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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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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으로 뭉치는 다문화가족 방문지도사,

민간위탁 체제에 도전하는 

싸움으로 나가자


남영란┃부산



지난 6월 26일,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다문화가족 방문지도사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다문화가족 방문지도사 현장위원회 간부들만이 아니라 조합원들도 다수 참여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의 발언에는 자신들이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묻어 있었다.


방문지도사들은 100만에 육박하는 이 사회의 다문화가족이 소외감과 불평등을 극복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근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익산시장의 혐오 차별 발언(이른바 ‘잡종’ 운운)은 어쩌면 다문화가족에게는 일상일지 모른다. 그런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아파하면서, 아픔을 넘어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방문지도사들의 역할이기도 하다. 2007년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이 처음 시작됐을 때, 부산에서 방문지도사들은 길거리에 나가 다문화가정을 찾는 일부터 나섰다고 한다.


이처럼 다문화가족 방문교육지도사들은 사회 공공성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재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고용돼 10개월 단위 쪼개기 계약을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10년간의 임금 동결, 매년 닥치는 해고 위협


지난 10년간 방문지도사들은 매년 해고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재정 일자리 사업이라는 이유로 10개월간 일하면 연말마다 평가를 거쳐 ‘하위 10%’를 탈락시켰다. 매년 두 달간의 고용단절로 인한 불안과 심적 고통은 반복됐다. 주휴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로 포괄임금제가 시행됐고, 연차도 없었다. 교통비는 거리산정조차 고려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액수에 불과했고, 임금은 무려 10년동안이나 동결됐다. 작년에 처음으로 고작 325원이 올랐을 뿐이었다.


다문화가족 방문지도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서야 조금의 변화가 생겼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2019년부터는 종전의 10개월짜리 계약에서 12개월짜리 계약으로 바뀌었지만,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기에 고용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재정 일자리 사업에서 벗어나면서 명절 수당이 생겼지만, 대신 전국에 걸쳐 방문지도사의 28%(414명)에 달하는 60세 이상 인원은 강제로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포괄임금제는 폐지됐지만, 현재 시급에서 주휴수당을 나누는 산정방식(15시간 미만일 경우 주휴수당 미지급) 때문에 오히려 급여가 낮아지기도 한다.


센터별 처우도 천차만별이다. 사업은 12개월짜리가 됐는데 예산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각 센터에서 ‘무급방학’을 만드는가 하면, 근로 계약 기간은 물론 연차개수나 주휴수당도 센터마다 다르다. 조합원들은 ‘일관성도 통일성도 없는 처우에 대해 따져 물으면 센터는 여성가족부에 책임을 돌리고 여가부 또한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도대체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대부분이 민간위탁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방문교육지도사는 전국 217개 센터에 걸쳐 1,770여 명이 고용되어 있으며, 센터 운영 방식에 따라 방문지도사 소속도 바뀐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센터는 28개에 불과하지만, 민간에 운영을 위탁한 센터는 189개다. 부산에서도 9개의 센터(81명 고용) 가운데 부산시가 직접 운영하거나(남구센터) 도시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경우(기장군센터)를 제외한 7개 센터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에도 방문지도사들은 기간제 신세를 면치 못한다.


원래 방문지도사들은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대책에서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자였지만, 단 한 명도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올 초 정부가 발표한 “민간위탁 정책 추진 방향”이 나오기 전에도 여성가족부는 아무 계획도 없이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겼고, 반대로 지자체는 ‘주무 부처의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일반연맹 부산지역일반노조는 부산지역에 조직된 5개 센터와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별로 산개한 조합원들이 단일한 요구안으로 투쟁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현재 집단교섭에 제출한 요구가 처우개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단일한 요구에 근거한 투쟁이 갖는 의미는 절대 작지 않다. 부산시가 직접고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간제인 남구 다문화가족 방문지도사, 센터장에 따라 상대적으로 나은 처우를 받던 미가입 센터 방문지도사들이 이번 집단교섭 투쟁을 통해 노동조합으로 모일 수 있다. 또한 집단교섭은 일단 센터장들을 교섭 대표로 하고 있지만, 진짜 책임자는 국비 지원사업을 위임받고도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임을 드러낼 것이다.


지난 20년간 계속된 공공부문 민영화에 조응해, 각 지자체는 조례 제정을 통해 대대적인 민간위탁의 길을 열었다. 그 결과 다문화가족 지원 사업을 포함한 국비 지원사업 대부분을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다. 더군다나 정부는 올 초 “민간위탁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민간위탁을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가장 유력한 공공서비스 제공 방식으로 못을 박았다. 지방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민간위탁을 지속하려 할 것이고, 중앙정부는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빌미로 직무급제라는 또 다른 독소를 들이밀려 한다. 다문화가족 방문지도사들의 이번 집단교섭이 조합원들의 단결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다가올 투쟁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 투쟁의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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