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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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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바로잡는 투쟁 넘어 

범죄집단 현대기아차 총수일가 

반드시 단죄하겠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위해 비정규직 당사자들부터 

주체적으로 조직하고 연대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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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사태와 삼성그룹의 계열사 노조파괴 공작으로 인해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재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재벌 갑질과 노조파괴 문제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현대기아차 재벌은 아직까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이하공동투쟁위’) 결성하고 현대기아차 재벌에 맞선 집중투쟁을 선포했다. 공동투쟁위에 함께하고 있는 김남규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조직실장을 <변혁정치> 만났다.


Q 반갑습니다. 먼저, 기아차 비정규직지회를 비롯한 현대기아차 6개 비정규직 노조가 공동투쟁에 나선 배경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최근에 갑자기 만들어진 건 아니었고요. 작년, 재작년부터 현대기아차 6개 공장(현대차 전주아산울산전주 공장, 기아차 광주소하리화성 공장)의 동지들과 자주 만나면서 함께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나 투쟁계획에 대해 사전 공유하는 자리들을 꾸준히 가져왔었어요. 이 과정 속에서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외화하는 데 2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던 것 같습니다. 불법파견 문제로 한정해서 보면, 현장에서 내부 동력만으로 싸워나가는 데 일정한 한계에 봉착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 불법파견 문제가 단순히 대공장 1차 하청 비정규직들의 개별적인 정규직 되기운동을 넘어서지 못했던 상황에 대한 저희 나름의 고민과 성찰도 있었죠. 이런 고민들을 거치면서 현장의 비정규직 당사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정규직 활동가들까지 함께할 수 있는 공동의 의제를 통해 산개된 현장의 동력과 요구들을 모아나가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비롯해서 불법 경영승계, 원하청 불공정거래, 노조파괴 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 내고 사회적으로 알려내기 위한 공동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역시 점차 무르익게 된 것 같습니다.

 

더 크게 싸우기 위해 투쟁 목표의 확장 절실했다

Q 공동투쟁위는 지난 511일 서울 한남동 정몽구 회장 자택 인근에서 정몽구 일가의 갑질을 끝장내겠다며 집중투쟁을 선포했습니다. 공동투쟁위가 현대차그룹 회장의 구속과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아시다시피 현대기아차그룹의 불법파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2004년에 고용노동부가 현대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고, 그 뒤에도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두 차례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몽구 회장은 불법파견 범죄에 대해 단죄받지 않았고, 법원 판결에 따른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회사는 불법파견 공정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일부만 선별 채용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어요. 그조차도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정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눈가림을 하고, 선별채용의 경우에도 고생한 비정규직들에 대해 회사가 시혜를 베푸는 양 진행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회사의 회유나 협박, 그리고 정규직 노조의 압력에 못 이겨서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하고, 회사와 정규직 노조가 합의한 신규채용 형태의 온갖 특별채용에 응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결국 개별적인 신분 상승의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은 기존의 삶, 여태까지의 운동과도 단절하고 만다는 거죠. 그래서, 불법파견 문제만으로 한정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판단했고, 그 자신이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간에 현대기아차 재벌이 저질러온 온갖 불법과 갑질에 대해 다같이 항의하고 투쟁할 수 있는 응집력을 만들어가야겠다는 문제의식이 무엇보다 컸어요.

 

Q 말씀하신 대로 현대기아차 재벌의 불법과 갑질은 십수 년간 계속돼 왔습니다. 최근에는 조현민의 물세례 갑질이 사회적인 공분을 사기도 했었죠.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 노동자들도 이번 이슈를 계기로 총수 일가 퇴진 운동에 나서기 시작했는데요. 다른 듯 닮은 꼴인 현대기아차와 한진의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실 게 많을 것 같습니다.

A 사실 재벌 갑질이라는 용어를 둘러싸고 저희 내부에서 논쟁도 몇 차례 있었어요. 저희가 현대기아차 재벌 4대 갑질이라고 구호를 내걸었는데, “갑질이라고 표현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동지들이 적지 않았거든요. 정확히는 불법이고 노조파괴 범죄인데, 갑질이라는 표현은 속된 말로 대중에게 먹히는 표현이니까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무작정 따라가려는 것 아니냐는 제기였어요. 그런데, 저희가 직접 시민선전전을 해보니 갑질이라는 용어가 실제로도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현장노동자들이 사회적 분위기라든지 여론을 잘 못 읽는 경향이 있긴 하겠죠(웃음). 하지만, 물세례 갑질이 크게 회자되고 검찰 수사까지 이르게 된 상황이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측면도 솔직히 있습니다. 왜냐하면, 법원에서 판결 난 불법파견 문제라든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하고 분신도 하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 노조파괴 문제는 정작 언론의 조명도 받지 못한 채 쉽게 잊혀졌기 때문이에요. 어쨌든, 자신의 불법을 은폐하기 위해 현대기아차 재벌이 저지른 물리적 폭력의 강도는 대중이 선뜻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하잖아요. 이런 폭력을 엄단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고, 이제라도 대중이 물세례 갑질 같은 폭력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역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이 정도의 진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난 촛불투쟁의 여파가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현대기아차의 구사대나 용역깡패의 폭력에 맞서 힘겹게 싸워왔던 동지들도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기분 좋게 바라보고 좀 더 힘을 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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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조직 통합보다 내실 있는 공동투쟁 건설이 훨씬 중요해

Q 기아차 현장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특히, 작년 11노조 분리 사태를 겪고 난 이후로,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은 여러 모로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A 일단,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이라 하면 현장 안에서도 완전히 극과 극으로 평가가 갈려요. 지난 2008년도에 있었던 조직 통합 과정에 대해서도 한쪽에서는 비정규직지회가 사실상 강제해산 당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기아차지부의 11노조 통합이 노동조합 운동의 발전적 성과였다는 평가도 있었거든요. 양자 가운데 후자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해요. 11노조 통합 이후 정규직 노조는 지부와 지회가 있고, 비정규직 노조는 (사내하청)분회로 있는데, 분회가 쟁대위 절차를 비롯한 노동조합의 조직질서나 의사결정 구조를 위반하면서 11노조가 깨진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짊어지게 됐다고 말하죠.

저는 양자 간의 입장 중 전자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난 10년 동안 11노조 체제 아래서 정규직과의 연대가 실제로 존재했느냐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는 편이에요. 사실 비정규직 조합원들 입장에서 가장 불안한 게 바로 고용의 문제인데요, 이미 2005~2006년에 비정규직지회의 자체적인 투쟁과 임단협 과정을 거쳐서 전 조합원에 대한 고용보장 확약서와 단협을 쟁취한 바 있었거든요. 그런데, 조직 통합 이후 이런 투쟁의 성과들이 정규직 노조의 우산 아래 있게 되면서 비정규직은 언제든 잘릴 수 있는데 정규직이 그것을 막아주고 있다는 식으로 사실관계 왜곡이 지난 10년간 자행돼 온 것이죠. 그리고 이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너희(비정규직)들이 해고되지 않게 우리가 보호해줄테니, 앞으로 독자적인 행동이나 요구는 절대로 해선 안 된다며 투쟁성을 거세한 것 또한 지난 10년의 11노조 역사 동안 반복적으로 일어났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11노조 상황에서 공동투쟁이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최근 11노조가 해소된 이후에는 기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했던 정규직 개별 활동가들이나 일부 현장조직들을 통해 앞서 말씀드렸던 비정규직지회들의 투쟁 요구를 공유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다음 주(6월 초)에도 이와 관련한 현장토론회가 열릴 예정인데요, 이런 식으로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공동전선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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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금속노동자(신동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쟁 조장하는 자본에 맞서 함께 싸워야

Q 최근 한국지엠 구조조정이 맹렬하게 추진되면서 자동차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의 압력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A 결론부터 간단히 말씀드리면,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나 버티고 투쟁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봐요. 기아차지부 11노조 분리 총회에서 정규직 조합원들이 80% 가까이 조직 분리에 찬성했던 이유는, 자신들의 고용이 불안해졌을 때 비정규직도 같은 조합원이라면 사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이런 인식은 상당히 고착화되어 있고, 정규직 노동자들 다수가 비정규직을 자기 고용을 위한 에어백이라고 여기고 있거든요. 한국지엠처럼 구조조정이라는 사고가 들이닥치면, 에어백 구실을 하는 비정규직 2천 명이 먼저 터져줘야 하는데, 비정규직이 에어백 구실을 거부하고 동승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순간 살아남기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 문제는 단순히 토론이나 의식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배치한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이라는 미명 하에 비정규직의 운명이 정규직 노조의 결정에 좌지우지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최악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의 문제를 힘 있는 정규직 노조에 의탁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비록 작고 보잘 것 없이 느껴지겠지만 같이 뭉쳐서 싸워보자는 데 동의하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단 모여서 투쟁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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