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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비빌 언덕을 만들어야합니다!”

장애인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차별이다

 

양유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서울


 

장애인은 태어날 때부터 차별을 만난다. 엄격히 말하자면, 태어나기 전부터라고 할 수 있겠다. 임신 중 태아의 장애 유무를 검사한다. 장애가 있으면 출산하지 않기를 강요당한다. 태어나더라도 축복받지 못한다. 가족으로 소개되기 껄끄러운 존재가 되기도 하고, 대부분 집안이나 시설에 갇혀 생활한다. 가족이나 본인의 의지가 강하다면 모든 것을 불사하고 집밖을 나가거나, 시설 생활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열심히 나가면 차별의 시선들을 만난다. 대중교통에서, 길거리에서, 식당에서, 극장에서, 그 어디서든 불편한 눈길은 기본이다.

 

이 모든 게 장애인이니까~

시설 생활을 한다는 것도 그 자체가 차별일 수 있다. 언뜻 선택 같아 보이지만, 장애인이 어디에서 살 것인지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증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돈이 엄청 많다거나, 가족의 지원이 아주 든든하거나, 또는 가난하고 가족도 없지만 불굴의 의지를 지닌 장애인이어야 한다. 이것을 과연 선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장애인은 학교에 가기도 어렵다. 따가운 시선은 둘째 치더라도 접근권부터 보장되지 않는다. 학교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마주하는 수많은 계단과 턱, 게다가 적정한 수업 지원이 없다보니 특수학교를 택하든지, 가족의 온전한 지원으로 학교를 다녀야만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수업을 받는 풍경은 상상하기 어렵다.

장애인의 노동은 어떠한가. 중증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된 일자리는 없고, 최저임금법에서 장애인은 최저임금을 안 줘도 되는 조항이 버젓이 존재한다.

사랑? 무슨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장애인은 연애도 안 할 것 같은가? 장애인은 무성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성적 지향 역시 없을 것이라 치부된다. 그런데,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두말하면 잔소리인 이동권과 접근권! 보장구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시외로 이동하려면 기차만 탈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기차가 다니는 곳이어야만 이동이 가능하다. 고속시외버스는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이처럼 장애인은 모든 것에 접근하기 어렵다. 건물, 다양한 매체들, 정보 그리고 모든 것에 장애유형별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되어야 하지만, 일상의 모든 것이 내가 주로 있는 공간 이외에는 접근하기 어렵다. 문화체육예술 역시 마찬가지다. 비장애인 중심 그리고 돈을 만들어내기 위한 이 모든 것에 장애인은 낄 틈이 없다. 빠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필요한 게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장애인의 현실이고, 장애인이라서 일어나는 차별이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20074월에 제정되었다. 일상 전반에서 나타나는 위와 같은 차별 사례들을 모두 차별이라고 공식화해내는 작업이었다. 사실 법이 있다고 해서 모든 차별이 사회적으로 인식되거나, 누군가 차별을 했을 때 모두가 처벌 받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동정, 시혜, 혐오 그리고 차별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법이 더 의미 있을 수 있는 것은 당사자들의 투쟁으로 이룩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지워진 권리’, ‘지워진 존재가 있는 차별금지법은 필요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유일하게 비빌 수 있는 언덕이다. 법이 살아있기 위해서는 법을 만든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법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법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법들이 있어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더욱 힘 있는 법이 될 수 있으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의 일상에, 모든 지역에, 내 이웃집에 장애인이 있고, 성소수자가 있고, 여성이 있고, 청소년이 있고, 노인이 있고, 우리 모두가 있다. 장애인은 있고, 성소수자가 없는 사회가 어디 있을까? 그 누구의 존재도 함부로 삭제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는 서로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사회적 태도로부터 시작될 것이고, 이것을 고스란히 응축한 내용이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동권 투쟁을 통해 만들어낸 엘리베이터. 투쟁 당시에는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엘리베이터를 보면, 장애인보다 더 많은 비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모습을 본다. 결국엔 모두에게 잘 된 일이었다. 온힘을 다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 점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의 존엄을 지켜내는 큰 비빌 언덕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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