의 금은 그 자신이 찬 기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찬 기운은 폐의 기를 늘려주는 효과가 있지만 지나치면 병이 된다. 그래서 몸이 찬데 또 찬 것을 마시면 폐를 상하게 되는 것이다. 폐를 상했는데 여기에 더하여 과로하여 피곤해지거나 크게 성을 내면 기침을 하면서 침에 피가 섞여 나온다. 이는 폐가 상하여 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이로써 보면 흔히 가을에 접어들면서 폐병이 더 심해지는 것은 첫째 몸을 차게 했기 때문이며 둘째는 과로했기 때문이며 셋째는 화를 많이 냈기 때문이다. 폐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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