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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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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차별을 고착화하는 

모든 시도에 맞서 함께 싸우자

 

남영란부산

 



노동계의 최저임금 1만 원요구는 생존권의 문제이자 노동인권의 문제였다. 가장 열악한 조건의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기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요구가 최저임금 1만 원으로 표출되었다. 대선 당시 모든 후보들이 달성 시기만 다를 뿐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요구는 자본의 이해와 맞물려 순식간에 후퇴되었고, 저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나 통로가 없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마저 10%, 20%를 잘라내겠다고 하고 있다. 지난 730, 중소기업중앙회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방문하여 외국인노동자 수습기간을 별도로 적용하는 방안(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등 적용 - 1년차는 최저임금의 80%, 2년차는 90%, 3년차는 100% 지급)에 대해서 건의하고,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이 적극 검토하겠다고 응답한 것은 그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평등권은 모두의 것

이주노동자들은 국내 자본의 필요에 의해 한국 땅을 밟은 사람들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던 3D업종에 원활한 인력수급을 산업연수생제도가 만들어졌고, 이 산업연수생제도를 통해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 신분으로 들어와 강제노동과 장시간 노동, 절반의 임금, 다쳐도 치료받을 수 없는 반인권적 환경 속에서 일해야 했다. 송출 비리로 이익을 챙기는 집단들을 위해 희생당했고,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사업장을 이탈하면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대판 노예제도는 2004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되어 사실상 폐기된 이후에도 ‘1년 연수 후 2년 취업이라는 형식으로 유지되었다. 이에 일침을 가한 것이 바로 2007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이었다. 2007830, 헌법재판소는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일부 조항만을 보호대상으로 규정한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4조 제81항 및 제 17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한다. 이 지침이 이주노동자들의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 판결의 내용이 현실에서는 짓밟혀왔고, 짓밟힌 이들은 떨쳐 일어나 저항했다. 국적의 차이차별의 근거로 삼고자 하는 자본의 이해에 맞서, 평등권이 모두의 것임을 선포한 것은 사실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이주노동자들 자신이었으며,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평등세상을 꿈꿨던 이들이었다.

산업연수생제도가 폐지되고,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마침내 노동자로서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하는 듯 포장된 고용허가제 역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사업주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도록 사업장 이동의 자유는 제한되었고, 사업장을 바꿨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들의 합법적 신분을 박탈하기도 한다. 순식간에 미등록이라는 딱지가 붙고, 살인적인 강제단속·추방의 대상이 되어 죽음을 넘나들게 되었다.

정부와 자본은 한편에서는 고용허가제와 강제단속·추방 정책을 통해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을 치졸한 방식으로 갈취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이주노동자 숙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정했다. 이에 노동부는 숙식비 근로자 부담 내역 표기'를 추가하여 표준근로계약서 서식을 변경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숙식비를 이주노동자들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다음해인 2009, 한나라당은 이주노동자의 숙식비를 최저임금에서 공제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뒤이어 중소기업중앙회는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주택 등 숙박시설과 하루 두 끼를 제공하면 당해 최저임금의 20%(한 달 18만여 원)까지 월급에서 제외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을 마련해 회원 업체들에 보냈다. 누구보다도 최저임금이 절박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공제하는 행위는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이자 인권을 박탈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숙박비를 공제하면 연간 2,081억 원, 업체별로 416만 원이 절감된다고 강조해마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와 자본은 이렇게 외치는 듯 했다. “차별은 이윤의 원천이다.”

 

차별을 멈춰라!

20177, 2018년 최저시급이 7,530(1,060원 인상)으로 결정되자 보수언론들은 최저임금의 역설-외국인근로자 더 우대’,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느는데···외국인엔 숙식비까지 제공따위의 제목을 단 기사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최저임금을 끌어내리기 위한 좋은 수단이었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차이는 차별의 근거가 된다는 인식, 평등권은 제한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자본의 논리를 관철하기에 아주 좋은 토양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외국인노동자 수습제역시 그동안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박탈, 생존권 박탈, 인권침해 등의 과정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임금이 오른 만큼 같이 오르는 숙박비, 고액의 숙박비를 내고 주거공간으로 사용해야 하는 구멍 뚫린 비닐하우스, 초과근로 할증액조차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농축산이주노동자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전면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멈춰야 한다.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서 있다. 바로 그곳에서 차별에 저항하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울 때 세상은 밑바닥부터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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