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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과 투쟁이라는 

김명환 집행부의 핵심전략이 

좌초하다

 

김민성노조사업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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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7일 강원도 영월 동강시스타 리조트에서 개최된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제67차 대의원대회’ [출처: 민주노총]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가 유회된 지도 어느덧 2주가 지났다. 유회의 책임을 두고 현재 민주노총 내에서는 격론이 오가고 있다. 형식과 절차적 평가를 차치했을 때 격론의 가장 근저에는 투쟁과 교섭의 병행이라는 노선 유지냐, 변경이냐, 폐기냐가 자리잡고 있다. 의견이 어느 하나로 모아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총파업을 목전에 두고 찬물을 끼얹은 사태라는 점만은 확실할 것이다.

 

경사노위 참여 논의를 위한 들러리로 전락

다른 한편에서 이번 정책 대대가 너무도 허술하고 짜임새 없이 기획되었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책대대의 역할은 본래 조직혁신과제를 비롯한 중장기 사업들을 논의하고 토론하기 위한 것이다. 당장의 현안문제를 논하지 아니하므로 대의원들의 즉자적인 관심을 유인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따라서 풍부한 사전 토론을 통한 조직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이번 정책대대가 그런 명확한 상과 사전조치를 통해 준비되었는가?

 

이번 정책대대의 상은 시작부터 흐릿하고 모호했다. 형식은 장기적 전략과제 토론을 위한 정책대대를 택하면서, 내용은 경사노위 참여라는 현안 의결이었기 때문이다. 김명환 집행부는 3월부터 9~10월경 정책대대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그 시기는 노사정대표자회의 및 각종 의제별·업종별위원회가 본격 가동되고, 경사노위 법령이 입법되어 경사노위 참가를 조직적으로 의결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기도 했다. 김명환 집행부는 실제로 최임개악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각종 우경화 정책이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꿋꿋이 노사정 합의체의 구현을 시도했고 결국 중집 성원들의 반대에도 10월 정책대의원대회에 <경사노위 참가 건>을 직권으로 안건 상정했다.

 

조직력만 훼손시킨 최악의 결과

임시대대를 통해 경사노위 참가를 단일 안건으로 다루는 선택지, 안건 상정 없이 전략과제만을 풍부하게 토론하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김명환 집행부는 무리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시도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무엇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채, 유회를 통해 조직력만 훼손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다.

 

전략토론을 위한 준비 역시 허술했다. 3월 중앙위 언급 이후 8월에서야 정책대의원대회 전략과제 토론문이 배포되었고 현장에서 충분한 숙의를 거쳤는지 제대로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문건이 너무 어렵다느니 어떻게 토론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빗발치는 와중에서도 정책대대는 강행되었고 현장의 우려는 대대 당일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최악이었다. 자료와 실제 토론 내용이 서로 겉돌았고 원론적인 얘기만이 오갔다. 심지어 토론의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들도 난무했다. 제대로 토론의 쟁점조차 형성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던 대의원들의 고군분투 덕에 가능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타 가맹의 대의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점만을 제외하고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정책대의원대회였다.

 

대대 유회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여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퍼지고 있다. ‘교섭과 투쟁이라는 핵심 전략의 좌초, 중장기 과제의 조직적 합의 실패, 조직 운영의 비민주성 등등 불신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선명하다. 향후 김명환 집행부는 어떤 행보를 걷게 될까? 우리는 어떻게 하면 비틀거리는 9기 민주노총을 뚜렷한 계급투쟁의 주체로 곧추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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