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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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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정규직 제로섬 탈출,

기간제교사 정규직화가 첫 관문이다

 

김진(전교조)경기

 


비정규직 제로 슬로건을 외치며 가장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는 인천공항공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보았을 때, 학교를 졸업한 제자들 생각이 났다. 대부분이 비정규직, 무직, 취준생, 알바생임에도 꿈이 뭐냐는 질문을 계속 해야 하는 교사로서의 자괴감은 상상 이상이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학생들의 대답이 더 이상은 공무원 또는 정규직이 아니기를 얼마나 바래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 가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무기계약화나 자회사 설립을 통한 비정규직의 고착화이며, 정규직에 대한 양보 요구요, 임금이 고정되는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는 새로운 임금체계의 구상이 함께 들어있었던 것이다.

 

정규직화는 제로섬 게임?

여기에다 부수적 효과인지, 핵심 노림수인지,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 갈등 구도를 만들고 있다. 일자리 자체가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금, 뼈 빠지게 공부하고 고생해서 어떻게 이룬 정규직인데누군가 너무 쉽게 차지해버릴 것 같은 박탈감이 맴돌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유초중등 임용시험 예비 TO 발표에 분노한 교대, 사대생들, 1~2년을 알바로 살고 있다는 미발령 교원의 이야기를 보면서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는 것 같아 반칙이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목적형 양성 체제를 해체하고 예비교사를 양산하여 임용고시만을 향해, 노량진을 전전하게 만든 것은 바로 정부의 교원양성, 임용 정책 실패에 그 원인이 있다. 또한 선택형, 수준별 교육과정의 도입, 학생 수 감소를 빌미로 정규직 교원을 충원해야 할 자리에 기간제 교원을 양산해왔던 것도 바로 정부와 사립재단의 비용절감 꼼수였다. 특히, 사립학교 교원 임금이 100% 국고에서 지원됨에도 임용 권한은 사립학교(재단)에 줌으로써 기간제 교원에 대한 임용비리 의혹을 끊임없이 야기시키고 있다.

 

정규직 교사기간제 교사예비교사 모두 피해자

결국 현재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정규직 교사도, 기간제 교사도, 예비교사들도 모두 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교사 10명 중 1명이 기간제 교사인 상황에서 정규직 교사는 비정규직 교사가 담당 못하는 영역에 대한 책임을 요구 받는다. 비정규직 교사는 각종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고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임용고시생, 예비교사들 또한 여전히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임용고시에 매달리거나, 대다수는 기간제 교사나 강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제로섬에서 서로가 적이 되어 싸울 것이 아니라 함께 탈출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시행하겠다는 고교 학점제 등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기간제 교사, 강사 등을 더욱 확대하려 할 것이다. 교육과정상 필요하다면 교사의 신분과 노동조건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기존의 사고를 깨지 않으면 제로섬 게임은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제로섬은 더 좁아져 정규직마저 위협할 것이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반대의 바탕에는 기간제 교사를 관리자의 입맛대로 임용하고, 학교장이 원하는 대로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데 기간제 교사들이 동원되어 왔던 경험에 기반해 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들이 관리자의 말을 잘 듣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결국 그들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역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교총이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을 낸 것만 보더라도 기간제 교사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하는 관리자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위한 주체들의 투쟁과 연대가 필요하다

현재,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쉽게 나설 수 없는 상황임에도 기간제 교사들은 용기 내어 한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바로 나와 짧게는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함께 일해 온 동료들이다. 차별을 없애는 투쟁은 결국 우리 모두의 권리를 찾는 투쟁이며, 이는 주체의 투쟁과 연대로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상호 존중과 연대로 만들어낸 촛불의 결과를 바탕으로 쟁취한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면 우리 모두에게는 그럴 자격과 의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재정 확보 없이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요구는 반드시 교육재정 확보와 교원 총정원의 확대, 총액인건비제도의 폐지가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이명박근혜정권에서 교원 축소를 위해 바꿔놓은 배치기준과 법정교원 개념 환원, 교원임용과 양성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정책의 재검토를 동반해야한다. 또한,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을 더 이상 사립재단이 좌지우지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비교사들이 교원정원확보를 위해 들고 일어섰다.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직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규직 교원들도 교육재정 확대, 교원 총정원의 확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공동 전선을 기획하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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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범대 학생회 대표자 협의회는 지난 8월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교사와 상생해야 하며 정부가 기간제교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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