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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새정치민주연합의 ‘경제기조 대전환’의 실체


대전환 운운 전에 노동자민중에 사과부터

정치적 언사 말고,

신자유주의 전면 폐기하라


4월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자살율 세계 3위, 노인빈곤율 세계 1위, 청년체감실업률 23%, OECD 꼴찌인 복지수준 등 절망적인 한국사회 상황을 일일이 지적했다. 그리고 삼성전자·현대기아차가 49만개 법인 중에 당기순이익 37%를 차지하며, 월급 209만원 이하인 노동자가 전체의 절반이 넘고, 가계부채가 1,100조에 가까워지는 등 한국경제의 심각한 문제들을 개탄했다. 이어서 경제기조의 대전환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으므로 ‘새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경제’란 ‘소득주도성장경제’ 즉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면서 내수 기반의 성장동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요약된다. 대안으로 주장한 소득주도성장경제는 케인즈주의 경제학의 핵심 논거이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이 대표연설을 통해서 천명한 ‘경제기조의 대전환’이란 ‘신자유주의에서 케인즈주의로의 전환’이라고 해석된다.

문재인 대표가 통계수치까지 곁들여 일일이 열거한 한국사회의 절망적 상황들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여 년간 역대 정권이 강행한 신자유주의의 결과이다. 때문에 지금 새정연이 신자유주의 폐기를 선언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늦어도 한참 늦은 뒷북이다. 그리고 새정연이 간과하거나 숨기는 것이 있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1998년 DJ정권이며 그를 이은 노무현정권이다. 문재인 대표 자신이 비서실장으로 있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고,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을 수립했다, 이 두 정권을 거치면서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공공부문 민영화, 신자유주의 세계화, 노사관계로드맵 등 신자유주의 핵심 정책들이 강행되었음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때문에 4월9일 대표연설에서 새정연은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하고, 신자유주의를 폐기한다고 선언했어야 한다.

문재인 대표는 전날 밤 연설문을 꼼꼼히 수정했다고 한다. 국회연설에서 ‘신자유주의를 폐기한다’는 직접적 표현은 없다. 어쩌면 ‘신자유주의 폐기’ 선언에는 그들의 책임인정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회했는지도 모른다.

정치적 기만은 그 뿐이 아니다. 경제기조의 대전환 운운하면서 내놓은 정책은 참으로 보잘 것 없다. 최저임금 두 자리 수 인상, 대기업 감세완화 등을 언급할 뿐이다. 신자유주의의 핵심 내용인 정리해고의 철폐,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철폐, 공공부문 민영화 폐기, 신자유주의 세계화 문제 등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새정연이 진정으로 신자유주의를 폐기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시장유연화(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를 축으로 하되 극단적인 차별을 완화하는 정책은 신자유주의 정책범주에 속할 뿐이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서구 사민주의 정당들도 ‘제3의 길’ 운운하며 신자유주의에 굴복한 마당에, 권력기반이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새정연이 신자유주의를 근본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는 1930년대 대공황기 케인즈주의의 기수로 기억되는 루즈벨트 대통령을 언급하는 등 케인즈주의를 힘주어 강조했다. 즉 새정연의 경제기조 전환의 실내용이 어떠하든, 신자유주의로부터는 거리를 두고 케인즈주의와는 가까운 정당으로 자신을 드러내려 한 것은 분명하다. 새정연의 이러한 행보는 몇 가지 정치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신자유주의가 더욱 고립될 것이라는 점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민주화운동 세력이 집권하면서 신자유주의를 추진하자, 보다 노골적 자본분파인 새누리당 세력의 협력 하에서 신자유주의는 강력한 정치력을 확보하고 강행되었다. 여야가 바뀐 상황에서 새정연의 입장변화는 신자유주의를 고립시킬 것이다.

다른 하나의 정치적 의미는 진보정당들과의 관계문제이다. 새정연의 입장변화 보다 좀 더 일찍이 정의당이 사민주의를 내세웠다. 사민주의는 케인즈주의 경제학을 이론적 근거의 하나로 삼아 왔다. 여기에 정동영 전 의원 등 새정연 인사들과 함께하는 국민모임창당준비위가 진보정당운동의 통일재편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비슷한 입장으로 진보정당 부분적 통합을 추진한 바 있는 노동정치연대와 통합파가 당대표로 당선된 노동당이 4.29 재보궐선거에서 공조를 모색하고 있다. 즉 정의당-국민모임-노동정치연대-노동당의 우경화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좌경화로 인해 진보정당들과 새정연 간의 정치노선적 차별성은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운동이 보수 양당체제 타파라는 정치공학적 주장을 들고 나오지만, 따로 설 정치적 노선적 차이는 더 작아지고 있다.

김태연ㅣ정책교육선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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