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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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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의 사유물로 전락한 대학,

구성원들이 대학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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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밝힌 사립대 비리 규모는 2,624억 원. 자진 납세한 비위행위만 계산한 것이라 하니,

실제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 때문에 사학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국면에서, 정작 사립대 적폐와 싸우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13일, 사립대와 맞서 투쟁하는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학 적폐의 원인을 진단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대안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모인 분들은 모두 사립대학에 맞선 투쟁을 펼치는 분들이다. 각자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강태경(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강사 구조조정을 막는 투쟁을 주로 하고 있다. 사학들이 강사 구조조정을 심각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국공립대는 교육부 산하 기관이라 좀 덜한데, 사립대는 전혀 통제가 안 되고 강사채용 공고 자체가 현저히 줄었다. 이미 1학기에 강사 15,000~20,000명이 해고되고, 2학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구조조정이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크다.


김건수(한신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2015년부터 총장 비리 문제가 불거져 총장 퇴진과 총장직선제 투쟁을 했다. 그 과정에서 총장 2명이 낙마했는데, 퇴진한 인사를 재단이 다시 총장으로 임명하는 일이 반복된다. 지금 총장이 연규홍 교수인데, 직선제 요구를 무시하고 이사회가 밀실에서 선출했다. 분노한 학생들이 2017년부터 퇴진운동을 벌였는데, 작년에 총장 신임평가를 통해 총장 거취를 정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런데 그 약속이 올해 파기됐다. 재단은 ‘신임평가는 법적인 게 아니니까 안 해도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구성원이 뜻을 모아도, 재단 입김에 따라 말짱 도루묵이 된 것이다. 학교를 사유화하려는 재단의 시도는 계속된다.


김예진(동국대 사과대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조계종 종단이 개입해서 선출한 한태식 총장 퇴진 투쟁이 지난 4년간 있었고, 현재는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교육부가 약대 정원을 늘리라고 하면서 그만큼 다른 학과 정원을 줄이려는 것이다. 정원 축소를 피하려면 재단이 건실해야 하는데, 동국대가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문제다. 그 결과 교내 자체평가를 바탕으로 각 계열 하위 25%의 정원을 4% 감축한다고 한다. 저는 사과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현재 2개 학과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돼서 이에 대응하고 있다.


곽서린(실천하는 국민대 학생모임 “비상구”┃ 전임 총장이 지난 4월에 예정에 없던 조기 사퇴를 하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투쟁을 전개했다. 법인은 ‘직선제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래서 총학생회가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면서 동문회, 교수회, 총학생회로 소위원회를 꾸려 투쟁하게 됐다. 5월 중순에는 총학생회장이 단식을 시작하고 5월 말 학생총회에 2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였다. 법인에 비민주적 총장 선출 중단을 요구했지만, 결국 이사회 뜻대로 총장을 선출해버렸다. 하지만 법인에서도 현임 총장 선출의 불투명성이나 학생 참여 봉쇄의 문제를 인정했고, 총학생회 등과 7월부터 9월까지 총장 선출 제도를 개선하자는 이례적인 답변을 받았다. 2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본다. 총학생회는 이후 총장 선출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고, 저는 총장 신임평가를 총학생회에 제안했다. 이미 총장이 뽑힌 상태에서 구성원의 통제를 받게 하려면 구성원의 평가와 검증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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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는 대학원생노조]



각자 활동하는 의제가 주로 학습권 보장이나 대학의 민주적 운영에 관한 것인데. 학교나 재단이 어떤 변명을 하면서 요구를 거부했는지 궁금하다.


대학원생노조  총장들은 강사 구조조정을 해결하고 싶으면 재정 지원을 늘리라고 교육부에 요구하고 있다. 예산이 늘어야 한다는 건 노조도 인정한다. 문제는 사립대 비리도 많고 사학재단이 책임을 다하지도 않는데 예산을 주는 것이 타당하냐는 여론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립대는 평균적으로 작년 1학기 대비 올해 1학기에 학교당 40개 정도 수업이 줄었다. 일단 수업 축소가 기본이다. 감소폭이 갈수록 커진다. 재작년에 4천 개, 작년에 5천 개, 올해는 6,600개가 줄어들었다. 참고로, 대형 강의가 늘고 있는데 이 정도로 수업이 줄었다는 건 강사가 15,000명 정도 사라졌다는 뜻이다.


한신대  작년에 협약을 맺으면서 올해 5~6월 중 신임평가를 통해 총장 거취를 정하기로 했었다. 직원노조,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대학 당국이 참여하는 4자 협의회에서 신임평가 방식과 일정도 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현재 총학생회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자 학교 측은 ‘비대위는 총학생회가 아니니 4자 협의회를 구성할 수 없고, 신임평가도 불가하다’고 버틴다. 다만, 직원노조 등이 비대위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어서 학교 당국이 고립되는 양상이다. 학교 측이 억지를 부리는 셈이다.


동국대  구조조정 대상이 어딘지 학생회는 지난주에야 알게 됐다. 학교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일’이라는 핑계를 댄다. 심지어 구조조정 추진 자체도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학교 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범대 학생회가 학장 면담 도중에 구조조정 이야기를 들었고, 그제야 학생들이 구조조정 사실을 알게 됐다. 학교 측이 학장들에게는 다 알려주고, 학생들에겐 감췄던 거다. 사범대 학장 이야기를 듣고 학교 측에 공식적으로 확인해보니 그제야 시인하더라.


국민대  총장직선제에 대해 법인에 물어보면, ‘총장 선출은 학교의 고유 권한’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사립대는 재단 것이고 총장 선출은 법인의 권한인데, 왜 학생들이 끼어드느냐’는 식이었다.



[총장직선제 투쟁을 전개한 동국대, 한신대, 국민대]



사립대 비리 규모가 2,600억 원을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여러분이 다니는 학교에도 비리 사실이 있는지? 있다면 관련자 처벌이나 구성원의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대학원생노조  지난 5월 고려대 감사 결과에서 30여 가지 비위가 나왔다. 규모는 수십억 원 정도다. 직원들에게 황금열쇠 사주고, 금 같은 걸 퇴직선물로 주고, 유흥주점도 가고. 그런데 대부분 경미한 경고나 주의로 그친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교육부가 종합감사를 실시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예컨대 대학에서 300억 원짜리 건물을 발주하면, 건설사에서 학교 당국자에게 돌려주는 금액이 10% 정도 된다고 한다. 이런 것은 감사에서도 파악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런 것까지 종합하면 비리 규모는 2,600억 원을 훨씬 넘을 것이다.


한신대  2013년에 도서관을 새로 지었는데, 당시 채수일 총장이 리베이트를 받았다. 전문가가 보기에는 100만 원짜리 에어컨인데 계약서에는 300만 원으로 적혀있는 등, 과다하게 잡혀 있는 게 많더라. 채 총장 낙마하고 새로 온 총장은 작년에 기숙사를 민간자본으로 지으려 했는데, 학교 재단인 기독교장로회와 유대가 있는 교회자본이 수주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가 낸 등록금이 이면계약서를 통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총장이 한 학기 업무추진비를 3월 개강도 하기 전에 다 써서, 직원용 복리후생비 800만 원을 총장이 사용하기도 했다.


동국대  총장 선거에 종단이 개입하고 뇌물이 오간 걸 풍자한 유인물을 발간한 적이 있다. 한태식 총장은 그 유인물이 명예훼손이라며 개인 명의로 학생 4명을 고소했다. 게다가 변호사 선임 비용 550만 원을 교비에서 썼다. 1심에선 유죄가 나왔는데, 2심, 3심에서는 무죄가 나왔다. 총장이 지시한 게 아니라 ‘교직원들이 스스로 교비회계를 건드렸다’는 변명을 했다더라. 작년에는 청소노동자 구조조정 문제로 투쟁했는데, 그즈음 동국대에서 700억 원대 회계부정이 드러났다. 청소노동자 고용보장은 돈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하고서는, 뒤에서 700억 원대 비리를 저지른 거다. 하지만 이 일로 면직을 당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


국민대  국민대는 학교 운영에서 등록금 의존율이 높다. 67% 정도인데, 전국 대학 중 18위다. 법인은 전체 예산의 2% 정도만 부담한다. 학교 재원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게 학생들인데, 양질의 교육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게 학생들이 분노하는 지점이다. 예컨대 등록금을 많이 내는 예술계열 학생들은 강의실이 아닌 창고에서 실습하고 있다. 학생들 열람실도 폐쇄되는 등 학생들 공간이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강사 수나 셔틀버스도 계속 줄어든다. 그 와중에 학교 당국은 교내에 이유 없이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다. 작년에도 두 개나 설치했더라. 우리가 등록금을 그렇게 많이 내는데 학교는 이상한 데 쓰고 있으니 학생들이 분노하는 거다.



사립대학은 유독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대학원생노조  비리가 이렇게 심하니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다. 비리 규모가 다 드러나면 재단이 학교를 운영할 수가 있겠나.


국민대  우리 학교에선 “사유재산”이라는 반응이 많다. 사립학교니까 재단 사유재산을 재단 마음대로 하는 게 당연하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동국대  교육부가 사립대를 내버려 둔 것도 문제다. 동국대 총장 선거에 종단이 개입했을 때, 문제를 제기하면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교육부에 이야기했다. 가령 동국대 이사가 13명인데, 9명이 조계종 스님이다. 그런데 종단 내부 권력다툼에 따라서 학교 이사 구성이 확 바뀐다. 학교가 종단 권력투쟁의 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동국대는 사립대이니 대학 내부에서 해결할 문제’라는 답변만 내놨다. 그러면서도 사립대 구조조정은 교육부가 앞장선다.


한신대  국공립대의 경우 일상적으로 정부의 통제를 받는데, 사립대학 같은 경우는 통제 밖에 있으니 문제가 커진다. 국공립대에서는 교수 개개인의 비위행위가 있는 정도인데, 사립대는 아예 재단 차원의 비리가 발생한다. 한신대의 경우 총장은 목사, 신학과 교수만 할 수 있고 그들 내부의 정치에 따라 총장 자리가 정해진다. 학교의 민주주의는 파괴되는 거다. 교육에 대한 철학이 아니라 그저 ‘신학과 출신인가, 장로회 내에 입지가 얼마나 있는가’에 따라 총장이 결정된다. 마치 신라 시대 골품제를 보는 것 같다.



양질의 교육과 대학의 민주적 운영 두 가지가 사립대에 절박한 과제인 것 같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대학원생노조  대학을 재단의 사유물처럼 여기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강사 문제에서 이 점이 심각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강사 평균 연봉이 1,000만 원이라도 넘는 곳은 손에 꼽힐 정도다. 제일 돈이 많은 연세대가 그 정도 임금을 지급하는 상황이고, 대부분 대학에서 강사 연봉은 7~800만 원이 안 된다. 이런 환경에서 강사들이 살아남으려면 재단과 보직교수들의 말을 잘 들어야만 한다. 말하자면 대학 내에서부터 차별과 위계가 고착화하는 것이다.


한신대  양질의 교육이 보장되지 않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건 대학, 특히 사립대가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양질의 교육과 민주화를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들이 총장 선출부터 대학 운영 전반을 통제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


국민대  사학 입장에서도 예산을 끌어올 곳이 없다. 그러다 보니 학생 교육권 보장에 돈을 쓰기보다는 재단이나 총장의 치적사업에 방점이 찍히는 것 같다. 사립대의 문제는 대학이 ‘사립’이라는 것 자체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교육권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면, 교육 재정을 대폭 늘리고 정부가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대신 재단의 소유권이나 운영권을 환수하면 어떨까.


동국대  총장 문제를 제기하면서 4년간 싸운 게 학생들밖에 없다. 총장이라는 게 대학의 대표라면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종단의 권력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문제가 컸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직 권력의 털끝도 못 건드렸다.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학교 측 답변은 ‘3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점수를 잘 받으려면 구조조정을 잘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교육부의 대학평가 지표를 보면, 학생들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다. 반면 구조조정의 피해는 일차적으로 학생들이 입는다. 대학은 항상 교육부 핑계를 대고, 교육부는 대학평가로 이미 대학 운영에 개입하면서도 정작 책임은 회피한다. 그럴 거면 차라리 교육부가 대학을 환수하고 제대로 운영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 정리 = 고근형학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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