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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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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09.03 09:15

심심산천의 백도라지 

폐병에 좋은 음식(3)

 

박석준한의사(흙살림동일한의원장, 동의과학연구소장)

 


도라지(길경桔梗)

 

도라지는 그냥 날로 먹으면 음식이지만 말려 쓰면 길경이라는 약이 된다. 길경은 폐의 기가 잘 돌도록 한다. 길경은 성질이 약간 차기 때문에 폐에 열이 있어 숨이 찬 것을 치료한다. 폐에 열이 있으면 숨이 드나드는 길이 말라서 기침이 나고 숨 쉬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폐는 건조한 것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이럴 때 도라지가 좋은 약이 된다. 약으로 먹을 때는 도라지를 햇볕에 쬐어 말려서 가루 내어 먹거나 달여 먹는다. 잘 알려진 진해거담제인 용각산에는 길경과 세네가, 행인, 감초 등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주요한 재료는 길경이다. 그만큼 효과가 좋다.

문제는 도라지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도라지로는 원하는 효과를 볼 수 없다. 옛 노래에 심심산천의 백도라지라는 말이 있는데, 이 도라지는 깊은 산 속에서 자라며 한 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가 철철 넘치는 큰 것이다. 그런데 도라지는 일반적인 밭에서 재배해서는 5년 이상 기르기 어렵다고 한다. 뿌리가 썩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3년 동안 재배하다 거친 땅으로 옮겨 심어 20년 된 도라지를 키울 수 있었다고도 한다.

과거에 음식으로 먹거나 약으로 쓰던 도라지는 이런 것이었는데 지금은 구하기 어렵다. 다른 대부분의 약재도 그러하다. 그러니 전에는 병을 첩 단위로 치료했지만 지금은 제 단위로 치료하고 있다(한 제는 20). 이는 약재만이 아니라 우리가 먹고 있는 많은 음식에도 해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부분의 약재와 음식은 거의 전적으로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만 생산된다. 투자된 자본에 비해 이윤이 적으면 생산하지 않는다. 생산할 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오늘날 우리는 도라지 한 뿌리도 제대로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뽕나무 뿌리껍질(상백피桑白皮)

 

뽕나무 뿌리껍질은 성질이 차다. 그래서 폐로 몰린 열을 없앨 수 있다(사폐瀉肺). 폐는 건조해지면 나쁘지만 그렇다고 수분이 너무 많아 물이 차도 안 된다. 물이 차면 숨이 드나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뽕나무 뿌리껍질을 말린 상백피가 좋은 약이 된다. 상백피는 폐의 열을 내리면서 물도 빼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백피는 오늘날 흔히 폐에 물이 찼다고 하는 폐부종pulmonary edema에 좋은 약이 된다. 폐부종이 되면 숨이 가빠지고 얼굴과 온몸이 붓는다. 마른기침을 하고 분홍빛이 도는 거품이 낀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누우면 숨이 더 가빠진다. 뽕나무 뿌리껍질을 햇볕에 말렸다가 물에 달여 먹는다.

 

꽃다지씨(정력자葶藶子)

 

꽃다지는 봄에 일찍 피는 꽃이다. 꽃이 다닥다닥 핀다고 하여 꽃다지라고 했다고도 하고 처음 여는 열매를 다지라고 하기 때문에 봄에 처음 피는 꽃이어서 꽃다지라고 했다고도 한다. 씨앗을 약으로 쓰는데 꽃다지 말고도 흰 꽃이 피는 다닥냉이(독행초獨行草), 콩말냉이(콩다닥냉이), 재쑥 등의 씨앗도 약으로 쓴다.

여름에 열매가 익으면 씨를 받아 햇볕에 말리거나 볶아서 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씨를 물로 씻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로 씻으면 끈적끈적하게 되는데 효과가 떨어진다. 잡질만 제거하고 쓴다.

정력자도 폐의 열을 없애는데 좋은 효과가 있는데, 특히 가래가 많을 때 좋다. 특히 정력자는 폐옹肺癰에 쓴다고 했다. 폐옹은 고름이 생긴 병이다. 처음에는 오슬오슬 춥고 열이 나며 기침이 나고 가슴이 아프며 걸쭉한 가래가 나오고 숨이 차다. 입안이 마르고 혀는 누르며 고름이 생기는 때는 입안과 목구멍이 마르고 은근한 흉통이 있으며 기침과 함께 냄새가 나는 피고름가래가 나온다. 오줌은 붉고 뒤가 굳으며 맥은 부활삭하면서 힘이 없고 때로 홍대하기도 하다. 말기에 고름주머니가 생기고 정기가 몹시 쇠약해지면 기침과 함께 피고름가래가 많이 나오고 심하면 가래가 묽은 죽처럼 된다. 피부는 마르고 거칠어지며 윤기가 없어진다(<동의학사전>). 폐옹은 근대서양의학으로 보면 폐농양이나 화농성 폐렴, 기관지 확장증 등에 해당할 수 있다. 정력자를 볶아서 다섯 돈(대체로 20그램)에 대추 다섯 개를 넣고 달여 먹는다. 또한 소변을 잘 내보내기 때문에 몸이 붓는 데도 좋다. 다만 정력자는 비교적 약효가 센 편이어서 일반 감기로 인한 기침이나 소화기가 약한 사람 등에는 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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