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 재공영화를 위한
지역 투쟁을 형성하자
백종성┃조직·투쟁연대위원장
[사진: 노동과세계(정종배)]
6월 30일 새벽,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 43명은 “허울뿐인 정규직화 1500명 집단해고 청와대가 책임져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톨게이트 캐노피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2013년 톨게이트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 명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1심은 물론 2017년 2심까지 모두 노동자들이 승소했지만 대법원은 판결을 미뤘고, 도로공사는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통행료 수납업무를 이관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자회사 입사를 거부한 노동자 1,500명은 모두 해고위기에 놓였다. 국가기관이 불법파견 시정요구를 받았음에도 직접고용은커녕 자회사를 세워 간접고용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가가 앞장서서 불법파견을 부추기는 현 상황은 이른바 ‘자회사 정규직화’의 본질을, ‘비정규직 없는 공공부문’이라는 정부 약속의 기만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7월 총파업 이후, 어떻게 싸울 것인가? 정부 정규직 전환정책의 현재를 살펴보도록 하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완료율은 10% 이하
정부는 2019년 현재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 1단계 전환율이 86.3%라며 자화자찬한다. 2020년까지 정규직 전환대상으로 선정한 약 20만 5천 명 대비 17만 7천여 명을 전환대상자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415,602명 중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인원은 133,437명으로 전환 완료율은 32%, 전환결정율로 잡아도 42%에 불과하다. ‘간헐적 업무’라는 이유로, 기간제 교사라는 등등의 이유로 태반이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된 수치다.
누군가는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지 않느냐’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8년 이용득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10월 현재 정규직 전환인원 중 54.7%가 자회사로 편재됐다. 정규직 전환인원 중 45.3%만이 직접고용이라는 말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전환완료된 13만 3천여 명 중 직접고용은 약 6만여 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6만 명은 모두 진짜 정규직인가?
아니다. 2018년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채용은 11,513명으로 2017년 대비 6배나 증가했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으로 포장하는 노동자들 중 1만여 명은 무기계약직이 됐다는 말이다. 이렇게 보자면, 현재 ‘진짜 정규직’이 된 사람은 5만 명 아래로 떨어진다. 더 나아가 정부가 밝힌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41만 6천 명에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21만 명이 포함돼 있지도 않다. 결국 무기계약직 포함 6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현재 ‘진짜 정규직’이 된 사람은 5만 명 이하, 전환완료율은 8.3%에 불과하다.
3단계 정규직 전환정책 폐기
지난 2월 27일 정부가 발표한 “민간위탁 정책 추진 방향”은 민간위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정규직 전환 책임은 회피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위탁업무 1만개, 수탁기관 2만 2천개, 투입예산 연간 8조 원에 달하는 민간위탁을 유지하고, 20만 명에 달하는 민간위탁 노동자 역시 비정규직 상태로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 따르면, 정부가 그나마 직접수행(직접고용)을 검토하는 영역은 정규직 전환 1단계인 ‘파견·용역’에 해당하나 ‘민간위탁’으로 잘못 분류된 노동자들에 한해서다.
그러나 7월 초로 예상되는 오분류 정정대상 업무 발표는 민간위탁 노동자 태반을 제외할 공산이 크다. 경과를 보자. 2월 27일 “민간위탁 정책 추진 방향” 발표 전, 정부는 민간위탁 관련 노정협의에서 ‘민간위탁 제도개선 검토대상 사무’로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발전사 경상정비, 콜센터, 전산유지보수, 상하수도 검침” 업무를 들었고, 그 사유를 “실질적으로는 용역과 유사하거나 단순노무의 성격이 강한 사무로써 1·2단계 전환 논의에서 논란이 된 사무”라고 설명했다. 1단계에서 해결했어야할 파견·용역업무인데도 민간위탁으로 잘못 분류했으니, 3단계 진행과정에서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2월 27일 발표한 정책 방향에는 그러한 예시조차 없었다. 오분류 정정대상 사무 발표 이후 밝혀질 터이나, 예시를 삭제한 것은 직고용 전환을 검토한 5개 업무마저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하려는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높다.
일부 지역에서는 그나마 있던 정규직마저 민간위탁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행보까지 보인다. 5월, 전북 김제시는 환경미화 공무직 노동자 300여 명이 일하는 음식물처리장에 대해 ‘민간위탁 타당성 용역’을 강행했다. 심지어 민간위탁 비정규직 확대 시도에 맞서 싸움에 나선 노동자들을 무력화하고자 비정규직 대체인력을 고용하기까지 했다. 투쟁으로 민간위탁 전환방침은 철회시킨 상황이나, 지자체 민간위탁 확대 시도는 ‘비정규직 없는 공공부문’ 공약의 파탄을 여실히 드러낸다.
민간위탁 재공영화, 지역 투쟁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이후 전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지 않을 테니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는 정부 방침은 한편으로는 분노로, 한편으로는 체념으로 다가올 것이다. 민간위탁 노동자의 낮은 조직률을 감안하면, 관건은 7월 이후 지자체 민간위탁에 맞선 지역 연대투쟁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민간위탁 재공영화를 위해 싸워야 하고, 또한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역에서 형성해야 한다. 17개 광역지자체장 중 14개가 민주당 소속임을 감안할 때, 지역의 투쟁을 형성하고, 이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비정규직 정책에 맞선 투쟁으로 결집해 가야 한다. 지역을 중심으로, 7월 총파업 이후를 준비하는 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 투쟁을 위한 중장기 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역투쟁을 현실화하지 못한다면, 정부 의도대로 ‘민간위탁 유지와 처우개선’으로 귀결할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민간위탁 노동자를 둘러싼 물적 조건 역시 지역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10,099개 민간위탁 사무 중 87.2%를 차지하는 8,807개가 지자체 민간위탁 업무다. 예산 역시 마찬가지다. 7조 9,613억 원에 달하는 전체 민간위탁 예산 중 65%에 달하는 5조 2천억 원이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 업무에 투입된다. 또한, 지자체 민간위탁 사무 중 96.3%가 지역 조례에 근거한다.
민간위탁 업무의 압도 다수가 지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민간위탁 업체와 지자체의 동맹이 존재함을 뜻한다. 이를 반영하듯, 끊이지 않는 민간위탁 비리 역시 민간위탁 업체와 지자체의 결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다수다. 민간위탁업체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과다계상해 예산을 횡령하는 유인을 가지나 지자체는 이를 모두 잡아낼 수도 없을 뿐더러, 많은 경우 그 범죄의 공범이기도 하다.
“2013년 고양시 민간위탁 청소업체 사장과 현직 공무원 유착, 고용인원 부풀려 30억 원 횡령”
“2014년 부천시 공무원, 차량운행비·인건비 부풀려 5억 횡령한 민간위탁 업체와 결탁 혐의로 구속”
“2016년 김해 청소업체, 매월 3천만~4천만 원 배당 등 업무상 배임·횡령으로 2명 구속”
“2017년 파주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과 공무원, 민간위탁 청탁 관련 금품 수수로 구속”
“2019년 부산 민간위탁 생활폐기물 업체, 임금 허위지급 장부조작으로 35억 원 횡령으로 구속”
[사진: 민주일반연맹]
민간위탁이라는 복마전은 사라져야 한다. 우리가 벌여내야 하는 것은 단지 민간위탁 노동자 ‘정규직화’ 투쟁뿐만이 아니다. 이는 20년이 넘은 민간위탁·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서비스 공급체계를 재구축하는 싸움, 공공부문 다운 공공부문을 만드는 싸움이기도 하다.
또한, 소위 ‘제3섹터’가 민간위탁 자본으로 기능하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 통계를 인용하면, 22,743개 민간위탁 업무 수행기관 중 “비영리 단체(10,961개, 48.2%)와 사회적 경제 기업(1,266개, 5.6%)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현실은 김대중 정부 이후 시민사회가, 심지어 ‘진보진영’의 일원으로 자처하는 세력조차 소위 ‘민관 거버넌스’의 일원으로 휩쓸린 상황을 반영한다. 민간위탁 재공영화 투쟁은, 사회공공성 해체를 ‘시민사회’의 확대로 포장하는 오도된 시민정치와의 투쟁을 동반한다.
민간위탁은 지역 노동자·민중의 감시와 통제 하에 재공영화 되어야 한다. 이는 노조운동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역 정치운동의 역할은 필수다. 지역사회에 민간위탁의 폐해와 철폐의 당위성에 관한 여론을 끈질기게 형성해야 하며, 바로 그 과정을 통해 광범한 동의가 필요한 지역 민간위탁 조례폐지 운동 등, 지역을 바꾸는 싸움을 현실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