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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1.04 19:06

현실로 다가온 <인터스텔라>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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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천만 명 이상이 봤던 영화 <인터스텔라>는 2040년 지구의 미래를 보여준다. 황사 같은 먼지가 거대한 폭풍처럼 분다. 밀 농사가 불가능해 옥수수만 심고, 사람들은 팝콘만 먹는다. 식량 부족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농업에 종사하고, 병든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지금 지구의 현실이 <인터스텔라>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사상 최악의 가뭄, 폭우, 더위, 추위 등 기상이변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 세계자연기금WWF이 발간한 “지구 생명 보고서”에 따르면, 1970~2014년 사이 생물종 개체 수 60%가 감소했는데 특히 열대지방에서 두드러졌다. 중남미 대륙에서는 1970년 대비 89%가 감소했다고 한다.



뜨거운 지구


이런 현실을 야기한 주요인은 ‘기후변화’다. 올해 5월 영국 <가디언>지는 ‘기후변화’라는 표현 대신 ‘기후 비상사태emergency’나 ‘기후 위기’, ‘기후 실패breakdown’라는 말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과학전문가들이 환영과 동의를 표하며 ‘기후 위기’란 용어가 일반화되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거대 과제를 논의하는 데 쓰는 단어는 반드시 그 긴박함과 중요성을 반영해야 하고, ‘기후 위기’라는 용어가 시대정신을 명료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란 용어도 ‘백열화heating’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지구는 ‘따뜻해지는’ 게 아니라 이미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2018년 인천 송도에서 특별보고서를 내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 순 제로(net-zero)를 달성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14년 IPCC 5차 보고서는 1880~2012년 동안 지구 표면온도가 0.85℃ 상승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21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무려 3.7℃나 높아진다고 밝혔다.


평균기온이 올라가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한다. 1901~2010년에 지구 해수면 평균 상승률이 연간 1.7mm인 데 반해, 1993~2010년에는 연간 2.3mm로 높아졌다. IPCC 5차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이 평균 63cm, 최대 82cm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양 몰디브, 태평양 투발루, 마셜제도, 나우루공화국 등 44개 섬나라는 수몰 위기에 처했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2℃ 상승할 때 열대 지역 농작물이 대폭 감소해 약 5억 명이 굶주릴 위기에 처하고 최대 6천만 명이 말라리아 전염병에 걸릴 수 있으며, 33%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놓인다고 경고한다. “국제난민감시센터IDMC”에 따르면, 2014년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사람이 세계적으로 1,930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90% 이상은 기상 현상과 관련된 ‘기후 난민'이다.



자본주의, 재앙의 시대를 열다


기후 위기는 대개 ‘인류 활동의 결과’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가 야기한 것이다.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15~17세기 자본주의적 농업혁명을 거쳐, 18~19세기에 걸쳐 시작된 자본주의 산업혁명은 도시로의 인구집중 및 증가와 더불어 무한이윤을 위한 무한경쟁과 과잉생산을 낳았다. 생산의 원동력이 된 연료는 온실가스 주요성분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와 석탄으로, 화석연료를 캐내기 위해 자연에 대한 약탈과 추출이 이뤄졌다. 빙하기와 간빙기 1만 년 동안 지구 평균 온도는 4도 상승했는데,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100년 만에 온도는 1도나 상승했다. 기후 비상사태로 인한 생물종 감소 및 대멸종이 예견됨에 따라 산업혁명 이후 지금 시기를 ‘인류세Anthropocene’라 칭하기도 한다.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가 더 정확하다는 주장도 있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기후 위기의 핵심 원인이다. 온실가스 배출 원인으로 에너지 부문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에너지원 중 석유와 석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80%에 이른다. 끊임없는 이윤 추구와 자본주의적 성장은 석유와 석탄을 계속 추출하고, 숲을 파괴하고, 그 결과 대기를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를 덥혀 생태계를 파괴, 훼손했다. 지구 생명 보고서는 이 현상을 가리켜 ‘거대한 가속’이라고 불렀다.



기후 위기는 계급 문제


자본주의적 발전이 세계적으로 불균등하게 이뤄졌듯이, 기후 위기를 야기하는 국가와 계층, 그로 인한 피해를 보는 국가와 계층도 동등하지 않다. 기후 위기는 계급 문제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생태계 파괴와 위기에 책임이 큰 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자본주의를 가장 먼저 발전시킨 제국주의 국가들이다. 그리고 석유, 자동차, 발전 등 독점 대자본은 기후 위기의 주범이다.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 배출량이 전체의 70%를 차지하며, 배출량의 70%를 불과 100여 개 기업이 쏟아낸다. 그런데 기후 위기의 결과는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책임이 적은 국가와 소외 지역, 그리고 대다수 노동자 등 취약 계층에 가장 가혹하게 나타난다. 기후 위기는 세계적인 사회 불평등과 삶의 위기를 동반한다.


기후 위기의 해결은 어느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그래서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로 제한하는 게 목표)이 체결됐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올해 9월 UN 사무총장이 별도로 ‘기후행동 정상회담’을 소집하기도 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올해 12월 칠레 산티아고와 2020년 12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다. 특히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당사국총회COP26는 파리기후협약 서명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감축량을 확정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향후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 레드 플래닛┃뜨거워진 지구, 이제 자본주의가 아닌 빨간 상상력이 필요하다. 생태위기 극복이 왜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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