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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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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 에 대한 가장 큰 반격

안희정의 무죄

 

지현여성사업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을 저지하려는 커다란 반격이 일어났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 가해 폭로 대상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를 무죄로 만들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무리한 논리를 들이댔는데, 이에 여성들은 크게 분노하고 반발하였다. 그 중 두드러진 부분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여성운동의 성과를 안희정의 변호를 위해 왜곡시킨 것이다. 국가기관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여성운동을 무력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흔치 않다. 따라서 우리는 왜 재판부가 이러한 왜곡을 불러 일으켰는지 알고, 국가기관의 여성운동 성과 탈취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무엇인가?

재판부는 여성은 독자적인 인격체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음이 당연하고, 이러한 여성의 능력 자체를 부인하는 해석은 오히려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고 나아가 여성의 성적 주체성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다는 주장을 했다.

왜 이러한 결론이 잘못된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 인권을 보호하는 기준이 되는 인간의 존엄성 보장조건에 빗대어 보겠다. 1948년의 세계인권선언은 전문의 첫 문장에서 인류공동체 모든 구성원의 타고난 존엄성과 평등하고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의 인정을 얘기한다. 그런데, 과연 존엄성이란 무엇일까? 인간 존엄성은 다른 사람의 존중과 인격체가 자신의 자기존중을 외부로 구현할 수 있을 때, 즉 그럴 수 있는 적절한 생활환경 속에 놓여있을 때만 실현된다. 바꿔 말해, 인간의 존엄성은 자연스럽게 지니는 것이 아니며 저 조건 중 하나라도 상실하면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다.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또한 결코 자연스럽게 지니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타고난 것이라면, 어째서 여성의 성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는 그토록 많겠는가?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는 시선, 불법촬영과 카톡방 성희롱 등 여성을 성적 도구로 전락시키는 강간 문화, 사회에서 대부분의 여성이 낮은 지위에 있는 현실, 자신의 몸에 대해 탐구할 기회를 잃고 낙태 금지와 성폭력에 대한 저항이 위주인 성교육을 받는 처지 등 여성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획득하고 유지할 기회를 매우 적게 가진다. 여성의 성적 결정권은 남성중심사회에서 너무나 취약한 것이며, 언제든지 침해될 수 있기에 보장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보았을 때, 재판부가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아주 뻔하다. 여성이 남성의 성적 착취를 거절할 권리를 당연히행사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성폭력이 일어난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하는 사법부의 책임을 면피하려는 행위인 것이다. 안희정 전 지사는 남성과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권력을 발휘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 이 위협을 희석하는 행위는 결코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존중하는 행위가 아니다. 이는 국가는 이제부터 여성을 보호할 의무가 없다는 노골적인 선언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권리를 위해 국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국가는 안희정에 대한 무죄 판결로 분명한 대답을 주었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여성은 국민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여성운동의 성과를 후퇴시키려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재 형법상의 성폭력의 정의는 저항의 여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자다움을 보이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폭력은 목숨의 위협이나 지위의 보존 등 다양한 이유로 저항하기 힘들다는 특수성이 있다. 여성계는 실제와 괴리된 이러한 정의에 분노하며 성폭력을 판단할 때 동의 여부’, ‘YES MEANS YES, NO MEANS NO룰을 형법에 도입하기 위한 흐름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들은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 이것은 여성들이 약해서가 아니라, 여성들의 의사를 이 사회가 정교하게 침묵시키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겪었던 이 경험들을 가시화시켜, 일상적 성폭력에 대한 공론화를 더욱 활발히 하고 여성억압을 일으키는 제도와 관행을 타파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국가는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 싸움을 좌절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치지 않고 불타올라 그런 국가를 공포에 몰아넣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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