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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2,

여성혐오를 멈춰라

 

나래여성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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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날이 돌아왔다. 2016517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은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건물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던 이에게 살해당했다. 범인은 경찰에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전국 제일의 번화가 한복판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보다, 우연히, 그날 밤, 그 자리에 있다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행 대상이 됐다는 사실에 모두가 경악했다. 특히 여성들에겐 충격 그 이상이었다.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

이 사건을 두고 묻지마 범죄냐 여성혐오 범죄냐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건의 원인, 성격 규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에 따라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고, 근본적 원인이 왜곡되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의 원인이 여성혐오라고 생각한 이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수많은 포스트잇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었다. ‘여자여서 죽였다’, ‘화장실도 두려워서 못 가겠다’, ‘살고 싶어요’,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등 희생자를 추모하며, 동시에 그동안 나/여성을 향했던 혐오 경험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페미니즘 활동을 접하게 되면서 직장을 퇴사하고 여성학과에 진학하거나 진로를 페미니즘 활동으로 바꾼 이들이 있다. 또한 학교나 일터에서 만연한 성희롱, 성폭력을 참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정면에서 부딪히기로 결심하고 당당하게 행동한 이들의 경험담도 있다. 작게는 여성단체에 가입을 하거나 후원을 시작한 이들도 있다. 그리고 혐오와 성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내린 학교를 페미니즘적으로 바꾸겠다며 나선 9명의 교사는 <초등성평등연구회>를 만들어 책을 발간하고, 학교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있다. 이들 외에도 자신의 일상 속에서 매일을 고민하고, 성찰하고, 논쟁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이렇게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계기로 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혐오, 차별, 폭력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미투(#MeToo)운동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적극 밝히며, 여성의 폭력에 연대로 맞서고 있다

 

강남역에서부터 #MeToo운동까지

2년 전 강남역 사건과 2018년 미투운동은 어떤 연관성을 가질까? 그것은 바로 여성/피해자의 자기 경험 드러내기이다. 강남역 사건이 있은 후 여성들은 10번 출구로 모여들었고, 포스트잇에 자기 경험과 고백을 직접 써내려가며 가해자를 넘어, 끊임없는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가부장제 문제를 제기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학교에서의 성차별, 성적 괴롭힘, 성희롱 문제 그리고 연인결혼관계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거리에서 고용차별, 성희롱, 성폭력, 혐오표현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한 혐오, 차별, 폭력의 경험들이 특수하고 사적인 경험이 아니라, 가부장적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보편적 문제임을 폭로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에게는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 알려지는 것조차 큰 위협이다. 성폭력 피해 경험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며, 순수성을 훼손하는 일인 것 마냥 금기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은 피해사실이 알려질까봐 오히려 스스로 감춰왔다. 큰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알려도, 오히려 진실이 왜곡되어 피해자가 명예훼손을 당하는 일도 빈번했다. 물론 미투운동이 벌어지는 지금도 자기 경험을 고백하기란 아주 큰 결심과 각오를 하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숨기고, 잃어버린 채 살아가길 거부했다. 스스로 피해 사실을 알리고, 세상이 이전과 달라져야 함을 요구했다. 나아가, #WithYou운동처럼 혐오와 차별, 성폭력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연대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일터와 일상의 공간에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은 미투운동, 위드유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고, 젠더 폭력을 종식하기 위한 반성폭력 운동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미투운동은 여성들의 잃어버렸던 주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우리 사회와 운동 진영에 많은 고민과 과제를 던지고 있다.

최근 금융권 입직차별 문제가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2일 발표한 KEB하나은행 특별감사 결과 하나은행은 지난 2013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시 남녀 채용 비율을 41로 사전에 결정했음이 확인됐다. 남성지원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함으로써 남성의 합격률을 높였다. 다른 은행도 비슷했다. 이뿐만 아니라 성별 임금차별, 비정규직 등 불안정 직업군 쏠림 문제 역시 심각하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의 경우 저임금·고용불안 차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희롱, 성폭력 등의 문제에 더욱 쉽게 노출된다.

여성혐오, 성차별, 성폭력 등의 문제는 직장, 학교, 일상의 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여성만을 향하지 않는다.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청소년 등 폭력은 더 약한 곳을 향해 뿌리 내린다. 그 뿌리를 잘라내기 위해 우리는 여성억압을 구조화하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적 사회구조에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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