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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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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 분회장


“구광모 회장은 

화장실도 안 가나?”

‘착한 기업’ 가면 벗긴 청소노동자들



# 흔히 ‘쌍둥이빌딩’이라고도 부르는 여의도 LG트윈타워는 국내 자산 규모 4위 그룹 LG 본사의 소재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빌딩을 빛나게 하는 청소노동자들은 다단계 하청구조로 고용돼 있다. 그리고 이들이 고용된 하청업체 “지수아이앤씨”는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고모 2명이 지분 전체를 갖고 있다. 이 두 사람이 받아 간 배당금만 60억 원. 최저임금을 받으며 제대로 쉴 곳조차 없는 청소노동자들과는 너무도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해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에 나선 이 청소노동자들은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덮어쓴 LG의 가면을 벗기고 그 실체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이자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 분회장을 맡고 있는 박소영 동지를 <변혁정치>가 만났다.



Q: LG그룹 본사인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한 언론보도를 보니,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는 ‘노예처럼 일했다’고 들었는데.


제가 여기 입사했을 때가 8월 정도였으니, 굉장히 더웠다. 그런데 입사한 지 2주도 안 돼서 식당 바닥 왁스 작업을 시켰다. LG트윈타워 양쪽의 식당을 합하면 1,200~1,300평 정도인데, 여름에 그런 힘든 일을 시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일은 전문업체에 맡겨야 하는데, 왜 저희 청소노동자들에게 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1년에 8번씩 그 작업을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1달 먼저 입사한 동료가 일을 그만두기도 했다.


아침식사도 주지 않았고, 점심도 못 먹었다. 시간 여유가 없었다. 토요일에 진행된 왁스 작업은 주로 아침 6시 정도에 시작해서 12시 전에 끝내야 하는데, 여름엔 왁스가 잘 마르지도 않았다. 게다가, 사측은 이렇게 부려먹고도 이 왁스 작업에 대해서는 단 1원도 임금을 주지 않았다.


일이 힘들었지만, 환갑이 넘어 다른 데서 일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여긴 정년이 따로 없고 계속 일할 수 있다고 회사가 몇 번씩 얘기했기 때문에, 그거 하나 위로 삼고 일했다.


법정 노동시간도 저희는 잘 몰랐다. 격주에 한 번씩 토요일 근무를 했는데, 8시간 근무 중 1시간 반씩 쉬라고 했다. 그 부분만큼은 임금을 주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간 꺾기’라고 하더라.


임금도 전반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처음엔 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을 주기 시작하면서도 문제가 있었는데, 시급이 오르면 그해 1월부터 적용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여기는 4월 1일부터 적용하더라. 1월~3월까지의 최저임금 상승분은 떼어먹는 거다. 그러더니 노조 만들고 나니까 1월 1일부터 딱딱 맞춰서 줬다.


게다가 여기가 본사라서 항상 ‘기본이 돼야 한다’며 우리한테 건물 안내 역할까지 하라고 했다. 이 건물엔 상가나 은행도 있어서 고객이 많은데, 청소하다 말고 장갑 벗고 안내하라는 거다. 안내할 사람이 필요하면 그 인원을 고용해야지, 왜 우리한테 시키나.



Q. 작년에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과정을 말씀해주신다면?


노조 만들기 전까진 관리자가 ‘불만 있으면 나가라’고 하니, 그저 참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밖에서 우연히 이 근처의 한국거래소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를 만났다. 거긴 노조가 있었고, 노조를 하면 뭐가 좋은지 얘기해주더라. 하지만 여기선 우리가 계모임도 못하게 할 정도로 관리자가 통제했다. 그래서 ‘우리는 노조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제가 여기서 일한 지 4년째 정도 되던 해 연말에 갑자기 회사에서 ‘정년이 65세로 정해졌다’고 통보했다. 당시 제가 64세였다. 갑자기 정해진 정년으로 일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 된 거다. 저희는 스스로 벌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까 얘기한 그 한국거래소 청소노동자분에게 ‘거긴 정년이 언제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거기도 원래 65세였는데, 노조 만들고 70세로 올라갔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그분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락처를 주셨다. 그 연락처로 전화해서 노조 만들고 싶다고 얘기했다. 저야 어차피 내년이면 65세이니 정년 때문에 나가야 하는데, 노조 만들다 걸려서 잘리더라도 1년 일찍 나가나 내년에 나가나 마찬가지니 제가 한번 총대 메고 해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방법을 알려주셔서, 노조가입서를 가져와 물밑작업을 했다. 노조가 뭔지는 대개들 이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여의도 근처에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등 건물이 많은데, 우리가 새벽에 출근하려고 버스를 타면 다른 건물 청소노동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분들과 버스 타고 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노조 있는 분들은 자랑도 많이 했다. 우리는 혹시라도 잘릴까 하는 걱정 때문에 나서지 못했는데, 슬쩍 운을 띄워 보니 우리 조합원들도 ‘누가 총대만 메면 한번 해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총대 메겠다’고 했다. 그렇게 교육도 받고 가입서를 돌렸는데, 꽤 빠르게 많은 수가 가입했다.


노조를 만들고 나니 근무환경이 훨씬 나아졌다. 물론 아직도 처우개선이 더 많이 필요하다. 가령 지금도 물 한 잔 마시면서 쉴 공간이 없다. 노조 만든다고 사측으로부터 핍박도 많이 받았다. 옷 갈아입고 있는데 노크도 안 하고 문 열고 들어와서 ‘지금 몇 시인데 여기서 이러고 있느냐’고 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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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동과세계 김한주]



관리자는 일부러 

비상계단에 껌을 붙였다


Q: 지난 10월 하루파업을 진행하고 천막농성에 돌입하셨다.


노조 만들고 교섭을 하다 보니, 사측이 아무것도 준비하지도 않고 그저 ‘모른다’고만 하더라. 그렇게 1년간 사측은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우리 요구는 일단 노조를 인정하라는 거다. 아직도 사측은 노조에 대한 괴롭힘을 멈추지 않는다. 당장 오늘도 너무 황당한 일이 있었다. 이 건물에 직원 대상 카페가 있는데, 우리가 그 커피 가루 빼주고 주위 청소까지 해왔다. 그런데 이건 카페 관리 직원을 뽑아서 하든가 해야 할 일 아닌가. 다른 데서는 이런 일을 시키면 알바비라도 준다더라. 그래서 저희가 노조 만든 뒤에 ‘이건 우리 일이 아니니 못 하겠다, 계속 이걸 시키려면 알바비라도 달라’고 했는데, 그러자 사측이 그 일을 ‘5분 어치’로 계산해서 이번 달부터 월급에서 깎았다.


노조 만들고 엄청나게 시달렸다. 사측 관리자가 이리저리 쫓아다니면서 물 한 컵 커피 한 잔 먹지도 못하게 하고, 심지어 비상계단에 껌을 붙여놓고 청소했나 안 했나 확인하는 치사한 행동까지 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요구안은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협약을 맺으라는 것과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는 거다. 하지만 사측은 시간만 끌며 버티고 있다. 12월이 되면 계약기간이 끝나서 우리를 내쫓을 수도 있다는 말도 퍼뜨린다.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다. 생존의 문제니까. 나이가 있다 보니 다른 일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어려워도 뭉쳐서 싸우는 거다.


노조 만들고 싸우다 보니, 민주노총을 정말 다시 보게 됐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데, 함께 모이니까 힘이 생긴다. ‘연대’라는 말도 배웠다.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모여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민주노총의 매력이 이런 거구나 느꼈다. 사실 옛날에 저는 민주노총을 싫어했다. TV 틀 때마다 데모하는 게 나오면 부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이젠 누구에게라도 민주노총과 노조의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싸운 선배 동지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그 노동자들이 아니었으면 내가 과연 이런 걸 깨달을 수 있었을까. 이 주변 여러 건물에 잘릴까 봐 무서워서 노조 못 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이것저것 떼고 나면 120만 원 정도밖에 못 받는 곳이 수두룩하다. 비록 내가 나이는 먹었지만, 힘이 닿는 한 이 일을 하면서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짓밟히고 무시당하는 것에서 해방될 수가 없다.



Q: LG트윈타워 청소업무를 맡고 있는 업체 “지수아이앤씨”는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고모 2명이 지분을 절반씩 갖고 있는 회사다. 지금까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한 LG그룹의 태도는 어땠나?


여태껏 LG는 방관만 하고 있다. 우리가 로비에서 스피커 틀고 파업가도 부르고 했는데, 그걸 고발하기도 했다. 우리가 노조 만들어서 1년 넘게 싸우는데 LG 본사는 전혀 관심도 없고 오히려 우리를 더 무시하는 것 같다.


정말 묻고 싶은 게, 구광모 회장은 화장실도 안 가나. 이 건물 화장실 얼마나 반질반질한가. 그게 누구 손길인가. 이 청소업체 주주로 있는 그 고모들이 와서 청소했나. 왜 그 고모들에게는 60억 원이라는 엄청난 배당금을 주면서, 우리 청소노동자들은 이렇게 천대하나.


사측은 우리가 노조 만들기 전에는 로비에도 다니지 말라고, 울긋불긋한 옷 입고 삼삼오오 다니지 말라고도 했다. 그래서 뒷문으로 돌아서 다녔다. 그렇게 우리를 무시했다. 지금도 본사 앞에서 천막 치고 농성하는데 회장이 모를 리가 있겠나. 그래도 이렇게 모른 척한다.


LG는 무슨 일만 터지면 제일 먼저 자기들이 선행을 하는 것처럼 대문짝만하게 홍보하는데, 정작 자기들 회사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에겐 조금의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 이건 국민 상대로 사기 치는 거다. 구광모 회장도 집에서 자는 시간 말곤 여기 본사에서 생활할 텐데, 어떻게 이렇게 눈 감고 귀 막고 나 몰라라 할 수 있는가.


저는 원래 자본주의가 좋은 거라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저 사람들이 일자리를 만들어주니 우리가 거기서 먹고사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그렇게 노동자들이 자기들에게 돈을 벌게 해줬는데, 자기들 배만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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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에겐 60억, 

우리에겐 60원


Q. LG트윈타워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곳이 청소노동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비롯한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면, 사측은 마치 ‘분에 넘치는 걸 요구한다’는 듯 대한다.


청소를 하다가 지나가던 누군가가 ‘저러니까 청소나 하지’ 하는 식으로 말할 때 정말 화가 났다. 제가 청소업무 경력이 10년 정도인데, 청소 일이라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변하는 건 상당히 힘든 것 같다. 노조가 없다면 말이다. 으레 청소노동자에 대해선 적은 임금과 낮은 대우를 받는 걸 당연시한다. 가령 요새 ‘비정규직 철폐’ 요구하니까 ‘너희는 남들이 돈 들여서 공부할 동안 뭐 했느냐’는 식으로 나오지 않나.


지금 당장 우리에 대한 대우가 확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점에서 민주노총의 책임감이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 뭔가 달라지려면 민주노총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정치활동 같은 걸 하면 좀 더 변화가 빠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사람들이 청와대나 국회만 가면 돌변하는 걸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다.


지금도 너무나 힘들고 무시당하지만, 그래도 사측이 우리에게 예전처럼 함부로 대하진 못한다. 노조가 있으니까. 그전에는 우리가 어떻게 감히 그 사람들 앞에서 ‘나쁜 인간들’ 이런 말을 할 수 있었겠나. 우리가 뭉치니까 힘이 생긴 거다. 제가 집회할 때 얘기하는 게, ‘우리에겐 100만 민주노총이 있다’는 거다. 그만큼 민주노총의 사명이 크다고 생각한다.



Q. 코로나 와중에 투쟁을 결심한 게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지금 진행하는 투쟁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소개 부탁드리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도 해주시면 좋겠다.


사측은 코로나를 이용해 우리를 못살게 굴었다. 우리가 조금만 붙어있으면 사진 찍고 그걸로 경찰을 불렀다. 저 사람들은 돈이 많아서 그런지, 경찰도 사측 편을 들더라.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는 무조건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힘들고 어려워도 단결해서 끝까지 싸우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요새는 매일 아침 8시 50분쯤 나와서 트윈타워 건물을 돌며 꽹과리 치고 구호를 외친다. “LG가 사용자다, 구광모가 책임져라”라는 구호다. 그 뒤에 낮 12시부터 1시까지가 점심시간인데, 그때도 선전전을 한다. 그래서 저희가 노조한 뒤로 거의 점심을 못 먹었다. 간단히 고구마나 빵을 사서 마무리 시간 틈타 후다닥 먹고 선전전에 나온다. 8명 정도는 건물 로비에서 피켓을 들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밖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율동도 한다. 정기 집회는 매주 한 번씩 4시 퇴근시간에 맞춰 진행한다. 야간에도 격주 목요일마다 문화제가 열린다.


끝으로, LG가 국내 4위 재벌이고 세계적인 그룹이라고 하던데, 온갖 좋은 이미지로 홍보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대하는 걸 보면 완전히 국민 상대로 사기 치는 거라고 생각한다. 구광모 회장 고모들에게 배당금으로 60억 원을 줬는데, 저는 계산도 상상도 안 되는 돈이다. 반면, 교섭장에서 사측이 우리에게 제시한 게 고작 60원 올려주겠다는 거였다. 기가 막혔다.


청소노동자가 없으면 어디든 쓰레기더미가 된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지만, 아직도 청소노동자를 천대하는 게 너무 속상하다. 독자들께서 어디 가시면서 청소노동자를 보게 된다면, 마음만이라도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면 좋겠다. 저는 청소 일을 하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희를 많이 응원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 인터뷰 = 이주용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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