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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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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이 

거래되는 세상,

그 참담함 속에서


11월 변혁당 여성포럼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본 

성매매 산업> 후기


예진┃사회운동위원회 여성사업팀



지난 11월 20일, 변혁당 월례 여성포럼이 진행됐다. 3월 <가사노동의 가치를 되묻다>를 시작으로 8개월간 이어온 포럼의 마지막 주제는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본 성매매 산업>이었다. 참여자들은 온‧오프라인으로 함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의 강연을 듣고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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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성이 거래되는 현실


강연자는 일단 성 산업의 규모, 유형, 구매자 동기 등을 소개했다. 그리고 성매매 관련 기사에 흔히 달리는 댓글 내용, 즉 ‘성매매는 남성의 자연스러운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다, 개인 간 거래일 뿐이다, 문란한 여성의 문제다’ 등의 주장을 반박했다.


먼저 살펴본 성매매 산업의 규모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한 ‘지하’ 산업이기 때문에 모두 추정치이지만, 같은 해 영화 산업 매출과 비교했을 때 최소 6배, 수십조 원의 규모를 갖고 있다. 그 형태도 성매매 집결지나 유흥업소에서부터 ‘안마방’, ‘키스방’, ‘대딸방’ 등 다양하게 변화했다. 성매매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공간은 유흥업소(70%)라고 한다. 서울에 있는 룸살롱만 1,968개로, 전국에 있는 BHC(치킨 프랜차이즈), 올리브영(화장품 매장), 빽다방(커피 판매점)보다 많다.


그 많은 공간에서, 바로 우리 주위에서 여성이 거래된다. 성매매 산업 속에서 여성은 ‘상품’이다. 고정급이 없기 때문에 손님에게 ‘선택’돼야 하는 여성은 메이크업, 성형, 다이어트 등을 사실상 강요받는다. ‘잘 가꾼 여성’은 남성 앞에 전시되고, 남성은 여성을 골라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성적 행위’를 위해 돈을 지불한다. 그 과정에서 ‘합의’의 선은 오로지 구매자 남성에 의한 것이다. 때문에 연사는 ‘성욕 해소’가 아니라 ‘타인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놀이’로 성을 구매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구매와 판매’에는 사채업자, 소개업자, 성매매 광고업자, 알선자, 건물 임대인, 성형외과 등 수많은 사람이 얽혀있다. 성매매 금지를 내세우면서도 오히려 이를 활용하는 국가까지, 모두가 성 산업의 공모자다. 이들 모두 거대한 산업으로 이익을 얻는다. 그런데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은 여성뿐이다. 이 구조 속에서 성매매는 단순히 ‘개인과 개인의 거래’로 볼 수 없다. 성매매는 이미 여성을 착취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잔혹한 산업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경제적 문제로 성 산업에 진입한다. 여성이기만 하면 돈을 빌려주고, 시급이 높으니 쉽게 유입되는 것이다.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일하고, ‘선택’되기 위해 다시 돈을 쓰고, 빌린다. 과거 감금‧폭행의 방식에서 ‘선불금’이나 법의 틈새를 이용한 각종 대출 상품 등으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 이들은 돈으로 여성을 통제한다. 자원이 없는 여성을 유입시키고, 금융‧성 산업 자본은 그 이익을 착복한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여성, 사회에서 원하는 노동을 할 수 없는 이들은 성매매 산업을 향하고, 탈출의 대안이 없어 그 생활을 유지하기도 한다. 때문에 연사는 성매매를 ‘성별화된 빈곤 산업’이라 설명하고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성매매 없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까


성매매는 영화 등 미디어에서도 재현된다. 마치 ‘남성의 자연스러운 문화’인 것처럼 말이다. 성매매 업소가 버젓이 운영되고 용인되는 사회, 여성을 ‘구매’할 수 있는 사회에서 남성의 42%가 성 구매 경험이 있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예전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답하지 않는 여성을 비난하며 “10만 원 주면 다리 벌릴 년이”라고 표현하는 걸 봤다. 성매매의 피해는 그 현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성의 성을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 지배‧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인식은 사회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자본과 국가가 함께 유지하는 성 산업에서, 항상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건 여성이다. 표면적으로는 ‘범죄’이기에 여성들은 그 속에서 경험한 피해를 말할 수 없게 된다.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건강권도 위협받는다. 행위만을 문제시하는 단속으로 여성들은 숨게 되고, 산업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려워진다. ‘여성이 말하기를 결심하면 자신 역시 처벌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일단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다음으로는 성매매 자체가 없어져야 하는데, 이 대안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하게 됐다. 성 판매 여성은 어쨌든 자신의 생계유지 수단이라는 점에서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연 중에 연사는 ‘너무 그만두고 싶은데, 9시부터 18시까지 사회가 정한 노동을 할 수 없는 신체적 어려움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는, 그만하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례’를 소개했다. 사회에 다른 선택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는 성매매의 폐절을 위해서라도 사회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필자의 고민은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성매매가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노동자 가운데서도 성 구매자가 많을 텐데, 우리는 얼마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나. 어떤 변화를 만들고 어떤 실천을 해야 할까. 사실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현재적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며, 하다못해 이번 토론에서 나온 것처럼 ‘노동조합 회식문화 바꾸기’라도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이 의제가 더 이상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우리도 변화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성적 대상화 없는, 성매매 없는 사회주의를 위해 많은 동지들이 함께 고민을 나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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