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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후퇴’엔 입다문 채 진보정치?

체제변혁 전망 없다면 껍데기만 ‘진보’


4.29 재보궐 선거는 향후 운동진영에 파장을 불러올 진보재편과 선거연대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와 국민모임의 움직임에 초점을 두고 봐야 한다.

국민모임, 정의당, 노동당은 모두 적극적인 진보결집과 선거연대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국민모임의 관악을 선거구 정동영 출마와 선제적 후보 등록으로 정의당과 노동당이 불만을 표함에 따라 진보재편이 매끄럽게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비록 관악을 정의당 이동영 후보가 사퇴해서 모양새는 후보단일화처럼 되었지만, 정의당은 국민참여당계의 정동영에 대한 반발과 소통 부족 등의 이유로 “신뢰가 없다”며 후보단일화를 추진하지 않기로 발표했다. 노동당의 경우 국민모임과 ‘5대 공동정책 및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에 관한 방향’ 제안을 바탕으로 후보단일화를 추진했으나 내부의 반대로 단일화가 추인되지 못하자 나경채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정의당, 노동당 모두 내부의 반발이 있었으나 관악을 선거구에서 사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모임의 정동영으로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게 된 셈이다. 이후 진보재편은 4.29 재보선 선거의 결과를 바탕으로 서로의 몸값을 견주며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재편 세력 공약, 근본대안은 빈칸

이번 재보선은 통진당 해산 공안탄압으로 통진당 의원직이 박탈되면서 생긴 빈자리를 놓고 치르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 국면에서 각 세력들은 정권의 탄압을 규탄하고 정치사상의 자유를 쟁취하는 것을 중심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정동영과 정의당, 노동당 후보들 모두 통진당 해산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도 없으며 심지어 정의당 강은미 후보는 “정의당은 원내 유일 진보정당으로 제대로 일하고 있습니다” 따위의 홍보까지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저들은 적어도 이 사안에 있어서는 박근혜정권의 공안탄압에 침묵하는 방조자이거나, 표 떨어진다는 이유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숨기는 기회주의자 둘 중에 하나다. 국민모임과 노동당의 ‘공동정책’과 정의당의 공약에서 민주주의 요구 부분에는 ‘비례대표제 확대’ ‘결선투표제 도입’ ‘선거권 연령의 단계적 인하’가 있을 뿐 공안탄압과 민주주의 후퇴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가라는 핵심적인 내용은 비어있다.

한편 노동 공약에서 정의당은 즉각 최저임금 1만원이 아니라, ‘공공부문 시중노임단가 시급 8천원 시행을 통해 단계적으로 3년 내에 실현’ 이라는 제한적인 안을 냈다. 비정규직 관련해서도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 아래 정규직화에 대한 어떤 공약도 없다. 국민모임과 노동당의 ‘선거연대 공동정책’에는 구체적인 수준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기간제사용 사유 제한’ 등 비정규직을 조금씩 줄이자는 공약이 들어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 제도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는 원칙을 폐기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복지 공약에 ‘공공보육 확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이 담겨있으나 심각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민중에게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의료민영화 반대와 여러 복지의 공공성 확대ㆍ사회화 요구가 빠져있는 것도 문제다.


케인즈주의로 신자유주의 극복 가능할까

국민모임과 노동당이 논의한 ‘대중적 진보정당에 관한 방향’은 이후 진보재편 논의의 한 근거가 될 것이며 그 모습을 불충분하지만 미리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 중 가장 문제되는 것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사상이 공존하는 정당’ 부분이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한다면서 다양한 노선이 공존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정권을 잡았을 때 신자유주의를 집행했던 새정연 탈당파와 국민참여당계가 엄밀하게 노선적으로 신자유주의와 결별했는지 불명확하다.

한편 신자유주의 이후 깊어가는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자본의 위기를 구원하기 위한 길로 케인즈주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한 오바마나, 최근 소득주도성장론이 핵심인 ‘새 경제’로의 전환을 주장한 문재인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케인스주의는 신자유주의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노동자민중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체제이며 자본주의의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길이다. ‘신자유주의 극복의 다양한 사상 공존’이라는 문구는 그런 점에서 케인스주의로 빠지는 길도 열어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노동자민중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저들의 ‘선의’는 진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정치ㆍ노동ㆍ복지 등 공약의 한계점과 신자유주의 극복의 방향에 대한 불분명함을 고려하면 진보재편 세력들이 정녕 노동자민중의 눈물을 닦아주는 길을 갈 것인지 의심스럽다. 잡다하고 불분명한 신자유주의 극복 노선의 공존이 아니라, 반자본주의 전망에 기초한 반신자유주의 노선이 바로 서야 한다.

김시웅┃기관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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